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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경제학』 4장 발제 선물의 영(靈)

 

‘텍스트의 해석’ 

모스의 <증여론>의 중심 개념은 마오리 원주민의 ‘하우’라는 관념이다. 모스는 이를 가리켜 “사물에 깃든 영, 특히 숲과 숲속 사냥감의 영”이라고 소개했다. 모스는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원시 사회나 고대 사회에서 일단 받은 선물은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권리와 이해관계의 원리는 무엇인가? 증여된 물건 속에 받은 자로 하여금 되갚도록 강제하는 어떤 힘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 바로 ‘하우’이다. 하지만 하우는 논리적으로 단지 선물이 되갚아지는 이유를 설명해 줄 따름이다. 애초에 증여해야 할 의무와 받아야 할 의무에 관해 어떠한 설명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는 호혜적 교환의 의무를 논하면서 하우를 일반적 설명원리로 위상을 승격시킨다. <증여론>에서 하우가 갖는 중대한 위상과 인류학 경제학에서 누려온 명성은 거의 전적으로 베스트(Best, 1909)가 마오리족 라나피리에게서 수집한 ‘원본 텍스트’에 의거해 있다.

텍스트에 대한 모스의 해석에 따르면, 선물은 그것을 증여한 자의 인격과 그것이 비롯된 숲의 하우를 구현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보답의 의무를 지운다. 수증자는 증여자의 영에게 신세를 지고, 하우는 항상 원래의 증여자에게로 반드시 되돌아가려고 하느네, 이는 일련의 반복적인 거래를 통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다음에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선물을 받은 자는 되갚음을 통해 다시 최초의 증여자에 대한 권력을 획득한다. 따라서 이는 ‘부의 의무적인 순환, 즉 공물 및 증여’와 같은 것이다. 

 

레비스트로스, 퍼스, 오한슨의 논평

모스의 하우 해석은 세 명의 권위 있는 학자에 의해 비판을 받아왔다. 첫째, 레비스트로스는 원리 자체를 논박한다. 그는 모스가 토착적 합리화에 의존했다는 점을 문제시한다. 그가 보는 하우는 교환의 이유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람들이 우연하게도 교환의 이유라고 믿는 어떤 것이다. 모스는 민속학의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적인 것을 초월해서 심층적 실재에 도달했고 단순히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포기하고 관계의 체계에 관심을 기울인 학자였다. 따라서 그는 호혜성의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 이면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독특한 방식으로 포착했다. 하지만 그는 호혜적 교환을 통합된 원리로 생각하는 대신 파편화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그것을 다시 ‘신비적인 접합제’인 하우와 연결시켰다. 

둘째, 퍼스에 따르면 모스는 단순히 하우를 잘못 이해했다. 하우는 매우 난해하고 무정형적인 개념이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모스가 믿었던 것보다 더 수동적인 성격의 영적 원리라는 것이다. 라나피리의 텍스트는 하우가 그 근원으로 되돌아가려고 분투한다는 실질적 증거를 전혀 제공해 주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모스는 하우의 여러 유형, 즉 인격의 하우, 땅과 숲의 하우, 그리고 타옹가의 하우를 혼돈했고, 이러한 혼돈 때문에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인격의 하우는 쟁점이 아니었지만, 모스는 인격의 하우를 쟁점이라고 생각하고 마오리의 신비주의에 자신의 정교한 지적 상상력을 부가했던 것이다. 레비스트로스의 해석과 달리, 퍼스가 보기에 모스의 논지는 전혀 원주민의 합리화가 아니라 일종의 프랑스적 합리화였다. 퍼스는 호혜성을 영적인 것보다 세속적인 것으로 설명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로 선물에 대한 보답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의무수행에 대한 주된 강조는 사회적 제재, 즉 유용한 경제적 관계를 지속시키고 위세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욕구 속에 존재”한다고 했다. 

셋째, 프리츠 요한슨은 라나피리 텍스트의 해석에서 선행자들보다 다소 분명한 발전을 보여준다. 그는 지금까지 베스트를 포함한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요점을 포착하고 있다. 선물에 관한 라나피리의 설명은 특정한 의식, 즉 마오리족 사냥꾼이 잡은 새들을 위해 수행하는, 숲에 대한 보답적 희생제의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라나피리가 그러한 설명을 제공한 의도는 간단하게 호혜성의 원리를 성립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하우는 단지 ‘보답의 선물’을 의미할 뿐이다. 

 

가치재의 하우가 갖는 진정한 의미 = 증식의 힘, 풍요로움

최근 구조주의자들은 ‘모든 것은 마치’ 라나피리가 경제적 원리를 통해 어떤 종교적 개념을 설명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한다. 모스는 정확히 이를 역으로 이해함으로써, 종교적 개념을 통해 원리를 발견하려고 했다. 문제의 하우는 실제로 어떤 종류의 ‘보답’이나 ‘결과물’ 같은 것을 의미한다.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이 텍스트는 전적으로 희생제의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추가한 설명적 주석으로 간주해야 옳다. 라나피리는 선물교환 사례를 통해, 왜 사냥감 새 중 일부를 의례적으로 숲의 하우, 즉 그 풍요로움의 원천으로 되돌려주는가를 베스트에게 이해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증식의 힘(하우)을 담지하고 있는 마우리는 사제(토홍가)에 의해 숲에 배치되고, 마우리는 사냥감 새를 풍부하게 만든다. 따라서 잡힌 새들 중 일부는 마우리를 있게 한 사제들에게 의식을 통해 되돌려져야 하며, 사제가 이들 새를 섭취하는 것은 숲의 풍요로움(하우)를 효과적으로 회복시킨다. 

