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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3] 6장_각인되는 표면으로서의 몸

날날 2022.04.30 00:24 조회 수 : 149

6장 각인되는 표면으로서의 몸


  6장에서는 주체 외부에서 주체의 몸에 더해지는 유형/무형의 각인이 어떻게 주체의 내부에 영향을 미치는지 링기스와 푸코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링기스의 원시적 몸 각인 사례와 (푸코를 중심으로 한) 문명적 몸 각인에 대한 논의를 비교하여 살피면서 어느 쪽이든 존재의 역사와 특수성을 드러낸다는 것을 강조한다. 조작된 자아, 사회적인 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구성되는지 푸코의 계보학을 들어 설명하면서 처벌과 훈육이 몸에 새기는 글쓰기- 이것이 권력의 작동원리이자 목적이라고 말이다. 푸코는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지만 그로스는 여성의 몸의 역사를 배제한 채로 저항이 완성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주체성의 회복과 주체의 욕망으로부터 괴리되지 않는 성차, 페미니즘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몸의 계보학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링기스와 몸의 문신❘

 

  알폰소 링기스는 [잉여:에로스와 문화] 중 ‘야만인’이라는 장에서 몸을 리비도적이고 성감대적인 강도의 표면인자 산물, 사회적인 규범과 관행과 가치에 의해 점점 더 각인되고 재각인되는 물질로 거론한다. 몸 표면에 새겨진 원시적인 각인은 몸의 성감대적인 감수성을 강화하고 증폭하며 확장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로스는 링기스가 말하는 원시적 몸의 각인과 문명화 된 몸의 각인을 비교하며 이 두 종류의 몸이 어떤 방식으로 몸-글쓰기를 드러내는지, 어떻게 바깥에서 안으로 의미가 형성되어가는지를 살핀다.

 

원시적 몸 각인

문명화된 몸 각인

표면에 메시지가 머무르는(피상적인)

성감대적인 감수성을 강화, 증폭, 확장하는

성감대적인 표면을 창조하는

사회적인 코드화의 리비도적 가치와 형식을 불균등하게 분배하는(사회적 관습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하는)

사회적인 위치와 육체적인 강도를 상호연결하는 - - 지도와 흡사한

- 표면의 패턴이 정체성 자체

- 정신적인 깊이가 있는(혹은 암시하는)

- 성감대를 다른 성감대로 치환하는(히스테리 환자)

- 특정한 정신이 주체성을 결정하는

- 기호에 의해 드러나며 의미를 내재하는(코드화)

- 합의된 형식에 의한

몸은 자아의 징후로 환원되는, 자아 탐구를 위한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 육체적 감각의 추진력이나 힘은 결국 정신이나 의식으로 귀속되는

- 몸이미지가 에고(의식)이라는 함축된 구조와 관련하여 조직되는

사용가치로 구성되어 상품화 할 수 있는

손쉽게 관찰되지 않는

직접적으로 독해하기 쉽지 않은

- 구타자국, 상처, 문신, 구멍뚫기, 베인상처, 절개, 새겨넣기...

- 교정과 훈련을 위한 사회시설(소년원, 감옥, 병원, 정신병원...)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방법

-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집단으로 분류하는 형태학과 범주화 (인종, 성별...)

- ‘자발적인’ 생활양식, 습관, 행동(그러나 역사적이고 비자연적인) 예) 보디빌딩, 하이힐 등

주체가 편집, 창조의 특권을 누리는

제의적인 형태로 조심스럽게 작성되는

주체의 몸과 사회적 집합의 몸을 묶어주는 위치, 자리를 지정하는

  •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 어떤 몸이든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형태.

 

  결국,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사회적 각인을 통해 어떻게 주체가 구속되고 고정되어가는지(실제 몸의 변화까지 연결하여)를 그로스는 설명한다. 링기스는 케냐의 카우 부족 등의 원시적 몸 각인 사례를 두고 ‘표면적이고 유치하고 깊이가 없는’ 문명화된 주체의 타자로 보았다. 그러나 하나의 주체가 주체성을 발휘하기 위해 몸의 육체성과 개인마다의 서사, 집단의 역사를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면 문명화 된 존재들은 원시 부족에 비해 훨씬 교묘하고 억압된 상태로 만들어진 주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로스는 ‘어떤 특정한 형태의 문화적인 몸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며 그 결과로 무슨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몸-글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쳐온 가부장제적 권력관계는 여성에게 미적 규범과 자기 절제에 대한 욕망의 이데올로기를 강제하는가?(338)

 이 질문에 대해 그로스는 거식증 환자의 몸 이미지와 보디빌딩을 예로 들며 1)여전히 몸/마음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험과 2)여성이든 남성이든 이 체계 안에서 전략적인 용도로 일상생활 안에서 협상하며 사용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 바트키(여성 안의 가부장적 감시주체 논의)의 예를 들며 여성성의 실천이 오히려 자기 감시의 부산물처럼 되지 않기 위해 가부장제적인 코드를 게릴라 전법으로 전복하자고 말한다. 권력의 그물망 밖으로 빠져나간 주체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게임에서 아웃된 상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육체적 생산 체계에(재생산을 말하나?)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종속되어 있으며, 여성들은 남성 이상으로 문화적인 것도, 자연적인 것도 아니다. 가부장제의 훈육 감시체계는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정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산의 문제로 작용한다.

