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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성부와 성자 -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1~2장 후기 (사이. 2022-0705)

[자본은 구라다] Life First, … Labor Last!

 

#6월 30일 (목), 수유너머104. 1층

6월의 마지막 날. 반환점에 선 세미나. 오늘따라 뒷풀이가 늦게까지 이어진다. 세미나 시작은 저녁 7시반, 뒷풀이가 끝난 시간은 대략 새벽 1:20? 장장 여섯시간에 걸쳐 주구장창 노가리를 깠다. 며칠이 지나 후기를 쓰려고 머리를 굴린다. 아뿔싸! 그 숱한 이바구 속에 뭔가 내가 빼먹은 것이 있었다. ‘노동자(아르바이터)라는 말의 등장’ 부분에서 나는 탄식하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하필이면 내가 그 ‘빌어먹을’ 노동자의 후예가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자랑스러운 노동자!’, ‘노동자의 자긍심!’ 어깨 너머로 본 노동자 투쟁대회에서 자주 듣던 말이다. 전후의 한국을 세계경제 10위로 만든 장본인. 제대로 총파업을 한다면 사회를 ‘Stop!’시킬 세력들. 바로 그들이 ‘노동자’다. 하기야 맞는 말일 수도. 허나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읽은 [북클럽자본] 4권을 다시 되짚어보자.

“이 중에서 마르크스가 특히 중시한 것은 생산수단을 잃은 대규모 노동인구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모든 변혁들이 획기적이었지만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은 많은 인간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자신의 생존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의지할 곳 없는 무일푼의 프롤레타리아로 노동시장에 투입된 순간이었다.” (26쪽)

“참고로 노동자를 칭하는 독일어 '아르바이터'(Arbeiter)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즈음이었다고 합니다. 광부들은 오랫동안 소규모 독립 장인집단으로 존재했습니다. 동업조합 소속이었죠. 그런데 15~16세기에 상인의 통제 아래로 들어갑니다. 더 많은 금속을 캐려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는데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권양기도 설치해야 하고 지하수도 퍼내야 하니까요. 소규모 장인집단이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큰 상인들이 나타났죠. 그렇게 해서 한쪽은 돈을 대고 다른 한쪽은 노동을 제공하는 형식이 만들어졌습니다. 동업조합원이었던 광부들은 점차 상인에게 종속된 임금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르바이터'였습니다.” (27쪽~28쪽)

아하, 태초의 노동자라는 말이 생겨난 데는 이렇게 슬픈 역사가 있었다니! 우리가 part-time job(시간제근무)을 말할 때 쓰는 ’아르바이트‘가 독일어에서 왔다는 건 알았다. 근데, 그 말이 이런 참혹한 과정 속에서 만들어졌단 말인가. 노동자는 자본주의 출현을 위해 자본가에, 시스템에 종속되어야 했던 것이다! 동업조합원이던 광부들이 상인에 종속된 임금노동자로 전락했다. (봉건영주에게 부역을 하거나 세금을 냈겠지만) 자연과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일하던 농민들이, 마지못해 철야작업을 하는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생산수단을 잃었다. 오로지 제 맨몸뚱이에서 나오는 힘을 팔아서 살아야 한다.

자본가는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전등빛에 달려드는 벌레처럼 ’자본의 노예‘가 된다. 노동자는 그런 자본가가 자본을 축적하도록 ’자본가의 노예‘가 된다.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가 된다는 말이다.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영광'이 아니라 '치욕'이다.

 

#7월 1일 (금), ◯◯IL센터 프로그램실

앞의 장면에서 넘어와 해가 떴다. 7월의 첫 날이다. (한 해도 벌써 꺾였다.) 장소는 직장. 아침부터 워크숍이다.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계획을 한단다. 담당자들끼리 한 시간 남짓 회의를 하고 있다. 갑자기 중간에 대표님이 들어오신다. 대표님이 참석하고 십 분도 안 지났을까. 내 옆에 앉은 직장동료는 타박을 듣는다. “워크숍 안건지에 아무도, 아무 내용도 안 적었다. 평가를 하려면 자료가 있어야지. 평가할 꺼리도 없는데 어떻게 평가를 하나? …” 대강 이런 얘기다. 맞는 얘기긴 하다. 결국 그날 워크숍은 그대로 쫑이 났다.

“평가항목을 좀 제대로 갖추자. 항목에 맞게 담당자들이 모두 내용을 채워오자.” 이렇게 기약하고 다음주 수요일에 다시 열기로 했다. 여기까진 괜찮다. 대표님이 거의 말미에 나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이 일자리 사업은 oo선생님이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허걱! 내가 이 사업의 총괄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다음 워크숍 안건지양식도 내가 만들고 최종취합도 내가 한다. 

