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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디즘 2> 발제문. 10장 4~7번. 손효준

 

 

4. 분자-되기, 음악-되기

 

1) 분자-되기, 혹은 되기의 분자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여성이 된다. 소수-화, 여성-되기란 대변/대신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되는 것이고 소수자가 되는 것이다. 여성의 일은 여성만이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성도 여성이 될 수 있고, 여성도 여성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질, 어떠한 항이라도 될 수 있는 원소적 되기의 지대는, 지각불가능한 되기의 지대이며, 일관성의 구도이고, 무(無) 혹은 공(空)이다.

 

2) 되기의 블록

이항적인 것 사이의 되기는, 두 점 사이를 지나가는 생성의 선이고, 이항성의 지배를 깨고 뒤엎는다. 양성성의 존재가 아니라 남성도 여성도 양자-사이에 있는 여성-되기 속으로 말려-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카운터 테너나 카스트라토의 여성-되기, 아이-되기는, 이중의 탈영토화 운동이고, 소리가 여성-화, 아이-화 되는 것이다. 여성 내지 아이가 소리, 순수한 음향이 되는 것이다.

 

3) 되기와 모방

제니스 조플린의 <서머 타임>은 사람의 목소리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로이 만들어냈다. 메시앙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나 <조류도감>이란 곡을 통해 음악에서 새-되기를 실행하고 있다. 메시앙은 새소리를 모방하고 묘사한 게 아니라 새소리를 음향학적으로, 음계와 음조, 리듬 등을 음악학적으로 연구하여 각각의 새들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표현형식을 찾아내,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가나 음악가는 동물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가장 깊은 화합 속에서 동물을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것으로 되게 하고, 그들 스스로도 동물이 되는 것이다.

 

4) 분자-되기와 소수-화

모든 되기는 새로운 분자적인 성분을 만들어내는 창조요 창안이고, 분자적이며 분자-되기이다. 우리는 언제나 지배적이고 다수적인 척도에 따라, 지배적인 몰적 구성체에 따라 분별하고 판단한다. 반면 그 차이를 밀고나가 지극히 이질적인 소리를 만들어냈을 때, 전에 듣지 못한 감응을 만들어냈을 때,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다. 지각될 수 없는 분자적 차이만으론 불가능하다. 그것이 만드는 독자적인 세계를 개념으로 포착하고 말로 표현해야 한다. 성인 남성이라는 다수자가 지배하는 몰적 구성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이나 ‘아이’라는 소수자의 몰적 성분을 이용한다. 성인 남자가 아닌 목소리는 모두 강한 근접성을 갖게 되어, 모호하게 들린다. 동물-되기란 어떤 동물을 흉내내는 게 아니라 다수자인 인간의 척도에 들어맞지 않는 새로운 요소를 창조하는 것이다. 되기란 무어라 명명할 수 없고 무언지 명확하게 지각할 수 없는 분자적인 것을, 특개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되기는 소수적이며, 모든 되기는 소수-화일 수밖에 없다. 남성-되기, 백인-되기란 없다.

 

 

5. 지각-불가능하게-되기와 비밀

 

1) 지각-불가능하게-되기

되기는 언제나 지각-불가능하게-되기를 향해가며, 지각 불가능한 것은 되기의 극한이다. 잠행자는 지각-불가능하게-되기를 추구한다. 가장 탁월한 잠행은 사람들 속에 사는 것이며, 모든-사람이-되는-것이고, 어떠한 사람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이다.

 

2) 비밀-화, 혹은 비밀의 세 유형

내용으로서의 비밀(어린이의 내용) : 통상적 비밀. 무언가 감추어진 내용. 어린이, 여성, 동물이 함께 한다.

형식으로서의 비밀(무한한 남성적 형식) : 정신분석학. 상징/상상을 통해 미지수 x 찾기. 아빠, 엄마, 남근, 성욕.

선으로서의 비밀(순수한 여성적 선) :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지만, 다수적인 척도를 비껴나 있다.

 

 

6. 음악-되기의 원소들은 어디로 가는가?

 

1) 목소리의 기악-화

베르디, 베리오, 바르톡의 예. 목소리의 기악화.

