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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권력의지1권_1.니힐리즘

정웅빈 2020.05.21 13:01 조회 수 : 133

  니체적 관점에 따르면 선과 악, 강함과 약함과 마찬가지로, 건강과 질병은 이분법적 대립을 이루는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 그저 차이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의 생명 현상이다. "건강과 병을, 살아 있는 유기체를 노려 서로 싸우면서 그 유기체를 결투장으로 바꿔놓은 그런 명백한 원리나 실체로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이며, 더 이상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니체의 핵심 개념인 (힘에의) '의지' 또한, 강한 의지/약한 의지로, 대립적 구분이 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의지적 존재인 인간의 복합적이고 다수적인 내적 "충동들"이 얼마나 가장 강력한 하나의 의지에 복종하여 통일체를 이루는가, 아니면 그러한 충동들이 얼마나 파편화된 혼란 상태를 이루는가에 따라 동일한 의지를 "강한 의지"와 "약한 의지"로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마음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춤추는 별과 같은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저는 여러분께 장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니체는 자신의 저서 [도덕의 계보]를 통해, 강자와 약자의  '차이'는 그러한 힘(왜냐하면 모든 것-생명-은 '힘'의 발산이기 때문에)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혹은 '비열한 것인가' 하는 위계질서를 상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계질서의 준거는 어떠한 당위에 의한 것이 아닌 니체적 관점-해석-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선과 악의 기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니체에 따르면 강자는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능동적 인간이다. 약자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수동적(무력한) 인간이다. 강자는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긍정한다. 약자는 강자를 비방(저주)함으로써 자신을 긍정한다. 강자는 자신에게 이로운 것들을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그런데 자신이 좋은 기분을 느끼는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모든 강한 천성들의 근본적인 본능이다.") 약자는 강자들을 '악한 자'들로, 이와 대비되는 자신들을 '선한 자'들로 규정하고 선과 악을, 도덕을 정립한다. "이들 약자들-그들 역시 언젠가는 강자가 되고자 한다." "도덕을 추구하려는 의지조차도 증오나 경멸과 마찬가지로 "힘에의 의지"를 가리는 은폐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 결국 이렇게 "이 가치들의 비열한 기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지금, 우주는 가치를 상실한 것 같고 "무의미한" 것 같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 3논문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의욕하지 않는 것보다 무를 의욕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해서 말한 바 있다. 인간은 기독교 도덕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자신의 존재와 고통의 "의미"를 항상 자신의 외부에서, 금욕주의적인 이상에서, 그러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월적 가치들에 의해 부여받고자 하였다. "무엇을 위해서?라는, 니힐리즘이 제기하는 질문은 목표란 것은 외부에서, 어떤 초월적인 권위가 제시하는 것이라고 전제해 온 오랜 습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진리와 학문을 통해, 순수한 인식과 예술을 통해, 근면함과 노동을 통해,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종교와 신의 뜻이라고 하는 '이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를 경멸하는 유일한 이유는 "이상주의"라 불리는 터무니없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초월적 가치들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세계와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한 무의미성을 낳게 된다. "철학적인 니힐리스트는 모든 현상이 무의미하고 헛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은 헛되다.'고 하는, 인간이 느끼는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가치 평가는, 인간이 현재 "자기 스스로 어떤 목표나 이유, 신앙을 생산적으로 설정하는 힘을 결여"하고 있다는 징후일 뿐이지, 정말로 삶과 세계가 그 자체로 가치가 없으며 무의미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세상은 우리가 믿어온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녔을 수도 있다." 

  니힐리즘 안에서 인간은 오직 쾌락과 고통의 원리에 따라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쾌락과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의미"는 없으며, 더 이상 인간에게 "의지나 목표, 의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오로지 더 이상 고통당하지 않는 그런 상태를 갈망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인간에게 삶이 "질병의 바탕으로 경험"되고 있다는 하나의 징후일 뿐이다. 인간이 겪는 니힐리즘은, "존재에 따른 고통이 이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고통의 "의미"를, 존재의 "의미"를 불신하게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니체는 힘에의 의지를 지금의 지배가치-무의미에 대한 가치(?)-를 극복하는 새로운 가치정립의 원리로 제안한다." 기독교의 도덕도, 쾌락과 고통도 아닌 '힘에의 의지'는 어떻게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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