이렇나 거래의 측면에서 텍스트를 재고해보자. 영적이거나 호혜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한 사람의 선물이 다른 사람의 자본으로 전환되어서는 안 되고 그 결실은 최초의 소유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제 3자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제3나는 엄밀하게 하나의 결실, 즉 선물이 결과물을 낳았고 받은 자가 그것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다. 마오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지체된 보답은 관계적으로 처음의 선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다. “보답은 가능하면 등가성의 원리가 요구하는 수준을 어느 정도 ‘초과’해야만 한다”는 것이 마오리 선물교환의 일반적 법칙이다. 정확하게 하우라는 용어가 논의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지점에 주목해보면, 하우는 ‘영’이라기 보다는 선물이 낳은 ‘이익’일 것이다.

하지만 하우에는 단지 세속적인 함의만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전히 숲의 하우와 사람의 하우가 문제로 남는다. 숲과 사람의 하우는 분명히 영적인 특질을 소유하고 있다. 베스트의 논의 대부분이 영으로서의 하우와 물질적 보답으로서의 하우가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우는 애니미즘이라기보다 오히려 애니마티즘에 속한다. 하우가 마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민족지학자들의 기록에서 양자를 실질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물의 하우가 선물의 물질적 산물인 것처럼 숲의 하우는 바로 숲의 다산성이다. 하우는 더이상 구분될 수 없는 하나의 범주이다. 하우라는 용어의 명백한 ‘불명확성’은 ‘경제적인 것’, ‘사회적인 것’, ‘정치적인 것’, ‘종교적인 것’이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관계를 조직되고 동일한 활동 속에 혼합되어 있는 사회와 완전히 일치한다. 

 

『증여론』의 정치철학

모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를 만인들 사이의 만물의 교환으로 대체한다. 하우, 즉 선물 속에 깃들어 있는 증여자의 영은 호혜성에 대한 궁극적인 설명이 아니라 일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특수한 명제에 지나지 않았다. <증여론>은 일종의 원시인을 위한 사회계약이다. 사회계약의 원시적 등가물은 국가가 아니라 선물이다. 선물은 문명 사회에서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평화를 달성하는 원시적인 방법이다. 모스의 유명한 개념인 ‘총체적 급부’는 다름 아닌 ‘총체적 계약’이다. 루소, 로크, 스피노자, 홉스 등 모든 철학자는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을 국가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다. 그들은 합의에 통한 사적 권력(개인의 권리)의 소외를 주장했다. 공적 권력을 위한 사적 권력의 포기가 필수적인 사항이었다. 

하지만 선물은 법인체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단지 분절적인 의미에서 사회를 조직했다. 중요한 것은 선물이 권리가 아니라 의지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분들의 권력을 철회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대성에 부여되는 명예를 제외하면, 선물은 결코 평등과 자유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교환을 통해 동맹관계를 맺은 집단은 비록 권력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각자의 권력을 계속 보유한다. 모스는 영적으로는 루소의 후예인 반면 정치철학자로서는 홉스에 더 가깝다. 홉스에 따르면 자연 상태는 통치자가 없는, 다시 말해 ‘만인을 압도하는 일반적 권력’이 없는 사회이다. 모스는 평화의 보장을 선물에서 발견하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원시적 질서가 법의 부재 상태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모스는 원시 사회의 특정한 본성, 즉 정확히 선물에 의해 부정되기 때문에 항상 명백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본성에 입각해서 선물에 관한 일반이론을 개진했다. 하우에 구조화되어 있는 호혜적 상호작용의 강박관념은 사회에 구조화되어 있는 집단들의 혐오에 대응한다. 따라서 재화에 대한 매력의 힘은 인간들 사이의 힘에 대한 매력을 압도한다.모슨느 더 일반적인 이론적 논의에 입각해서 모든 불가사의와 특수성에 반하는 ‘이성’에 관해 설명하면서, 하우라는 모호한 힘은 망각해버린다. 여기서 선물은 다름 아닌 이성이다. 선물은 진보이다. 진보야말로 선물이 갖는 최고의 이점이다. 그는 최소한 호혜성을 평화의 원시적인 양식으로 유사하게 인정하고, 호혜성의 실행이 갖는 합리성을 공히 존중한다. 

모스 이후에 인류학은 현대 경제학과의 화해를 통해 교환을 다루는 데 좀 더 일관적으로 합리적인 성향을 보여주게 되었다. 호혜성은 순수하면서도 세속적인 성격이 강한 계약으로 아마 주의 깊게 계산된 자기 이해가 적지 않게 포함된 일련의 복합적인 고려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원시적인 질서는 분화되지 않는 일반성을 보여준다. 원시 세계는 사회적인 영역과 경제적인 영역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지 않다. <증여론>은 분절사회의 내적 취약성, 즉 그 구조적 분열성을 제시함으로써 전쟁 아니면 교역이라는 고전적 양자택일을 사회적 삶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우연적인 일화에서 지속적인 현족으로 전환시킨다. 이것이 바로 모스가 주장하는 자연으로의 회귀가 갖는 최고의 중요성이다. 이로부터 원시 사회는 전쟁상태와 전쟁을 하고 있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섭은 평화의 조약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다시 말해서 모든 교환은 그 물질적 구도 속에 화해라는 특정한 정치적 부담을 담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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