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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 기획세미나, 신유물론 개념과 역사] 발제자:하얀

 

 

이분법은 근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이분법적 한계 속에서 우리의 사유체계와 일상세계가 반복운동을 체화한 것은 근대를 통과하면서 일 것이다. 근대의 과학적 지식의 분류와 자본주의의 분할된 시계와 이윤을 계산하기 위한 체계. 이는 이분법 안에서 위계와 타자를 만들어내면서 유지됐다. 페미니즘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 이성과 몸의 이분법 등을 표면화하면서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해왔다.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성 아닌 어떤 주체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이어져 왔다. 먼저는 여성만의 고유성에 대해 논의되기도 했고, 이것이 남성의 대립항으로서의 여성을 신비화하는 경향성을 띄고, 이러한 신비화가 대문자여성 중심이나, 또 다른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담론으로 흐르는 문제점을 건너가기 위하해 남성의 이분법적 항으로의 여성이 아닌, 남성/여성의 이분법을 ‘횡단’하는 주체를 모색 중이다. <2. 이분법을 횡단하기>에서 나오는 해러웨이가, 브라이도티 역시 그러하다.

<2. 이분법을 횡단하기>는 신유물론이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텍스트를 읽어내는 방식부터 인간과 기계 사이를 가로지르며 생성되는 비주체로서 사이보그와 이종적 언어의 생산으로서 횡단성에 검토하고 있다.

 

2. 이분법을 횡단하기

(1)오래된 이야기-데카르트식 우화들의 재독해

 

신유물론자들이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는 재독해 또는 재기술이다. 이는 ‘횡단성’(회절적 독해)이라는 의미의 텍스트 실험이다. 이 방식은 궁극적으로 이원론의 횡단을 향한다.

신유물론적 시간성에서 고대, 근대, 현대는 위상학적 상호 접힘의 관계이다. 객체들, 물질들을 나선형 위에 재구성한다. 이렇게 재구성했을 때 과거와 마리는 직선 위의 한 점이 아니라 사방으로 확장하는 원형을 띠며 과거는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재고, 반복하고, 둘러싸서, 보호하고, 재조합하고, 재해석하고 다시 섞어야 하는 객체가 된다.(179) 신유물론은 이러한 시간성을 기반으로 회절적 독해를 수행한다.

바라드에게 회절이란 ‘쪼개어 나누어지는 것’, ‘시공간물질화의 (재)배치’로서 ‘차이 지음/차이화/차연화’이다. 회절은 단순히 텍스트 독해라는 인식론의 범주만을 염두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물질화 과정, 더 나아가 그 텍스트와 얽힌 세계의 물질화 과정이 우리의 ‘읽기’의 물질화 과정과 간-행을 이루는 것이다.(181) 결국 회절적으로 독해한다는 것은 이원론 또는 이분법의 경계를 흐르게 만들면서 새로운 절단을 통해 새로운 현상을 생산하는 수행과정이다.(182)

 

사례1 :『방법서설』

여기서 저자는 『방법서설』을 의심의 최종항인 한 인칭적 인물 그리고 존재의 최초항인 비인칭적인 또 한 인물, 이 두 인물이 얼굴의 양면을 형성하는 단 하나의 ‘질서’를 사유하기를 강제하는 이야기로 본다.(185) 왜냐하면 『방법서설』에 출몰하는 수많은 ‘나’들을 버리고, 폐기하기 위한 가상, 상상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나’의 확고함은 ‘느낌’에 의해 생산된다. 우리는 이러한 독해를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 명제가 탄생하게 되는 그 Je의 수동적 사태들, 정념들 그리고 그것에 의해 던지고, 결심하고, 마침내 받아들이는 사태들에 주목하게 된다.(188) 우리는 결과적으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 5-6부가 어떤 우주적인 담론을 펼칠 수 있도록, 다른 말로 하자면 우주론적인 연극을 연기할 수 있는 그 인격적이 ‘된’ 주체로서의 Je가 ‘분열된 전체’가 되는 과정이 되도록, ‘인식의 질서’, ‘존재의 질서’외의 제 3의 질서, 즉 ‘정념의 질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189) 우리는 이원론을 그저 거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것을 극단으로 밑어붙이는 방식, “탈-데카르트적” 방식이 되도록 해야한다. (190)

