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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이름의사람이소개한똑같은이름을가진작가의전시를똑같은이름을가진사람이본감상을몇자적습니다.

(이상 스타일(?)로 어설프게 시작해봤어요ㅋㅋ)

좋은 날씨에 예쁜 동네 산책과 함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튜터님들과 오영진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때마침 작가님과 대화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겨서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작가님의 앞선 작업 중 'nowhere'시리즈를 보면서 대학 입시의 수채화 주제였던 '시간이 압축된 풍경' 이 문득 떠올랐었어요. 도대체 이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 방식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수채화 물감으로 인상파를 방불케 하는 혼돈스러운 낙서를 해놓고 망했다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작가님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공간의 시간성을 빛과 색채의 변화로 담아낸 이 작품이 바로 시간이 압축된 풍경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된 공간은 작가의 의식 속에서는 분명 존재하고 익숙하지만 현재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차원 안에서는 절대 실재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또한 기억이라는 유기적이고 허물어져가는 공간 안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구요.

뒤이어 작업하신 ‘the weathering' 시리즈를 통해서 작가님 의식 속 풍경의 상징적 이미지가 퇴색되어가는 과정, 흐릿해지고 중첩되는 시간성이 더더욱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태어나는 순간 변화하기에, 더디게 변화하는 주변 사물들로부터 더 빠르게 변화하는 자신의 의식과 기억을 비교하며 기억의 유한성과, 자신만의 시간이 압축된 상징적 풍경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집요한 열의가 돋보였던 작업이라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 테마였던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보면서도 일상과 연관된 재미있는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매일 출퇴근 하며 지나가는 골목길에 어느 순간 아무렇게나 빚어놓고 대충 남은 페인트로 칠해놓은 오브제(?)들을 당혹스럽게 마주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낮선 침입자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면서 해, 달, 별, 바람을 마주하고 어느덧 하나의 습관이 되며 지긋지긋한 일상 안에서 녹아 살아가게 됩니다. 덕지덕지 깎고 수리하고 만들어가며 기괴한 형상으로 증식해 나가는 것이 마치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들 중 일부는 불쑥 침투된 만남처럼 작별인사도 없이 자취를 감추기도 합니다.

작가의 캄브리아기 대 폭발의 생명체들은 인위의, 인위에 의한, 인위로 인해 태어난 생명체이며 영원히 수동적인 생명체입니다. 그들을 태어나게 하는 것도, 그들을 진화 하거나 퇴화 시키는 것, 멸종 시키는 것까지도 인간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되었기에 우리는 그들에게 있어 영원한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그들 각자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기록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창조하고 재현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무작위하며 인위적인 산물들이 인류사에 위대한 발견으로 격상 됩니다.

존재하는 것들은 변하고 끊임없이 순환 하며 예고 없이 큰 변화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폭발을 통해 기존 질서가 허물어지면 새로운 생명 약동의 가능성도 함께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는 변하고 파괴되고 또 태어날 수 있기에 의미가 있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머릿속에 매우며 전시 감상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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