 

( 그로스가 말하는 것처럼 가부장제가 남성에게 권력을 주고 여성을 억압하고 종속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억압당한다고 느끼는 존재들 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무엇인가? 가부장제라는 말 속에 은연중 남성을 적으로 돌린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소수자들 중 여성이 물리적인 수가 많아서 페미니즘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라면 페미니즘 안에서 ‘가부장적’여성들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타인 뿐만 아니라 각자의 내면 안에 있는 가부장적 의식은? 교화시켜야 할 잠재적 우리 편?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바는 성차별 철폐인가 권력차별 철폐인가? 페미니즘 운동이 편가르기가 되지 않으려면?)

 

❘푸코와 지식-권력-몸 체제❘

  푸코는 자신의 방법론에 계보학이라는 명칭을 붙인다. 계보학은 ‘현재의 역사’를 제공하는 것이며 투쟁으로 유도하는 다양한 사건의 역사다. 계보학은 사물의 형이상학적인 기원이나, 궁극적인 목적론이나, 시간적으로 인접한 요소들의 연속성 혹은 불연속성, 아니면 사건 사이의 원인이나 설명 가능한 인과론적인 연결을 전제하지 않는다. 계보학적 연구는 역사, 철학, 도덕성의 생산에 연루된 지식과 인식론적 가정의 기존 모델을 뒤흔들어놓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푸코는 역사적인 사건과 변형이 치른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비용들이 권력 체계에 어떻게 의존하고 어떤 식으로 투자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보인다. 푸코는 지식이 몸으로부터 어떻게 추출되며 그렇게 추출된 지식이 몸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관해 설명한다.

 

계보학의 과제는 역사에 의해 완전히 낙인 찍힌 몸과 역사에 의한 몸의 파괴 과정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344)

 

푸코의 저술에서 드러나는 역사, 지식, 권력, 몸 개념은 아래와 같다.

 

몸: 권력의 대상/표적/도구, 권력을 작동시키는 가장 거대한 투자의 장, 권력이 자신에게 위험한 물질성을 통제하기 위해 투쟁에 걸어둔 판돈. 근본적으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몸 자체의 내적인 특질과 힘은 권력의 기능과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함(블랙박스)

 

지식: 사회에 의해 인정된 텍스트의 본체. 지식과 진리는 특정한 문화가 진리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진실로 기능할 수 있음.

 

권력: 사물과 사건을 얽어서 상호 관계를 맺어주는 일련의 연계, 미세한 그물망. 관행, 담론, 비담론적인 사건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비인간적인 협상이자 다양한 관계의 관리 양식.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고 형태나 형식도 없으며 특권적인 작전이나 재현도 아님.

1) 자기 나름의 조직을 구성하는 영역에 내재되어 있는 다수적인 세력들 간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체계를 형성하도록 후원해 주는 것

2) 제 세력들의 관계가 서로 간에 분리되어 균열과 모순을 드러내는 것

3) 제 세력이 효력을 발휘하는 전략이자, 전략의 전반적인 고안이나 제도화된 결정체가 국가 장치에서, 법의 제정에서, 다양한 사회적인 헤게모니에서 구현되는 전략

 

권력과 지식의 관계: 지식은 권력의 주요한 도구이자 테크닉. 권력의 특권적인 기능은 진리의 질서 안에 있는 것으로 진리가 거짓과 구별될 수 있도록 해주고, 거짓과 오류와 허구를 희생한 대가로 진리를 고양하는 조건화이다.

지식은 권력이 몸을 장악할 수 있고 자기를 욕망과 실천의 실타래로 직조하는 유도관 역할을 하며. 합법화되고 비준된 지식으로서 담론은 권력 체제를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

 

              푸코가 말한 몸 역할

몸은 역사 안에서 역사를 통해 생산된다. 세력관계와 권력관계는 독특한 테크닉(어린아이들의 급식, 훈련, 감독, 교육 등)을 사용함으로써 몸을 생산하고, 권력 자체가 구성했던 전복의 잠재력과 에너지에 고삐를 죔. 몸은 권력이 자기 힘을 관철하기에 더 없이 좋은 대상.