 

사례2 :『헤라클레이토스 단편들』

왈터는 헤라클레이트스의 단편들을 ‘존재-이야기’로 규정한다. (192) 왈터가 주목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은 두 가지인데, “만물은 흐른다”와 “우리는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이다. 첫 번째 단편은 보통 파르메니데스 존재 철학의 대척점으로서 생성 철학의 대표적인 경구로 기술된다. 하지만 존재와 생성이라는 구도는 두 철학자의 본질이 초재성과 내재성의 상호 확대 과정이라는 철학사적 맥락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194)

헤라클레이토스가 신유물론적 의미에서 중요한 지점은 페르메니데스에 비해 로고스의 용법을 자연주의적으로 연장했다는 점이다.(195) 그에게 로고스는 앞서 파르메니데스가 강조한 로고스의 그 인식적 측면이 아니라 바로 존재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현상과 존재를 구분하고, 로고스를 존재의 편에 세우면서, 동시에 인간의 특유한 ‘능력’으로 조명하는 파르메니데스와 달리 헤라클레이토스는 로고스를 어떤 동시적인 현존, 인간과 자연의 그 구분 불가능한 개념으로 사용한다.(196) 왈트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들이 내재적 평면에 조응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반-플라톤적 방식’(플라톤주의의 전복)이라 규정한다.

우선 헤라클레이토스의 첫 번째 명제에는 ‘흐름’만이 있다. 여기에는 플라톤적 의미에서의 ‘안정적 존재’(이데가)가 거부되며, “그 어떤 선-재하는 관계항도 존재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동일한 평면에 놓인다. 이 흐름 안에 인간은 만물로서 속한다(인간예외주의 기각).(197) 두 번째 경구에서 중요한 것은 이 흐름 가운데 행위소의 원천이, 즉 어떤 것이 능동적 행위소인지 수동적 행위소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경구에서 ‘강’은 무차별적인 차이의 차이화 과정으로 파악된다.(198)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한 신유물론적 재독해는 파르메니데스와의 대립이라는 기존의 일반적 해석을 넘어서, 그를 내재성의 유물론자로 바라본다.(200) 이는 회절을 통한 왈터-헤라클레이토스 되기라 할 수 있다.

 

사례3:호메로스 ‘아킬레우스의 방패’

래더는 고대 문화의 중추적인 개념으로 포이킬리아를 선별한다.(200) 정신과 대상 간의 데카르트적 이분법에 이 고전적 용어는 구속되지 않는다. 래더는 포이킬리아가 가장 잘 드러느는 텍스트로 호메로스의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대한 묘사를 든다. 여기서 인간과 물질 간의 관계는 (1)물질과 그것의 지각의 역동성, (2)물질적 객체의 인지적 영향 (3)물질들 안에 존재하는 생명의 표명 (4)객체들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 안에 체현된 정신과 물질의 교차로 요약된다.(201) 우리는 이를 통해 어떤 복잡하고 이질적 존재론의 묘사와 물질, 생명 그리고 언어 간의 얽힘, 고대적 이미지 안에서 현대적인 간-행의 상황이 드러남을 볼 수 있다.(202)

 

사례4 : 『이온』

플라톤 『이온』의 신유물론적 재독해는 『이온』에서 음유시인, 음송에 집중하며 ‘해석’을 초월론적 해석과 해석의 사건되기를 읽어낸다. 음송은 암송과 달리 시인의 단어에 대한 이해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차적으로 음유시인은 청중으로 해석을 이동시켜야 한다. 즉 음유시인은 시적 언어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청중에게 의미를 실어날라야지만 ‘해석자’가 되는 것이다. 이때 ‘변형’을 함축하고 있다. 즉 하나의 원초적인 시인의 음성이 해석자인 음유시인의 음성으로 변형되는 것이다.(204) 따라서 해석자는 청중들에게서 하나의 힘-운동을 또 다른 힘-운동으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말하기가 하나의 ‘사건’이 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건은 절달하는 자의 ‘호소’ 또는 ‘선포’가 한 개인이나 무리의 영혼을 진동시킴으로써, 예술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일차적이며, 한 사람의 전 생애를 결정짓는 행동과 질문의 원칙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해석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변형 이후의 언어가 ‘수행적’이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청자와 발화자, 또는 독자와 저자 간의 회절/간-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205) 말함을 통해 무언가를 강제하고 비물질적인 관념을 물질적 ‘흐름’, 즉 발화의 흐름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온』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단순히 플라톤의 시학이라는 이론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게의 일부로서 그 안에 있는 물질화 과정을 들여다 보게 하며, 우리의 세계상을 바꾼다.(206)

