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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세이_니체] 니체 자녀 되기 프로젝트

니키 2024.04.20 14:21 조회 수 : 31

intro, 위버멘쉬 현대인들은 많다

: 하늘 양과 사공성수 군

이름만 들어도 예사롭지 않은 사공성수는, 제 수많은 게이친구들 중 한 명입니다. 이름도 예쁜 하늘 양은, 다자간 연애 즉 폴리아모리라고 일컬어지는 연애 형태를 즐기고 있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자아로 쓰여진 가치관을 새롭게 창조해나가고, 가치를 창조해나간다. 그들이 만들어온 가치의 발자국은 수없이 많겠고 또 소수성의 향기가 짙기 때문에 니체가 보기에 그들은 위버멘쉬의 자녀들일 테다. 이제부터 그들이 관해서 가장 최근에 기억나는 한 가지씩의 이야기를 해볼 테다. 

하늘 양이 틴더를 한다는 것과, 그 인터넷 만남 어플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놀이터 창구로서의 최대수혜자라는 사실은 지금으로부터 약 삼 년 전 알게 된 사실이다. 그녀는 자주적이고 생산적으로 상대와의 만남을 만들어갈 줄 아는 친구였다. 

이제 그녀는 바이섹슈얼의 성정체성과 함께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며, 가장 최근엔 여자친구 한 명과 남자친구 한 명 이렇게 셋이서 아주 가까운 삼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가 잠시 멈춘 상태. 그 외에도 그녀 곁엔 더 많은 수의 ‘최애’들이라 불리는 연애 상대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다. 언젠가 나는 그녀를 찾아갔다. 애정결핍으로 인해 난 전남자친구를 만나던 당시 다른 이성들과 교제는 아니더라도 간단한 연락을 하고 지냈다가 이걸 들키고나서 차였다.

연락 스타일이나 소통방식에 있어 그와 연애할수록 공허와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던 나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어떤 한 인간에게 모든 부분에 대해 충족감을 느낄 수 없겠구나 싶어 이별 후에 더욱 허망감이 커졌다. 그래서 그녀의 다자간 연애 방식이 궁금해졌다. 내가 삼 년 만에 다시 본 그녀는 훨씬 더 그녀의 잠재성을 찾은 느낌이었다. 더 힘 있어 보였고 실제로 그녀가 내게 해준 그녀만의 가치관은 그녀만의 힘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사랑을 마구 퍼줄 수 있게 된 해반의 경지에 이르렀다. 평범한 인간들이 통상적으로 불리는 연애라는 것이 밀키트에 비유된다면, 그녀가 직접 파헤치고 발견하고 헤쳐나가고 직접 맞서 만들어나가는 형식의 아무런 답이 없는 ‘그녀 만의 사랑’이란 수렵부터 채집 그리고 농사까지 다 할 줄 알아야 하는 수제바베큐 파티였다. 나는 그녀의 행보에 그리고 앞으로의 그녀 미래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무척 궁금증이 일었다. 

 

0번째, 니체의 딸이 되려면 어떤 마인드를 탑재해야 할까?

: 니체식 인간인 줄 알아 내가 무척 사랑했던 여왕님

언젠가 저의 제일 친한 언니인 여왕님은 저와 생각이 약간 달라 거리가 멀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시대의 중력장을 태생부터 기피한 인간’ 유형에 속했습니다. 보통 예술인 친구들이 본능적으로 그런 감각을 타고났습니다. 

한남동에 위치한 새로운 디제잉 베뉴가 생겼다길래 언니는 콧김을 내뿜으며 저와 함께 가자고 하였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새로 생긴 클럽이라 너무 흥분된 나머지 오늘밤 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된다고 sns에 주접을 떨었습니다. 저의 주접을 본 여왕님은 굉장히 진지하게 성화를 냈습니다. ‘가짜 버러지들 또 소식 듣고 찾아오면 어쩌려고 빨리 글 내려’ 

언니는 시대의 중력장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온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피’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니체 아저씨가 보기에 여왕님은 시대의 중력장에 너무나도 ‘구애’받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퍼스펙티브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언니와 제가 남자에 눈이 멀어 서로의 몸을 부빗거리며 장내 분위기를 흐리는 소위 ‘가짜 버러지’들에게 레이빙 베뉴는 그런 곳이 아니야, 라고 확실하게 가르쳐줄 수 있으려면, 저희들이 먼저 정말 간지나고 매력적인 ‘진짜들의 향연’을 펼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내 모든 기세를 눌러버릴 정도로 멋진 제스쳐와 아우라를 가지고, 그곳에 온 모든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행복하고 몰입도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 ‘레이빙 철칙’입니다.  

