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품교환 안에 화폐가 있다- 화폐형태의 발생 기원
상품은 가치다. 상품이 단순한 노동생산물이 아니라 상품이 된 이유는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화폐를 가치의 현상형태로서, 즉 자신을 직접 드러낼 수 없는 가치가 ‘사물의 몸’을 빌려 우리에게 나타난 형태로 다룬다. 정치경제학자들이 화폐를 보고 놀랐다는 것은 가치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놀라운 것은 두 상품의 교환, 즉 상품들의 가치관계이지 화폐가 아니다. 화폐란 가치형태에 불과하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갖는다. 상품은 사용의 대상이자 가치를 지닌 물건이다. 그런데 가치는 감각적인 것이 아니어서 상품 자체에 가치는 내재하지 않는다.
예) 발터벤야민 “만국박람회는 소비로부터 밀려난 대중이 교환가치를 배우는 고등학교이다.”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말 것”
상품에 내재한 가치와 부활한 예수 왈 : 나(몸)를 만지지 마라, 거기 어디에 내가 있느냐.
가치는 사회적인 것이다. 상품이 가치를 갖는 것은 “모든 상품들은 인간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 속에 숨은 가치를 알려면 상품 바깥에서 맺어진 ‘관계’, 즉 그 상품이 다른 상품과 맺는 ‘관계’를 알아야한다.
노동의 이중성
마르크스는 구체적인 ‘유용노동’과 ‘추상노동’을 구별한다. 구체적인 사용가치를 갖는 현물을 생산하는 노동들은 상이하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을 일정 비율로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공통된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 노동들은 상이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인간노동력의 발휘다. 이때 인간은 개별 인간이 아닌 평균적 인간이다, 이 인간이 수행하는 노동이 ‘추상노동’이고, 추상노동에는 평균적 인간이면서 ‘추상적 인간’개념이 전제되어 있다.
구체노동의 산물은 ‘현물로서 상품’이고 추상노동의 산물은 ‘가치로서 상품’이다. 구체노동이 현물을 생산하는 노동이라면 추상노동은 ‘가치형성 노동인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은 노동이 갖는 두 가지 면모이다.
인간행위로서의 노동=노동력을 사용하는 활동
상품에 담긴 가치로서의 노동= 노동이 상품에 들어가 ‘응고된 것’
(상품에 담긴 일정량의 ‘노동’이 바로 가치다.)
가치의 거울과 등가형태
한 상품의 가치는 다른 상품을 통해 표현된다. 상품 A는 자신의 가치를 자기 바깥에 서 있는 상품 B의 형태로 ‘마주’ 본다. 이것이 마르크스가 말하는 대상성이며, 화폐란 일반화된 등가형태에 불과하다. 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것은 “상품세계의 모든 상품들이 등가형태로부터 배제되는”것과 같다. 프루동은 화폐를 없애고 생산자들이 상품을 직접 교환할 수 있게 하려했으나 이것은 교황만 없애면 카톨릭 신자들이 모두 교황이 될 수 있다는 착각과 같다고 마르크스는 푸르동을 조롱한다. 상품이 있는 한 화폐는 있을 수밖에 없다.
상품 됨의 폭력
일반적 등가물과 교환된다는 것은 해당 물건이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상품’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상품이 된다는 것은 순응을 강요받는 것, 복종해야 하는 것, 즉 폭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력의 사용에서 발생하는 착취 이전에 ‘노동력의 판매’ 자체가 폭력이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상품화에는 권력이 개입한다. 노동자는 순응자, 예속자가 됨으로써만 노동력을 상품화 할 수 있다. 노동자는 자본의 주권을 승인함으로써만 상품의 자유로운 판매자가 되는 것이다.
‘가치형태’의 제 4형태- 화폐형태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는 상품은 모두 화폐로 기능한다. (예; 쌀, 옷감, 담배, 카카오 열매, 아마포, 금, 은, 구리, 화폐) 화폐형태에 이르면 가치형태는 ‘가격’이라는 말로 바뀐다. 하지만 가치와 가격을 혼동해선 안 된다. 가치는 그 자체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이 가치를 표현하는 것임에도 가격 변동은 가치 변동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런 괴리현상은 상품의 가치형태에 내재된 성질이다. 화폐형태의 발생은 역사적 발생이라기보다 논리적 발생이다.