하필 이날은 '불금'이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니 두 시간이 남는다. 고민에 고민이다. 워크숍 안건지를 만들고 퇴근할 것인지. 아님 주말을 화려하게 보낼 위대한 플랜을 짤 것인지. 당연히 난, 후자를 택했다! 회사 컴퓨터로 재빨리 개인폴더에 '주말 일정계획표.xls' 파일을 만든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가로필드는 [할 일], 세로필드는 [시간]을 넣는다. 시간순서대로 알차게 채워나간다. ‘집 근처 체육관 등록 여부 결정’, ‘명동에서 옷사기/점심식사’, ‘북클럽자본 후기/발제’, ‘폰요금제 변경’, ‘◯선생님 연락하기 (◯선생님=예전에 썸을 탔던 분)’…

 

#7월 2일 (토) 낮, 명동

토요일에 계획대로 명동에 행차했다. 쇼핑을 하러 돌다가 마지막 코스에 당도했다. 롯데백화점. ‘어라, 근데 1층에 이게 뭐지?’ 크고 작은 책들이 매대에 놓여있다.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곳이란다. 책제목들이 내 입맛을 다신다. 저자들 중에 나같은 직장인들이 꽤 많았다. 

[가스, 라이팅을 꺼라!] 출판사편집자의 직장 내 가스라이팅 극복사례 | [회사의 잔상] 30대 공무원의 공직생활 이야기 | [조카 크레파스 십팔색 같은 회사이야기] 제목만 봐도…^^! 허겁지겁 들여다본다. 이 밖에도 독립출판의 코스모스는 무궁무진히다. 자기집을 대폭 정리하고 꾸민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 이직할 때 체크할 내용을 담은 워크북(저자 본인도 이직할 때 써먹었단다.)… 백화점 한복판에서 책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18시!(이런 십팔), 이 시간은 ‘워크숍 안건지’는 물론 [북클럽자본]의 후기와 발제까지 모두 마쳐야 할 시간! 밥을 사먹고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갔다.

 

#7월 2일 (토) 저녁, ◯◯IL센터 사무실

워크숍 안건지 양식 제작에 들어간다. 2시간이면 떡을 칠 줄 알았는데. 근데 웬걸, 어영부영 하다가 자정이 넘어갔다. 이런 미친!! [북클럽자본] 발제는커녕 후기도 못 썼는데……. ㅠ_ㅠ 일요일은 목욕탕과 수유너머 요가반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결국 워크숍 안건지는 월요일 아침에야 완성이 됐다.

 

#7월 4일 (월) 저녁, 집

방만한 주말운용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날 명동에 간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월요일 저녁에 갑작스레 대표님이 워크숍 관련해서 다시 한마디 거들었다. 미리 검토하게 내일 오전까지 취합한 워크숍 안건지를 달란다. (>_<) 곧 나는 사업팀 동료들의 원성을 들었다. “왜 이렇게 워크숍 안건지를 빡세게 만들었냐?”고.

 

#7월 5일 (화) 아침 6시 반, ◯◯IL센터 사무실

한 명은 야근을 했고, 한 명은 화요일 아침에 평소보다 많이 일찍 출근했다. 나 역시 자료를 취합하기 위해 6시 반에 출근했다. 무엇보다 직장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구조를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뼈아팠다. 뜬금없지만, 여기서 [조카 크레파스 십팔색 같은 회사이야기] 책서두에 나온 문구를 인용한다.

십팔색의 크레파스 같았던 회사는 몇 년 뒤 / 조카 크레파스 십팔색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개나리 십장생으로도 모자라 / 이런, 조카 크레파스 십팔색 같은!

MZ세대는 '워라밸'을 추구한단다. Work & Life Balance = 일과 생활의 균형? 쳇, 고작 워라밸이라니. 그럼 난 L.F.L.L.의 전도사가 될란다. 맑스 교주의 [자본]이란 복음서를 옆구리에 끼고서. Life First, … Labor Last!  삶이 먼저, … 노동은 맨나중! (※ 손모가지를 걸고 이 말은 정말 내가 만들었다. 혹시 나보다 이 말을 먼저 쓴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기막힌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내 삶이 맨 앞에 와야 한다. 노동은 맨 나중이다. 그 사이 '…'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이든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놀이, 여가, 안식, 연애, 취미, 공부, 관계, 여행

인류의 전(全) 역사에서 임금노동자의 출현은 당연히 자본주의의 역사만큼 짧다. 임금노동을 하는 삶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임금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내 삶에서 되도록 적게 만드는 게 내 몸에 낫지 않을까. 그 놈의 워크숍 안건지는 다행히 오늘 am11:58에 넘겼다. (이 안에 동료들의 고혈을 짜넣었다. 나도 눈이 감긴다.@~@) 원래 이 글도 일하다가 잠시 짬을 내서 쓰고 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싶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땡땡이를 쳐라!”

P.S. 만일 이렇게 말해도 ’땡땡이치기‘를 주저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살포시 다가가서 귀띔해줘라. “억울하지도 않냐? 너를 고용한 사람은 지 마음대로 땡땡이 치고 있을 걸? 솔직히 말해서 걔가 너보다 일 많이 하냐?”

 

※ 이 글은 제가 존경하는 야구 칼럼니스트 백종인 선생님의 [야구는 구라다]의 문체를 따라 쓰려고 무진 애를 썼음을 밝힙니다! 아래 칼럼은 자본주의 스포츠의 총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의 부상과 먹튀논란 관련한 글이어서 슬며시 남겨봅니다. 이 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니다만 ~~ (역시 프로선수는 돈 때문에 말이 많죠^^;;)

류현진을 향한 비판과 논란에 대해 [야구는 구라다] http://osen.mt.co.kr/article/G111187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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