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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후기라서 더 반가운 쟈스민의 후기 가운데, 저는 이것을 픽PICK 했습니다!

“나는 나를 기다린다. 나는 나를 어디까지 기다려봤는가?(=실험, 시도, 질문)"

이 질문의 전제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 서문의 이 텍스트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인식자들조차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한 번도 자신을 탐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자신을 찾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이방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혼동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먼 존재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인식하는 자’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무엇보다 '잠재성 전체로서 우리 자신'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힘들(충동, 의지, 욕망, 정서)의 복합체이며, 이 가운데 지배적인 힘이 그때마다 이질적인 주체를 구성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 주체 자유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신체의 힘에의 의지의 구성'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내부에 얼마나 다양한 충동, 얼마나 거대한 힘들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시도와 실험과 질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토드 헤인즈의 영화 [I'm Not There 아임 낫 데어]는 참으로 적절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1628

이 영화는 먼더, 밥 딜런의 생애를 7명의 각기 다른 배우를 통해 표현하여, 단일한 자아정체성을 해체합니다.

이러한 자아의 해체는 다분히 의도적이어서, 감독은 백인 중년 남성인 딜런을 흑인으로 혹은 여성으로 표현합니다.

뿐만 아니라, 7명의 밥 딜런은 각 시대와 각 사건의 주인일 뿐, 단일한 주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7명의 딜런을 이어주는 일관성이란, 그들의 '사유나 의식'이 아니라 모든 딜런들이 '발을 튕기는 순간'에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딜런'을 상정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각 시대와 사건 속에서 새롭게 변화된 딜런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것이 딜런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내부의 다양한 힘과 충동에 나를 개방한다면, 즉 더 많은 시도를 통해 새로운 나를 실험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나를 기다리는 방식일 것입니다.

밥 딜런이 하나의 생애를 통해 다양한 딜런으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자기 내부의 힘에 자신을 열어둔 실험때문일 것입니다.

딜런은 이렇게 말합니다. “난 혼돈을 받아들여요. 혼돈이 날 받아들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딜런은 'I'm Not There 거기에 (당신들이 생각하는) 나는 없었다'고,

다만 각 시대, 각 사건에 접속해 있는 '자신의 충동에 충실한 나'만이 존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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