 

1번째, 간증 : 아아 그것은 너무 힘들었지만 저는 저를 이겨 버렸습니다

: 심혜민 딸내미 니체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다

저의 애정결핍 구덩이는 대물림되었습니다. ‘장미’를 마음에 삼 년 동안 꽁꽁 품고 있다가 ‘주름’을 만났을 당시엔 장미를 향한 기억과 애정으로 제 마음은 스폰지밥 같이 구멍이 송송 뚫렸습니다. ‘손길’을 만났을 당시에도 ‘주름’과의 시간이 그리워 ‘주름’을 맘속으로 연모하는 마음은 커져버렸습니다. 자꾸만 그 이전 사람들을 향한 제 마음은 그 사랑의 종결과는 관계없이 크기를 키워서 현재의 사랑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신적 아버지인 니체의 ‘진짜 딸래미’가 되기 위해선 저는 ‘기억하기’ 행동을 새로운 퍼스펙티브로 전환시켜야 했습니다. ‘기억’이란 바꿀 수 없는 속성이지만 ‘기억을 하는’ 행위는 능동적이며, 언제든지 새로운 방향으로 당시의 기억을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학기 글쓰기 교양수업 시간에 깨달았죠.

과제 글을 씀으로써 자가 치유에 성공했습니다. 제 ‘기억하기’ 행동은, ‘그리워하기’ 모드에서 ‘배워가기’ 모드로 탈바꿈했습니다. 악의 굴레인 그리움을 끊어내기 위해서, 그들을 닮아가려 노력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그들은 하나 같이 모두 집이 굉장히 정돈되어 있고 항상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제 방은 더럽습니다. 저의 물질적 물건들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깔끔함을 기억하며 저도 그들을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적인 정리는 영적인 정리로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퍼스펙티브인, 그들을 닮아가기 위한 제스쳐를 취하니 그리움의 족쇄는 시간이 흘러 드디어 풀려났습니다. 건강해진 것이지요. 니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2번째, 시행착오는 풀독이 아닌 보약으로 소화시키자.

: 엄마의 저주 족쇄는 풀려났습니다

기억이란, 기억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트라우마라는 말도 나온 것이겠지요. 니체의 새로운 퍼스펙티브를 창조하는 태도를 알고 난 후, 저는 한때 어머니에게 받은 기억의 부산물로부터 니체식 자가 치유를 어느 정도 했었구나 싶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혜민이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지혜와 명철을 얻게 해주시고 건강하고 행복하며 큰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어렸을 때의 기억은 접어듭니다. 어머니도 저두요. 

십년 뒤 어머니는 세상에 맞써 싸우는 든든한 암사자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숫사자였습니다. 어머니는 굉장히 강인했습니다. 어머니의 말은 모두 옳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순종의 낙타였습니다. 

그로부터 병마의 곰팡이가 피어올랐습니다. 제게 상처의 예언은 저주가 되어 발걸음을 잡아당겼습니다. ‘너 전문직 안가지면 이제 평생 앞으로 남들과 똑같이 사는 거다.’ ‘대학 졸업하고도 취업 준비하느라 고생할래’ ‘내 말만 들으면 넌 앞으로 평생 먹고살기 편할 텐데 이제 너 맘대로 해라’ ‘넌 앞으로 고생길이 열렸다’ ‘엄마 아빠같이 평생 힘들래’ 

제 의식은 저주를 거부하며 망각하기를 힘썼지만 무의식에 깃든 피멍은 빠지지 않고 그대로 고인피가 썩어갔습니다. 오년을 돌고돌아 설계를 해보겠다고 부탁했을 때 제가 원한 것은, 이제 앞으로 치대건 한의대 교대 약대건 다른 진로에 대해 일절 언급 말고 나의 앞길을 근심과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것. 하지만 전화할 때마다 들리는 의대증원, 편입, 약대 같은 단어에 주검처럼 마음이 추워졌습니다. 