 

2) 분자-화, 이온-화, 원소-화

에드가 바레즈의 <이온화>. 소리의 이온-화, 음악적 소리의 원소-화는 원래의 음색에서 탈영토화되어 다른 종류의 소리를 구성하는 이온적인 원소로 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시도들은 모든 주파수를 음악적 소리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제 ‘주파수 변조’를 통해서 새로운 음색,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음악가들의 중요한 작곡 방법이 됐다. 구체적 소리들을 녹음하여 기계적/전자기적으로 조작하거나(구체음악), 예상된 오브제의 소리를 예상 밖의 소리로 바꾸는 시도(우연음악)도 나타났다. 새들의 시대를 지나 곤충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새들은 성악적이지만 곤충은 기악적이다.

 

3) 음악-되기의 블록, 혹은 일관성의 구도

메시앙 <크로노크로미>. 별과 산의 무한히 긴 시간과 곤충과 원자의 무한히 짧은 시간 사이의 관념을 암시. 우주적인 힘이 음악적 소리가 되기도 하고, 음악적 소리 자체가 원소화 된다. 우주적 힘의 음향화 ; 음향의 원소화. 크세냐키스는 메시앙의 작품을 비판하며 음렬주의를 비판한다. 크세냐키스는 <메타스타시스>를 통해 어떤 우주적 힘을 표현했다. 음악의 재료가 모든 주파수의 소리, 모든 길이의 소리를 포함하는 입자/파동의 수준으로까지 추상화되었고, 어떤 것도 구성할 수 있는 절대적 극한에 이르렀기에 가능했다. 이것이 일관성의 구도고, 구성의 구도이다.

 

4) 탈영토화에 관한 정리들

회화가 얼굴의 탈영토화라면 음악은 음성의 탈영토화이다. 음성이 먹는 기관으로부터 입이 탈영토화되면서 나타난다면, 음악은 이제 그 음성이 사람의 말소리에서 탈영토화되어 노래가 되고, 또다시 거기서 탈영토화되어 악기의 소리로, 분자적인 음향으로 탈영토화된 것이란 말도 할 수 있다. 음성이 신체로부터 탈영토화되어 표현의 지층을 형성한다면, 음악은 그것을 다시 탈영토화하여 분자적인 되기로, 원소-화, 이온-화로 이끌며 결국은 일관성의 구도에 이른다. 회화에 비해 음악은 훨씬 더 크고, 동시에 훨씬 더 강밀하고 집합적인 탈영토화 힘을 지닌 듯하며, 마찬가지로 음성도 탈영토화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정리 5 : 탈영토화는 언제나 이중적이다. (음악의 새-되기; 새의 음향-화, 이중화는 비대칭적이다)

정리 6 : 비대칭적인 이중의 탈영토화는 탈영토화하는 힘과 탈영토화되는 힘을 할당할 수 있게 해준다.

정리 7 : 탈영토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표현의 역할을 하고, 탈영토화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내용의 역할을 한다.

정리 8 : 하나의 배치는 탈영토화의 힘과 속도에 있어서 다른 배치와 동일하지 않다.

 

 

7. 일관성과 특개성

 

1) 되기와 차이 개념

차이의 정치학, 차이의 철학이란 감산(A-B)이 아니라 합산(A+B)으로서, 자유주의 정치학과는 다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강조하는 게 아니라, 만남/접속/종합에 의해 이전의 자신과 달라지는 변이/변환/변혁이 중요하다. A에게 있는 어떤 성질을 기준으로 B에게 있는가 없는가 하는 초월적 개념이 아니라, A 스스로 만들어내는 A 자신과의 차이란 점에서 내재적 차이다.