“몸은 일과 휴식과 휴일의 리듬에 의해 분해된다. 몸은 식습관이나 도덕적인 법칙을 통해 음식이나 가치에 의해 중독된다. 몸은 저항을 구성한다. ... 인간에게서 어떤 것도(심지어 자신의 몸조차!)자기 인식의 토대가 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초석이 될 만큼 충분히 안정되어 있는 것은 없다.”

바로 이 권력이야말로 주체의 몸에 특정한 유형을 새긴 결과로 ‘영혼’이나 내재성과 같은 것을 만들어 낸다.

 

  권력은 사상 체계를 통해 혹은 강제력을 통해 주체를 조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은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몸의 행태와 몸이 타자와 맺는 상호작용을 조사하고 관리하고 관찰하며 측정한다. 권력은 처벌 절차를 통해 정보를 추출해내고 새로운 통제 양식과 새로운 관찰 형태를 창조하는 데 이런 정보를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지식-권력 체제를 창조한다. 이와 동시에 필연적으로 새로운 저항의 공간 역시 만들어 내게 된다.

 

푸코에게 권력은 지식을 몸 위, 몸 전체에 걸쳐 배치하는 것으로 그런 몸과 몸의 쾌락에 관한 진실을 재현하는 것으로 지식을 설정해 내는 것.

 

[감시와 처벌]에서 과거의 통치 처벌과 훈육적 처벌을 대조하며 설명. 국왕 몸의 안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사회적인 몸의 관리와 복지로 몸 개념의 변화가 초래된 것인데(지식의 변화) 이것은 죽음을 관장하는 권력에서 생명을 통제하는 권력으로의 이동이기도 함. 이 과정은 처벌-몸에 관한 ‘정치적인 테크놀로지’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짐.

 

[성의 역사]에서 생명을 관리하는 훈육적인 권력을 개인뿐만 아니라 인구 전체의 세부적인 일상생활과 행동을 규제하는 권력(=생체권력)으로 정의함. 성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담론은 개인과 인구 모두에게 핵심적인 개념. 생명 그 자체를 장악하도록 해주는 권력에 의해 전략적으로 배치된다(국가의 인구계획, 가임기여성지도, 임신중단에 관한 법적 논란...)

 

성은 섹슈얼리티를 전략적으로 배치한 산물이며, 섹슈얼리티는 성이 이런 지식의 대상이 되도록 해 준다. 성적인 쾌락을 주로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권력의 목표와 연결해주면 다양한 욕망 가운데서 권력이 작동하도록 해준다.

----> 푸코에게 성과 섹슈얼리티 모두는 몸을 세밀하게 규제함으로써 나타난 사회적인 구성물이자 미시정치학적인 투자의 효과(결과)이다. 섹슈얼리티의 배치는 지식-권력을 몸과 연결하며, 섹슈얼리티의 배치는 개인과 집단을 보다 더 확고하게 몸의 생체정치학적인 통제 아래 묶어두는 방식의 하나이다. (‘자연적인’ 섹슈얼리티를 생체권력의 대상으로 보고 성으로 포장하여 길들여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화장품이나 다이어트 식품 광고가 어떤 권력자에게 권력을 강화시키는가? 자본주의의 끝없이 팽창하는 욕망과 페미니즘이 넘어서고자 하는 가부장적 권력은 같은 것인가?)

 

❘섹슈얼리티와 성적으로 다른 몸들❘

여성의 주체성, 섹슈얼리티, 육체성에 대한 자율적인 개념을 제공하려는 페미니즘의 시도와 표면각인모델(푸코)의 전반적인 관련성에 대한 두 가지 질문

 

1. 성과 섹슈얼리티 모두 섹슈얼리티의 배치의 효과(=특정한 유형의 권력을 각인한 결과)라고 한다면, 무엇 위에 이런 각인이 명료하게 새겨지는가?

  푸코에 의하면 몸과 쾌락은 권력 이전에 존재하기 때문에 권력이 작동하는 원자재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권력이 취하는 특정한 형태에 대한 저항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섹슈얼리티의 배치에 대한 역공격을 위한 저항의 지점은 성-욕망이어서는 안되고 몸과 쾌락이어야만 한다.” - 그렇다면 누구의 몸과 어떤 쾌락이 그와 같은 ‘저항의 지점’이 될 수 있는가? 푸코가 말하는 중립적인 몸은 ‘남성의 몸과 쾌락에 한해’ 충족될 수 있을 뿐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푸코가 여성 배제의 역사를 이유로 들며 여성의 몸과 쾌락에 대해서 거의 논의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몸을 텅 빈 백지이며 수동적인 페이지이자, 중립적인 매체이거나 혹은 텍스트 각인을 위한 기표라고 보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몸이 그러한 몸-글쓰기의 바탕이라고 전제할 때 각인이 새겨진 뒤의 특수성 이전의 상태를 상정하게 되고 그러한 각인 이전의 표면이 ‘자연적으로 주어진’것, 여성적인 것(혹은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몸-글쓰기의 은유를 뒷받침하는데 동원되기 때문이다.