어느 밤에는, 통화로 연결된 엄마 목소리 앞에서 아홉살 이후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통곡하며 빌었습니다. 그날 저는 저를 죽였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한 명 죽은 듯한 슬픔으로 정말 크게 울었습니다. 제발 앞으론 내가 열심히 하려고 맘을 먹게 된 진로 외에는 다른 소리로 날 괴롭게 하지 말아달라 눈물로 부탁했습니다. 아아,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동안 회복기를 거쳤습니다. 문득 걸으면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평생을, 치대 이외엔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 없던 제겐 설계를 가더라도 정신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충족감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엄마로부터 주입된 두려움을, 다른 퍼스펙티브로 전환할 야릇한 방법. ‘그냥 무엇을 하든 결국 내가 잘 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설계를 하더라도 내가 성공 못하리란 법은 없잖아.’ 

이 생각은 한 번 운좋게 번개 같이 떠오른 생각이 아닙니다. 수없이 제 계란 껍데기를 깨부수기 위해 몇 백번을 시도했습니다. 두려움을 부수기 위해 곁의 친구들과 어른들의 진심어린 응원, 보살핌, 간증, 자문을 구했던 결실입니다. 계단식 성장 그래프처럼, 새로운 퍼스펙티브는 그렇게 구하려는 노력 없이 이루어질 게 아닌가 봅니다. 

엄마를 향한 미움도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망각했던 제 아가 때의 어머니의 저를 향한 총명한 사랑이 얼마 전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사자로만 기억하려 했다면 결코 저 사랑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저를 ‘큰 사람’이 되길 축복했던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시행착오의 결과가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하는 게 되어버리면, 니체는 슬퍼할 것입니다. 

시행착오란, 트라우마 상처가 풀독 되어 내게 또다른 상처(자격지심, 피해의식, 혐오, 또다른 미움)로 작용할 게 아니라, 먹고 소화시켜 어엿한 보약으로 작용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번째, 철없는 베짱이보다 겸손한 개미가 위버멘쉬일지도 몰라 !

: 맛좋은 허울이 되지 말자

저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시대의 중력장에 강한 매듭으로 굴비 같이 매여 있는 ‘재미없는’ 친구들도 있고, 타고날 때부터 시대의 중력장에 별 관심 없는 저와 비슷한 ‘독특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과연 ‘홍대병’인지 ‘알맹이’가 탄탄한 인간인지는 조금 분별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건축을 싫어했던 이유. 그들은 ‘홍대병’이 지독하게 걸린 이 시대의 중력장을 사랑하는 말기 환자들인 줄 알았습니다. 예술인 친구들이 무척 많기에 그들이 사랑하는 예술은 다 가짜 같았고 제가 보기엔 공대생 수준으로 감각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을 놓지 못하는 잘난척 하는 인간들, 세상을 논리로 무장한 건축적 마인드, 즉 국소적이고 닫혀 있는 시야로 꽉 막혀 있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었죠.

제가 생각하는 ‘진짜’들, 즉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를 하루하루 이룩해 나가는 인간들이란, 제가 인정할 수 있는 재밌는 예술인 친구들,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치장도 잘 하고 또 할 것도 잘 하면서 자신의 취미와 낭만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친구들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홍대병 말기환자 친구들 중엔, 하루하루 자신의 건축적 마인드와 제스쳐를 끊임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실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래 알맹이 위버멘쉬들이란, 어느 분야에서도 볼 수 있는데,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고 오히려 제가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예술인 친구들 중에서도, 겉멋만 한껏 치장하고 본인이 담아놓은 가치는 없는 껍데기 위버멘쉬가 다수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실은 저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맹이 있는 위버멘쉬가 되려면, 제가 좋아하는 취미를 한 시간 더 즐길 시간에, 본업에서도 나의 색을 찾기 위해 뼈를 깎아내는 노력을 해서 심혜민 다운 건축인으로 거듭나는 것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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