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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철학자, 우리 심리학자, 우리 비도덕자' 니체가 말하는 이들 존재는 자신의 동류로서 자기와 함께 시대를 넘어설 자들을 말합니다. 즉 니체의 텍스트를 읽고 그런 방식으로 살기를 의지하는 모든 자들 말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어떤 철학자, 어떤 심리학자, 어떤 비도덕자'로 읽는 것은 니체적 방식이 아닐 것입니다. 니체는 [바그너의 경우]에서 '철학자'에 대해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철학자란 어떤 사람인가?

"한 철학자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에도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자기시대를 자기 안에서 극복하면서 시대를 초월하는이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대상은 무엇인가? 그를 그 시대의 아들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바그너의 경우] 서문에서 니체는 철학자의 과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의 과제에 의해 정의된다고 할 때, 철학자는 '자기 시대를 초월하는 자'이며, 따라서 그를 '자기 시대의 존재로 가두는 것'에 대해 대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를 시대의 아들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자! 나는 바그너만큼이나 이 시대의 아들이다. 내가 한 사람의 데카당이라는 말이다. 바로 이것(*내가 데카당이라는 것)에 내가 저항했다. 내 안에 있는 철학자가 이것(*내가 데카당이라는 것)에 저항했다. 이런 과제를(*내 안의 데카당에 대한 저항) 위해서 나는 나를 단련시킬  필요가 있었다. 바그너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현대적 ‘인간성’을 포함해서 내게 들어와있는 온갖 병증에 대항하는 것이 필요했다." 니체는 '자신을 시대의 아들로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임을 드러냅니다. 즉 자신이 바그너만큼 시대의 아들이며, 데카당이라는 반성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면 이제 니체가 대결해야 할 대상이 분명해집니다. 바로 자기 외부에 존재하는 바그너나 데카당스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데카당스와 대결하는 것입니다. 외부에 존재하는 바그너와 쇼펜하우어, 현대적 인간성이 아 아니라, 이들을 포함해서 내 안에 들어와있는 온갖 병증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결국 철학자란 누구일까요?

그렇다면 니체적 의미의 철학자는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시대를 넘어 다른 시대를 생성하는 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은 바로 철학자라는 존재의 '자기 안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자기 안에서 자기 시대를 넘어서야 하며, 자기 안에서 다른 시대를 생성해야 하는 것! 그리하여 '지금 여기에서 미래를 구성하는' 누군가가 없다면, 다른 시대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시작되는 미래는 '현재 다음의 시간'이 아니라, '현재에 존재하는 변화와 생성'일 것입니다.

 

*데카당스 : ‘힘에의 의지’의 퇴화현상 / 하강하는 삶의 징후 / 퇴화하는 이상, 퇴화하는 가치의 생리적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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