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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104_ [베르그송 기획세미나]_ 『물질과 기억』_김충한 선생님

 

기억을 물질과 독립적인 것으로 고찰해야 하는 이유

-제1장 표상을 위한 이미지드의 선택: 신체의 역할(2)_pp79~133

발제문_ 20180917월_이미라

 

신경계와 뇌는 자극과 반응 체계로서 자극으로 들어온 운동을 분석하고 반응으로 행사할 운동을 선택하는 기능을 한다. 신경계와 뇌의 이러한 분석과 선택의 과정은 생명체의 비결정성을 결정성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뇌수는 표상을 한정하게 된다. 표상을 한정하는 이유와 방식, 즉 “무한수의 다른 이미지들은 배제된 채로 있는 데, 왜 그리고 어떻게 이 이미지가 나의 지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선택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유일한 문제”가 된다.(77)

베르그송은 우선 지각과 운동의 관련성을 검토한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지각은 감각중추만큼이나 운동중추와도 관련되어 있다. 지각은 “주변에서 중심으로 향해 가는 섬유들”과도 관련되어 있지만 동시에 “나의 운동적 활동에 기초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공간적인 점들”과도 관련되어 있다.(82) 후자, 즉 운동적 활동에 “제기된 각 질문이 바로 사람들이 지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82) 지각의 감소 역시 감각중추와 운동중추와의 관련 속에서 설명된다. 지각은 “각각의 섬유 중 하나가 절단될 때” 감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안정된 습관이 획득”되어 “완벽하게 준비된 대답이 질문을 불필요하게 만들”때도 감소한다.(82) 그러나 지각이 감소됨에 따라 “사라진 현상”은 두 경우 모두에서 “지각을 이미지로부터 이끌어내는” “분별”이기 때문에, “지각은 전체적으로 볼 때 신체의 운동하려는 경향 속에 그것의 진정한 존재이유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82~83)

표상은, 유년기의 지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공통적인 것, 즉 “비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귀납의 힘”과 주관에 의해 “우리의 신체를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표상이 된다.”(84~85) 이러한 표상의 형성 및 작동 방식은 앞서 제기한 문제, 즉 왜 하필 다른 이미지를 배제하고 그 이미지를 선택했는가의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물질적 세계 일반에 단번에 위치하여, 나의 신체라고 불리는 이 행동의 중심을 점차적으로 제한하여, 그것을 다른 물체들로부터 구별”(86)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상의 형성 및 작동방식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87)이 있다. “나의 의식적 자아로부터 나의 신체로, 그리고나서 나의 신체로부터 다른 물체들로 나아”(86)간다는 보는 생각으로서, 이에 따르면 우리는 “순전히 내적 상태들을 우리 밖에 투사”(87)하게 된다. 이러한 ‘환상’을 깨기 위해 베르그송은 환상을 불러일으킨 세 가지 “실제적 사실”(87)을 검토한다. 감관이 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신경들에 특수한 에너지가 있다는 가정과 관련된 사실, 표상에서 정념으로의 이행과 관련된 사실 등이 그것이다.

첫째로, “우리의 감관이 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자아에서 물체로 나아간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시각이나 촉각 등 어떤 감관도 “자신의 인상들을 곧바로 국재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련의 비교와 귀납”을 통해서만 우리의 인상들은 “정돈”되어 상호간의 관계를 정할 수 있다. 그런데 ‘비교과 귀납’의 과정을 거친다는 말은 감각들이 상호조정되어 자기의 고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신체의 이미지가 중심이고 거기에 다른 모든 이미지를 연관시킨다고 보는 관점에서도 감관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다. “다양한 감관들이 제공하는 동일 대상의 상이한 지각들은 서로 결합된다고 해서 대상의 완전한 이미지를 재구성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감관들의 교육”이 각 지각 간에 존재하는 “간격들을 메우기 위해” 필요하게 된다.

둘째로, 신경에 “특유한 에너지”(93)라는 가정 아래 외적 신경이나 전기적 흐름을 이용하여 감각 신경을 자극하면 그에 상응하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자아에서 물체로 나아간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주장은 우선 생리학자인 로체에 의해서 거부된다. 왜냐하면 그 주장대로라면, 가령 “음파들이 눈에 빛의 감각을 주거나, 빛의 파동들이 귀에다 소리를 듣게 할 것”(92)을 기다리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자극의 종류에 관계 없이 단지 감관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감각이 생겨난다는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르그송이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감각들이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베르그송이 보기에 사람들이 말하는 감각들은 “우리 신체 밖에서 지각된 이미지들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신체 자체 속에 위치한 정념들이다.”(94) 이제 베르그송은 “왜 각각의 감각 신경들이 감각의 결정된 양태에 따라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정념의 본성을 깊이 파고들어”(94)간다.