5. 물신주의- 춤추는 책상
상품은 단순한 노동생산물이 아니다. 노동생산물인 책상이 ‘상품’이 되는 순간, 책상은 현물형태로서는 분명히 감각적이지만 거기에 ‘초감각적인’ 무언가가 달라붙는다. 바로 ‘가치’인 것이다. 이 가치의 유무가 상품과 노동생산물의 차이다. 즉, 상품이 존재한다는 것은 가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책상이 상품이 되는 순간 생겨난다는 ‘신비’를 마르크스는 가치가 나타나는 ‘형태’에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가치 대상성!) 감각할 수 없는 가치가 감각적 대상의 형태로 마주 서 있다. 가치가 어떤 사물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품들의 교환에서 생산자들의 모습은 감춰진다. 아마포와 저고리의 관계가 아마포 생산자와 저고리 생산자의 관계를 대신한다.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사물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는 것이다.
상품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지 않으며 다른 상품과의 교환비율로 가치를 표현한다. 하지만 상품들 사이의 관계, 즉 교환비율 역시 그 상품들 사이의 자연적, 물리적 관계가 아니라, 해당 상품을 생산한 인간들의 사회적 필요노동과 관계된다. 관계를 사물로 혼동하고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사물들 사이의 관계로 보이게 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전형적인 물신주의 사회임을 보여준다. 마르크스가 인식하는 물신주의는 상품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상품 일반의 객관적 성격이며, 발전된 서구 자본주의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상품 물신주의는 소비자의 문제이기 이전에 상품 자체의 문제다. 물신주의는 주관적 현상도, 현실에 대한 그릇된 자각도 아니다. 이것을 없애려면 이것을 낳는 “사회적 관계를 제거”해야 한다. 상품사회,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극복해야한다.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생산양식일 뿐
자본주의 역사성에 대한 강조는 자본주의가 자연적 체제, 인간본성에 부합하는 체제라거나 자본주의가 가장 발전된 형태로서 영원할 것이라는 주장을 기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른 사회형태와 다른 생산양식의 사회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상품을 둘러싼 모든 신비들은 “우리가 다른 생산형태로 이행하자마자 곧 사라져버린다.”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매우 특수한 사회형태이며, 상품 물신주의, 아니 그 이전에 상품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 역사적 형태에 고유한 것임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를 다루려면 자본주의에 낯설어져야 한다. 자본주의가 독특한 것으로 이해되었을 때 자본주의가 제대로 이해된 것이다. ‘상품’은 우리가 앓고 있는 증상이다. 마르크스의 비판은 우리가 앓고 있는 이 증상에 대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댓글 5
-
플레인
막스가 왜 추상노동'의 개념을 끌어와 논리전개를 펼치기 시작했는가?에 걸려서
책 읽기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여전히 헤매고 있다.
글을 써내려가면서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적어봅니다
어느부분에서 추상노동을 포함한 자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제가 오류에 걸렸는가?를 다른 선생님들이 지적해주시면 자본읽기 방향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론 : 상품 교환은 상품의 생산성이 동일한 경우 일어나는데,
교환이 이루어지는 출발점을 (유용노동의 사용가치를 제거하고) 추상노동을 사용해
노동의 이중성 (동일 생산성에 의한 교환가치에 의한 상품가치 결정에 있어,
상품가치를 만드는 노동자는 가치의 소유자가 될 수 없다.)을 설명하고
그 토대위에 자본'의 논리를 전개하고자 했다?
즉,
1) 상품이 질적 quality 사용가치에서 교환이 이루어지는 순간 양적 quantity 추상노동만
남게 된다는. 이론전개는
교환을 위해 사용가치를 삭제해 버림으로써 (삭제해 버린게 맞는가?)
- 스미스(리카도)의 '생산에 투여된 노동의 실질 양(투입 노동시간)' 을 인정하는 가운데
- 막스의 이론을 정립시킨다.
즉, 상품가치=추상노동시간의 총 량 (amout of value) 으로
: 상품교환은 '추상노동 생산성이 동일 한 경우'에만 이루어진다.
: 이 때 노동이 갖는 '노동의 이중적 성격'으로 인해 동일시간 동일조건에서
생산력이 증가할수록 사용가치 qantity가 증가 -> 상품의 중요도(효용?) 감소
-> amount of value를 감소 -> 교환가치 감소 ->
(교환의 조건인 동일 생산성 유지를 위해 ) 투입 노동시간이 감소
->실업/공항 발생 주장?
: 생산력이 증가할수록 '단순한 평균노동' 시간은 주어진 사회적조건에 의해
노동자의 배후에서 단순평균노동'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데
즉 숙련도 높은 노동자의 생산력을 기준으로 평균노동시간이 정해지므로
노동시간을 투여하는 노동자는 '단순한 평균노동'의 결정에서 제외되고
부르지아와 시장에서 수용되는 상품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수동적 위치에 있게
됨을 주장?