 

2) 기준, 혹은 일관성의 구도

내재적 차이란 비교 불가능한 게 아니라 비교 가능하다. 비교의 내재적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든 새든 그것이 ‘되기’ 내지 ‘변환’을 통해 더 좋아졌는가 더 나빠졌는가를 비교한다. 능력의 강밀도가 비교의 기준이다. 외재적 기준이나 초월적 기준이 아니라, 비교하려는 것의 내재적 차이를 재는 내재적 기준이다. 비교나 평가란 그가 하려고 하는 것을 얼마나 잘했는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일관성의 구도, 구성의 구도란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순수잠재성 자체이며, 절대적인 구성능력, 절대적인 생성능력이다. 그것은 죽음/파멸/절멸의 선과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일관성의 구도란 절대속도, 절대강도로서, 모든 되기를 향해 열린 절대적 극한이다. 판단 기준은, 얼마나 창조적인 생성능력을 갖는가, 얼마나 다양한 변이능력을 갖는가 이다. 비교의 결과는 그걸 느끼고 감지할 수 있는 능력(내공)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평가자도 자기보다 높은 것은 제대로 평가할 수 없으며, 자기가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만 평가가 가능하다. 득도한 이는 도(道)가 통하는 곳, 도를 추구하며 어디나 넘나들며 어떤 신체가 도달한 경지를 파악할 수 있다.

 

3) 신체의 경도와 위도

욕망의 배치와 탈영토화의 정도는 신체를 파악하는 두 가지 축이다. ‘경도’란 어떤 신체가 어떠한 욕망의 배치 속에서, 다시 말해 어떤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기계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표시한다. 신체의 능력이란 신체의 강밀도고, 최대강도며, 또한 그 신체의 변환 능력 내지 탈영토화 능력이다. 어떤 신체가 갖는 능력들과 능력들이 갖는 감응이 ‘위도’다. 신체의 경도가 그것의 외연을 규정하는 외연적인 것이라면, 신체의 위도는 그것의 능력을 규정하는 내포적인/내공적인 것이다. 하나의 신체가 어떤 규정된 활동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다른 규정들을 수용할 수 있는가가 그 신체의 능력이다. 경도를 달리하며 이동할 수 있는 능력, 경도상의 탈영토화 능력이다. 신체의 능력이 강밀도의 분포를 바꾸는 것인 한, 그것은 위도상의 탈영토화 능력이다. 경도는 신체의 질, 신체의 속성을 규정하는 욕망이요 의지이며, 위도는 신체가 갖는 힘이고 강밀도이다. 경도적 차원에서 신체의 극한과 위도적 차원의 신체의 극한은 동일한 하나다.

 

4) 특개성

신체의 위도와 경도를 통해 어떤 개별적인 신체가 그때마다 상이한 것이 되는 양상을 포착할 수 있다. 특개성이란 특정한 순간의 이 개체를 특별하게 만드는 감응이며, 그런 감응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강도와 속도, 그리고 그것을 특정하게 만드는 이웃관계들을 통해서 구성된다. 배치 전체가 특개성이 구성되는 조건이며, 특개성은 바로 이처럼 어떤 배치 자체에 속한다. 서양 의학은 신체, 병, 치료의 개념을 평균에 의해 얻어진 보편성에 입각하고, 동양 의학은 신체의 특개성을 파악하려 한다.

 

5) 두 개의 구도

초월성의 구도는 발전의 구도요, 조직화(유기체화)의 구도로서, 구조나 발생, 진화, 발전, 유비, 외화 등의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이는 수많은 개체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자신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 구도다. 다른 하나는 일관성의 구도로서, 초월성과 반대로 내재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내재성의 구도이며, 강밀도의 연속체 안에서 변환들의 연속성을 획득하기에 강밀도의 구도라고도 하며, 모든 양태들을 구성하고 생성하며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의 구도, 생성의 구도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기(氣)나 도(道) 같은 어떠한 형식화도 불가능한 개념이고, 그렇기에 어떠한 조직화의 구도나 발전의 구도도 만들어내지 않는, 그저 순수한 흐름으로서 오직 상대적 강함과 약함, 집중과 분산, 빠름과 느림을 가지며 그런 것들로 그때마다 다른 특개성을 만들어내는 일관성의 구도를 이룬다.

 

같이 생각해봐요 ^^

1) 각자 어떤 게 되고(되기) 싶은지 말해보자.

2) 들뢰즈의 “되기” 이론을 더 심화시켜 우리만의 이론을 추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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