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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자본_후기] 7권(1~2장) 따진다는 것!

파도의 소리 2022.09.19 23:55 조회 수 : 113

'따진다는 것'에 관하여

 

  우리는 흔히 따지는 것을 좋게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은 치졸한 것, 쫌생이 같은 것으로 느낀다. 그러나 맑스는 누가 뭐래도 세계 제일의 따짐쟁이다. 그는 잉여가치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적 잉여가치, 그리고 특별 잉여가치까지 따진다. 그 뿐만 아니라 협업의 가치도 노동자의 것이라고 한다. 자본가들은 뭘 그렇게 사소한 걸 가지고 따지냐고 바라본다. 마르크스는 대답할 것이다. 뭘 그렇게 이윤을 따지냐고. 마르크스의 치밀한 분석은 철저한 과학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밝히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따지는 것은 진실을 가리는 장막을 없애는 것, 플라톤의 비유대로 동굴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따진다는 표현은 진실을 숨기는 강자의 편향적 표현일 뿐이다. 플러스) 군대에서 상사 앞에서 휴가계산하는 게 긴장이 되었다. "혹시라도 휴가가 하루라도 빠질까, 그리고 빠지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따지면 쫌생이로 보이는 거 아니야?" 다행히 놓친 휴가 하루를 받았지만 대범하지 않게 보일까봐 걱정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상사는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생각하는데!’ 같은 뉘앙스의 말을 병사들 앞에서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해명되고, 모든 것이 제 가치대로 분배되면 그걸로 만사 오케이인가? 어쩌면, 자원 분배의 영역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ex)경제, 정치. 내가 궁금한 것은 ‘따지는 것, 몫을 나눈다는 것이 역사적, 사회적으로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개념은 그러한 개념이 필요할 때 형성된다면, 따지는 것은 먼 옛날에도 존재했을까? 전문적인 역사학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답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다음에 나올 얘기는 그냥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이니 어디 가셔서 말하지 마시도록. 근대적인 회계는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차변(자산)과 대변(부채+자본)은 ‘반드시’ 동일해야하고 순수익을 ‘정확히’ 계산해서 구성원들에게 ‘정확히’ 나누어야 했다. 왜냐하면 사업이 커지면서 계산은 복잡해졌고 이에 따른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정확히 분배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이 따지는 정신이 발전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n빵(n분의 1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라든가 더치페이도 이런 계산적 정신의 연장선 아닐까? 그것은 합리적, 뒤끝 없음, 개인주의의 우월을 주장하지만 거래관계가 아닐 때도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조금 섬뜩하다(비록 온전히 개인들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극단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이익과 비용을 계산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이것은 약자가 강자에게 따질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쿨’하고 ‘합리적인 것’은 어느새 ‘찌질’하고 ‘감정적’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것으로 외면받는다. 그것은 가스라이팅과 결합되면서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따지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것이다. 원래 나의 몫을 주장하는 것, 그것은 동시에 기존의 논리를 전복시켜 위선을 드러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따지는 정신은 우리에게 삭막함과 동시에 약자의 몫을 지키는 무기를 주었다고. 그래서 이상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긴장감을 주는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이것은 너무 과감한 추측이 아닐까, 그래서 확신은 없다.)

  또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따지지 않는 사회도 존재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나는 할 수 없다(어쩌면 과거의 원시 공동체?). 그리고 이런 사회가 좋은지, 실현가능한지는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아니고, 그렇게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떠오른 생각은, 만약 그런 사회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마르크스도 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신의 기여라는 생각, (자신의 몫)=(전체 생산물)*{(자신의 기여)/(전체의 기여)} 라는 공식은 특수한 사회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종을 비교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일개미들은 자신들의 몫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조차 불사한다.) 어쩌면 따진다는 것이 애초에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나는 마르크스의 시도를 포함해 가치의 근원을 찾는 것이 어쩌면 무모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마르크스의 논의는 ‘노동자를 위해서’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 그 자체로 역사적인 특수성에서 놓여야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도 많은, 잡다한 생각이 있지만, 그것이 너무 지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 같아서 이만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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