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미나자료 :: 기획세미나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안라영입니다.

이번주 발제를 맡았는데,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발제문을 올립니다.

저는 없지만 ㅠ_ㅠ 함께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너무 아쉽네요....ㅠㅠ (파일도 같이 올려둡니다)

 

 

 

인간학은 과학이어야 하는가?

 

왜 이리도 과학적인가를 따지려 드는지 모르겠다. ‘과학적’이라는 것이 대체 어느 정도의 엄밀성을 요구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학이 과학에 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나열해둔 책의 내용을 보며 이토록 까다롭고 고결한 과학이라면 스스로 과학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등 인간학이 과학으로 분류될 수 없는 것은 그 지식의 주관성과 상대성에서 비롯되는데, 그렇다면 엄밀한 과학의 객관성이라는 것은 얼마나 순수한 객관성인지 의문이 든다. 인간학을 연구할 때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된다면 순수한 과학(뭔지는 잘 모르겠지만)도 역시 사람의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가설이 세워지고 사람의 손으로 연구되어 입증된 '사람의 결과물'이다. 그 누구도 우리가 믿는 과학에서 주관성과 상대성이 완벽히 배제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인간학이 과학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가 100% 진리라고 믿는 것만이 과학이라 여겨져야 할 것이다.

 

과학이 별거냐. 이 시대에 과학이라고 하는 것들은 내 기준에선 체계적인 정리(법칙, 일반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과학이라고 주장하며 인간학이 과학적이라는 것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다면 굳이 인간학이 이에 대응해가며 과학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인간학이 그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이념과 연구자의 주관성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면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정의하고 과학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가라고 제안하고 싶다.

 

반실증주의자들에 따르면 인간학은 주관적이지만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주관성, 즉 상호주관성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인간학에서 주장해야하는 객관성이란 바로 이 상호주관성인 것이다. 즉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닌 그 시대의 상호주관성에 입각한 것임을 충분히 인식함으로써 인간학 나름의 객관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물론 연구과정에서 사실과 가치를 구분하는 연구자의 자세는 필요하지만 이는 연구자가 연구과정에서 모든 가치판단을 배제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구자가 미리 기대하는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 과정과 내용을 조작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학적인 학문이 되기 위해 수많은 오류를 감수해가며 지속했던 양적연구(실증적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다 인간학다운 연구방법인 질적연구(해석적 연구)를 확대하여 사회적 의미를 파악해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소 비과학적이라도 말이다. 나아가 연구자의 태도만큼 중요한 것이 인간학을 소비하는 개인들의 자세이다. 연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들(사회적 위치, 이념, 정치적 성향, 가치관, 세계관 등)을 살펴보고 그들의 인식과 연구과정을 의심해보는 개인의 비판정신이야 말로 인간학의 객관성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인간학은 과학과 다르다. 그렇기에 인간학이 비록 과학적이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태도, 가치, 행동을 선택할 때 그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해주고 이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전 인류에게 적용되는 보편화된 진리보다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22북클럽자본 :: 자유의 파토스,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 [1] oracle 2022.12.22 212
공지 [에세이자료집] 2020니체세미나 :: 비극의 파토스, 디오니소스 찬가 [2] oracle 2020.12.21 384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니체세미나 :: 더 아름답게! 거리의 파토스 [2] oracle 2019.12.19 690
940 청인지 에세이_멍게는 멍게다_권경덕 [2] file 경덕 2022.11.25 78
939 [청인지14 에세이] 초인이 되는 세 가지 방법 - 윤시원 file 시원 2022.11.25 68
938 [청인지_철학의 모험] 에세이 file 이상진 2022.11.24 45
937 청인지_에세이 '잘 죽기, 잘 묻기' file 싸미 2022.11.24 56
936 청인지-에세이 ‘다가오는 문장들’ file 이제 2022.11.24 57
935 [북클럽자본_발제] 11권(5~7장) 노동자의 운명 [1] 드넓은 2022.11.23 40
934 [북클럽자본_발제] 11권(1~4장) 노동자의 운명 [1] 에이허브 2022.11.16 156
933 [북클럽자본_후기] 10권(4~6장) 자본의 재생산 [1] 용아 2022.11.09 80
932 [북클럽자본] 시즌2. 고병권 저자와의 대화 oracle 2022.11.08 61
931 [청인지 14] 에세이 프로포절 file 경덕 2022.11.07 66
930 [청인지] 에세이 프로포절 file 낙타 2022.11.04 54
929 [청인지 14발제] 15, 16장(후설) file 이희옥 2022.11.04 23
928 [청인지14] 에세이 프로포절 - 어떤 가치가 가치 있는가? 네오 2022.11.03 51
927 [청인지 14발제] 17장(프로이트) file 이제 2022.11.02 35
926 [북클럽자본_발제] 10권(4~6장) 자본의 재생산 [1] file 초보 2022.11.01 111
925 [청인지14-6주차 후기] 헤겔의 변화는 무엇을 낳는가 시원 2022.10.29 40
924 [청인지_철학의 모험] 에세이 프로포절 창삼 싸미 2022.10.29 38
923 [북클럽자본_후기] 10권(1~3장) 자본의 재생산 [1] 초보(신정수) 2022.10.29 40
922 [청인지14발제] 13장(포이어바흐), 14장(마르크스) file 낙타 2022.10.28 36
921 [북클럽자본] 에세이 프로포잘 file 초보 2022.10.27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