세째로, 바로 이 “정념의 본성”과 관련된 것으로서, “사람들이 공간을 점하는 표상적 상태에서 비연장적인 것처럼 보이는 정념적 상태로 서서히 이행한다는 사실”(95)이다. 만일 실재론자들과 관념론자들처럼 정념에서 객관세계의 표상으로 점진적인 이행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표상으로부터 먼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표상이 우리로부터 나온 것이 될 것이다. 이와 달리 베르그송은 “지각의 범위가 생명체가 처리하는 행동의 강도에 연결”(61)되어 있기에 “정념과 지각 사이에 본성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96)다고 본다. 베르그송의 견해에 따르면 “처음에 지각으로 주어졌던 동일한 현상이 강도의 증가에 의해 정념이 되는 것이다.”(98)

그런데 “어떻게 강도의 증가가 다른 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정념이라는 “새로운 속성을 산출하는”가?(98) 베르그송은 ‘중심으로서의 생명체의 특징’, 그리고 ‘지각과 신체의 행동 능력의 관계’를 근거로 대상과 신체 사이의 “거리가 0”(102)이 되는 순간이 지각이 정념으로 변형되는 순간임을 설명한다. 생명체는 자신에게 “행사된 주변 대상들의 작용이 그 대상들로 다시 반사되는 일종의 중심”(100)이다. ‘중심’으로서의 생명체 역시 “자연의 모든 물체들처럼 자신을 해체하려고 위협하는 외적 원인들의 작용에 노출된 하나의 물체이다.”(101) 한편 지각은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가능적 행동을 측정하며, 따라서 역으로 우리에 대한 사물들의 가능적 작용을 측정”하는데, “신체의 행동능력이 크면 클수록 지각이 포괄하는 장은 넓어진다.”(101) “한 대상과 우리 신체 사이의 거리가 감소함에 따라, 달리 말해 위험이 더욱더 긴박해지”는데, 만일 그 “거리가 0이 된다”면, 즉 “지각할 대상이 우리 신체와 일치”하여 “우리 신체가 지각 대상이 된다”면, 지각은 “더 이상 잠재적 행동이 아니라 실제적 행동”이 될 것이고 이때 정념이 이루어질 것이다.(101~102)

이렇게 정념이 이루어질 때 “신체의 표면은 지각되는 동시에 감각되는 유일한 연장적 부분”(102)이 된다. 신체적 표면이 지각과 정념에 대해 갖는 의미는 “나의 지각은 내 신체 밖에 있고, 나의 정념은 반대로 내 신체 속에 있다는 것”(103)이다. 지각과 정념의 이러한 구별은 우리의 신체가 사라질 때 보다 분명해진다. “지각된 이미지들의 총체는 비록 우리 신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존속”하는 반면 정념, 즉 “우리의 감각들은 반드시 사라진다.”(103) 그러나 현실 속에서 지각과 정념은 섞여 있고 정념은 “지각에 섞이는 불순물일 뿐”이기에 “이미지의 순수성을 되찾기 위해서 지각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추출해 내야 하는 그런 것이다.”(104~105)

이러한 이유에서 “정념으로부터 출발하는 대신에” “행동으로부터 출발”할 때만이 지각, 즉 “연장된 이미지들의 전체 속에 단번에 위치”할 수 있다.(113) 행동은 “우리가 사물들 속에서 변화들을 행사하는”(113)으로서, 지각은 신경계나 뇌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행동 능력”(114)의 표현이다. 그리하여 행동으로부터 출발할 때만이 이미지들의 자연적 연장성, 즉 “순수한 상태에서 우리의 지각”이 “사실들의 일부”로 되어감을 이해할 수 있다.(114)

순수지각은 “외적 지각”(115), 즉 외적 대상과 일치하는 지각으로서, “우리를 사물들 속에 단번에 위치시키는” “구성적 작용”(119)을 한다. 그런데 순수지각을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지각 속에서 우리 의식의 역할”은 “기억의 연속된 실에 의해 다시 연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115) 그러나 “과거 이미지들의 존속”인 “기억(mémoire)”은 “항상 우리의 현재의 지각과 혼합되며, 심지어는 그것을 대치할 수도 있”다.(116) 그렇다면 순수지각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권리적으로 존재한다”(117)고 말해야 한다고 베르그송은 말한다.

그런데 만일 “지각으로부터 물질로, 주체로부터 대상으로 이행하”고자 한다면 “모든 기억을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123~124) 왜냐하면 “지각의 질적인 이질성”(123)은 다음 두 가지 사실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각들의 각각이 어떤 두께의 지속 위에서 전개된다는 사실”과 그곳에서 기억은 “우리에게는 모두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 무수한 진동들을 응축시킨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의식적 지각은 물질의 전체에 도달하지 못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물질 속에는 현실적으로 주어진 것”보다 “많은 것이 있”고 또한 지각은 “다양한 욕구들”에 의하여 이이미지들을 “분리하거나 분별”할 것이기 때문이다.(125)

요컨대 지각과 물질 사이에 “단지 정도차이만 있을 뿐, 본성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125)며, 물질은 “절대적으로 그것이 보이는 그대로 있다.”(127) 그리하여 “비록 우리가 권리적으로는 물질을 그것의 내부에서 지각하지만, 사실적으로는 우리 안에서 지각”(128)한다. 바로 “기억의 이중적 작용”, 즉 “현재 속에 과거를 삽입하고, 또한 지속의 무수한 순간들을 단일한 직관 속에 응축시”키는 작용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기억을 “원리적으로 물질과 절대적으로 독립적인 역량”(128)으로서 고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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