 

(2)사이보그

포스트휴먼적 주체

 

텍스트에 재해석에서의 ‘회절’은 물질적인 방면에서 혼종성을 의미한다. 이원론을 돌파하는 힘은 이러한 회절적 독해와 혼종성의 적극적인 긍정에서 나온다. 주체화라는 주제에서 이러한 혼종성을 ‘사이보그’와 관련해서 논할 수 있다. 이것은 근대성의 제헌적 포괄행위, 즉 정화 과정에 산입되지 않는 존재들로서 비근대적 비체들이다.(207) 이 주체는 이미 그어져 있는 지도의 경로를 따르기보다 끊임없이 침해, 위반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며 탈형이상학적인 강렬하고 복수적인 존재자이며 복수적인 연결의 지점으로 유기적인 것과 비유기적인 것, 인간과 비인간을 결합하는 네트워크, 직조이다.(209)

사이보그를 포함한 포스트휴먼이란 인간과 기술의 ‘융합’보다 더 급진적인 방식, 존재하는 어떤 정보적 패턴이 생물적 기저 안에서 예화되는 사태(헤일스)로 우리를 밀고 나아간다. 이것은 담론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행 측면에서도 근원적인, ‘강한 의미’의 혼종성이다.(212)

 

(3)n/n-1

물질화하는 표현적 언어

 

신유물론은 들뢰즈, 가타리의 ‘횡단성’개념을 존재-인식론적 맥락과 사회정치적 맥락 모두에서 수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유의 ‘소수 전통’을 복권하고, 플라톤주의, 기독교, 그리고 근대적 규율로부터 해방되고자 한다. 이들 사유는 모두 ‘행위적 물질’의 수행성을 방해하고, 횡단적 활동과 사유에 위계와 중심을 설정함으로써 삶/생명을 파국으로 몰아붙인다. (214)

데란다는 이원론이 언어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신유물론은 언어성을 거부하지 않고, 그것이 어떤 대표성, 재현성을 띠면 그때부터 신유물론은 그것을 부차하려 시도한다. 데란다는 이러한 반재현주의는 언어성을 ‘표현성’으로 대체하는데, 표현이란 재현과 달리 물질적인 것 안에 언어가 산입됨으로써 배치되고, 그로부터 어떤 감응을 실천하는 것이다.(215)

 

사이보그적 글쓰기

 

사이보그적 글쓰기는 기존의 “언어를 향한 투쟁”이다. 사이보그 글쓰기에서 기원 신화와 종말론은 남근 로고스중심주의로의 투항을 의미한다. 사이보그적 글쓰기는 자연적 정체성과 위계화된 이원론 너머를 향해 가는 것이다. 이것은 부정사가 가지는 동요와 비시제적이고 비인칭적인 용법들이므로 이야기 안에서 자연/문화, 노예/주인, 신체/의식의 이원론을 전복한다.(216) 이러한 언어는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이종언어”에 대한 꿈이다.(217)

 

재현성의 뺄셈

 

신유물론에서는 기존의 언어에서 재현성을 거부하거나 무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표현’의 요소를 수혈하며 언어성에서 재현성을 빼고자 한다.(218)

 

횡단성의 심화

 

‘횡단성’은 어떻게 심화될 수 있을까. 이원론에 대한 횡단성이 궁극적으로 이론과 실천의 이분법을 형해화해야 한다. 헤러웨이의 세계화하는 글쓰기는 바로 존재론적 측면의 변형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이론과 실천 간의 간극을 횡단하는 것이며, 가타리의 임상적 실천들도 그러하다. 횡단성은 이분법적 구별들을 가로지름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또 다른 이분법적 응결조차 피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횡단‘성’은 언제나 횡단‘선’ 자체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220)

이분법 자신의 결정론적인 범주적 권력을 매번 빼서 더 멀리 던져두고, 그 빈자리에 늘 미분적 차이를 새겨넣는 과정을 의미한다.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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