2) 개념 이해가 무척 어려움 : 자연물+노동투입 = 상품가치가 된다고 할때,
사용가치를 추상해 버리면 material이 추상되며 사라짐으로써
교환되기 위해 남는 무엇이 구체적 노동이 아닌 추상적 노동이 된다는
주장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그냥 외워버렸음.. 살면서 답 찾기로함 ^^::
이 부분이 관념 --> 노동시간이라는 구체적 물질에 넣은 유물론' 방법일 수
있나? 생각해 봄요 . /
-
플레인
자본,강신준, p144, 주석31
: 고전경제학은 ~ 노동의 단순한 양적 구별이 노동의 질적 통일성또는 동일성을 전제하고, 따라서 노동의 추상적 인간노동으로의 환원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고전파 경제학은 깨닫지 못하였다.
: 1) 번 질문의 답 찾았습니다 ^^
W-G/G-w식으로 대치하는 방식(변증법?)으로 전개해간다면..
들뢰즈는 어떤 형태로 문제 해결 전개/방법 찾기를 하는걸까?
공간에서의 움직임의 형태 변화 자체로..??
-
플레인
상품의 전화 //...(헤겔의 개념이 필연에서 자유로 이행되는 것 ?)
-
유택
이번 세미나 분량에서 인상 깊었던 세 부분 입니다.
Q1) p120 전개된 가치형태(제2형태)에서 일반적 가치형태(제3형태)로 넘어갈 때 뉘앙스 차이를 알겠냐고 저저가 물을 때 ‘오 진짜 그렇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식의 좌우만 바꾸었을 뿐인데 등식 전체의 성격이 변하게 되는 기묘한 효과! 등식 오른쪽에 위치해 ‘일반적 등가물’이 되면, 이제 척도 행세를 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그 일반적 등가물을 다르게 보기 시작합니다. 표상권력, 대표권력.
일반적 가치형태(제3형태)는 상품에게 ‘상품으로 인정 받으려면 순응할 것’을 요구합니다.(121)
Q2) P115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흔한 화폐의 기원은 이런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나도 어린아이한테서 화폐는 왜 생겼냐고 질문을 받으면 통상적인 답변을 그렇게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야~ 아니라구~’라는 고병권샘의 육성이 들리는것만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생각에는 아주 그럴듯한 전개이지만 역사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나 이런 전개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156)
이렇게 본다면 스미스나 리카도가 재화를 교환하는 자연적 인간을 가정할 때 그들은 사실 당대의 자본주의적 심성을 가진 인간을 원시적 환경에 던져 놓은 것뿐입니다(156)
Q3) p152 상품 물신주의는 소비자의 문제이기 이전에 상품 자체의 문제입니다. 상품의 규정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도심의 자투리 땅이 아파트 두 채로 보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 아파트가 거주공간이 아니라 몇 억짜리 돈으로 보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생략)... 그는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대상적으로 나타나는 가상을 결코 몰아낼 수 없다”라고 했지요. 설령 상품의 가치가 실제로는 그것을 생산하는데 지출한 인간노동의 물적 표현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그런 가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토론주제] 2권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4~5장)
Q4-1. 모든 가치형태의 비밀은 단순한 가치형태 속에 숨어있다!? (2권>4장)
Q4-2. 상품의 가치는 상품과 상품의 관계이다!? (2권>4장)
화폐의 신비(화폐가 상품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착각)는 어떻게 생기는가?
Q4-3. 상품교환(단순한 가치형태) 안에 화폐(화폐형태)가 있다!? (2권>4장)
Q4-4. 가치와 가격의 괴리현상은 상품의 가치형태에 내재된 성질이다!? (2권>4장)
Q5-1. 자본의 운동은 어째서 환상인가? (2권>5장)
Q5-2. 맑스: 상품의 신비한 성격은 ‘형태Form’ 자체에서 온다!? (2권>5장)
고전경제학자들이 가치형태를 소홀히 한 이유는 무엇인가?
Q5-3. 물신주의란 무엇이며, 장애차별주의ㆍ인종주의는 왜 물신주의인가? (2권>5장)
Q5-4. 춤추는 책상이란 무엇이며, 이 현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2권>5장)
상품 물신주의란 무엇이며, 상품의 가치형태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Q5-5. 비자본주의사회에서는 왜 상품 물신주의가 생겨나지 않는가? (2권>5장)
Q5-6. 상품 물신주의는 주관적 착각이나 상품에 대한 애착과 어떻게 다른가?
상품 물신주의 사례와 극복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
Q5-7. 맑스는 새로운 사회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투명한 사회, 탈주술사회로 묘사한다. (2-5장)
저자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유령의 공산주의적 형태’, ‘마술적 마르크스주의’를 제안한다!
Q5-8. 정치경제학이 자본주의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자본주의의 역사성 부정1: 자본주의를 자연적이고 영원한 것으로 본다.
- 자본주의의 역사성 부정2: 자본주의를 인류역사의 ‘목적’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