 

2. 성적으로 다른 몸은 그들의 다른 표면 위에 새기기 위한 다른 각인 도구를 요구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몸에 새겨진 권력의 각인이야말로 성적으로 다른 몸을 산출하는 것은 아닌가?

링기스는 ‘자연적’으로는 양성적인 몸에 포경수술이나 음핵절제술과 같은 사회적인 성적 경험을 통해 성별들 사이에 구분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두 시술 모두 남근만을 뒷받침해주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푸코의 마지막 저술에 이르러 몸의 개념을 성적으로 미분화된 ‘중립적’인 몸, 그래서 추상적인 몸 개념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 때 조차 푸코는 오직 남성의 몸에 관해서만 거론하며 여성 몸의 위상을 다루지 못하였다. [성의 역사]에서 ‘여성 몸의 히스테리화’를 다루고 있으나, 이를 여성의 몸에 대한 권력의 집중 공격의 효과로서 취급함으로써 여성을 피해자, 무력한 존재로 가두고 만다. 히스테리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생체권력에 저항하는 한 형식으로서 전략적인 역할의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근대적인 사회제도와 지식의 계보학에서 고대 그리스의 자기 규제 테크닉을 언급할 때에도 여성의 몸을 배제한 점이 드러난다. “개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해독하고 식별하고 인정하도록 이끌어주는 실천... 그들이 욕망 안에서 그런 존재의 진리를 발견하도록 해주는 특정한 관계”에 관심을 보이며 주체성의 기원이나 주체성의 자기 창조를 말할 때조차 자신의 탐구 대상이 오직 남성만을 언급한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힌다. 다양한 몸의 역사에 관한 여성의 설명과 여성의 재현을 포함할 공간을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푸코의 논의는 한계를 가진다. 페미니스트들은 육체적인 표면에 새긴 사회적인 각인이라는 은유를, 가부장제가 여성을 삭제하는 데 공모해온 이들 은유의 역사를 분명히 밝히고 재형상화해야 할 것이다.

 


+

이번 장이 사회가 개인에게 새기는 각인에 대해 다루고 있어 그런지 그런 각인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페미니즘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성차로 인해 차별/억압받지 않는 세상인가? 정말 가부장제는 의도적으로 여성은 삭제하였는가? 페미니즘이 목표로 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구조의 고발과 새로운 상생의 방법의 발견인가? 사회적인 성을 강조할수록 차이의 인정보다는 분열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성차가 아닌 모든 몸들의 개인차로 가야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정체성을 넘어선 새로운 용어로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여기서 푸코의 계보학에서 제시하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연속적이고 전혀 이질적이며 심지어 사건이나 과정을 무작위적으로 연결한 재료들의 결합체’로서의 사건(342)이 역사에 의해 완전히 낙인찍힌 몸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푸코의 계보학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로스가 서양철학의 몸 관련 논의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주류 서양철학이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억압과 배제의 사건들을 일으키는데 (어쩌면 의도치 않게) 공조했다고 말하기 위해 ‘남성 중심의 인간학/철학’을 고발하고 있는 것일테다. 이러한 고발을 통해 ‘여성과 남성이 함께 고려된 인간학/철학’을 정립해나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기존의 대문자철학에서 한 걸음 나아간, 진보적인 인간학으로서 거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사상적 요람을 지향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종장이 무척 궁금하다. 서문에서 화두를 던졌던 몸에서 출발하는 페미니즘 논의와 성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지 기대가 된다.

이번 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문장은 이것이다.

“여성들은 남성 이상으로 문화적인 것도 그렇다고 자연적인 것도 아니다.”(341)

  여성이든 남성이든 각자의 위치와 입장, 맥락 안에서 서로 알아채지 못하는 권력과 억압을 동시에 경험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의 억압만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할 때 은연중 약자로, 피해자로 길들여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로스의 위 문장에 공감이 되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각인되는 역사적, 사회적 억압이 분명이 존재하지만 때로는 그 사실이 오히려 무기가 되어 여성이라는 몸의 특수성이 여성 자신의 피해의식의 원인이 되거나 억압에 대한 사실이 거꾸로 정치적, 윤리적 우월감으로 왜곡되어 드러나며 성별 간 분열로 작용하지 않도록 맥을 집어주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고통에 연대할지 관점을 좀 더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혐과 남혐이 성행하는 시대, 서로에 대한 혐오조차 우리에게 각인된 것이라면 이러한 분열로 권력을 공고히 하는 권력주체는 무엇일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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