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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즐거운 학문, 마지막 후기

프라하 2019.04.24 12:18 조회 수 : 227

언젠가 또 만나기를 기원하며,아주 많이 늦은 후기를 올리네요. 건강하세요.^^(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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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에게

 

불멸이란

단지 그대의 비유!

곤혹스러운 신은

시인의 허구......

 

세계의 바퀴는 굴러,

목표와 목표를 스쳐간다.

고통- 원한을 품은 자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광대는 그것을 유희라고 부른다......

 

세계의 유희는 위풍당당하게

존재와 가상을 뒤섞어놓는다;-

영원한 어릿광대가

우리를 뒤섞어놓는다- 그 안으로!

 

[즐거운 학문] 399쪽 :: 괴테는 바그너와 함께 니체에게 큰 영향을 준 스승입니다. 지성의 대표 격인 괴테이죠. 그는 ‘악’과 손을 잡은 인물이고, “노력하는 자는 방황한다.”는 문장을 낳은 사람이죠. 시「괴테에게」를 강한상님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낭송해 주셨고, 참석하신 오라클, 수봉(앞으로),엇결, 연두, 뮤즈, 그리고 저 프라하의 순서로 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오래되어서 여운만 남고, 미안하게도 메시지는 흐트러져 기억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곤혹스러운 신’은 욕망, 꿈, 희망같은 아폴론적-아름다운 가상이라든가, ‘목표’는 방향을 제시하는 무엇이라든가, 2연의 3행에 ‘그것을’은 광대의 철학이라는 말이 오고 갔습니다. 3연에서는 존재와 가상을 ‘뒤섞어놓는다’에서, 니체는 ‘뒤섞여 놓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점과 쇼펜하우어는 ‘뒤섞임’을 부정하고, 플라톤은 ‘그림자라’하여 등을 돌린다는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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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소명

 

예전 언젠가 휴식을 취하려

나무 그늘 아래 앉았을 때

나는 들었네. 나지막이 똑딱거리는 소리를

장단을 맞추듯 우아한 소리였지

화가 나서 얼굴을 찌푸리다가

마침내 마음을 돌려

심지어 스스로도 시인처럼

똑딱 장단에 맞춰 말하게 되었지.

 

이렇게 시구를 만들어 가며

한 구절, 한 구절마다 네 장단과 함께 뛰어 노노라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 웃고 또 웃었지

15분간이나,

네가 시인이라고? 네가 시인이라고?

네 머리가 그리도 멍청하단 말이니?

-“네, 그래요! 당신은 시인이랍니다.”

어깨를 움찔하며 딱따구리가 말했지.

 

이 숲 속에서 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강도처럼 매복하여 누구를 노리고 있는 걸까?

격언을? 형상을? 재빨리

내가 붙인 각운이 그 뒤에 자리를 잡지

미끄러지고 뛰노는 것을 날쌔게

시인은 시구로 붙잡지.

-“네, 그래요! 당신은 시인이랍니다”

어깨를 움찔하며 딱따구리가 말했지.

 

각운은 화살 같다고나 할까?

화살이 도마뱀 몸통의

고귀한 곳을 꿰뚫을 때,

그 버둥대고, 부르르 떨고, 뛰어오르는 모습이라니!

아, 죽어가고 있구나, 너희 가엾은 녀석들,

술 위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네, 그래요! 당신은 시인이랍니다.”

어깨를 움찔하며 딱따구리가 말했지.

 

서투른 격언들이 급히 서두르고,

술 취한 단어들이 몰려든다!

너희들 모두가 한 줄 한 줄,

똑딱 박자의 사슬에 매달릴 때까지.

이것을 즐기는 잔인한 패거리,

시인은 고약한 자들일까?

-“네, 그래요! 당신은 시인이랍니다.”

어깨를 움찔하며 딱따구리가 말했지.

 

새여, 비웃고 있는가, 농담을 던지고 싶은가?

내 머리가 괴롭다면,

내 심장은 더 괴롭지 않을까?

두려워해라, 내 분노를 두려워해라!

하지만 시인은 분노 속에서도

각운을 이리저리 엮어내지.

-“네, 그래요! 당신은 시인이랍니다.”

어깨를 움찔하며 딱따구리가 말했지.

 

[즐거운 학문] 400-402 :: 모로님이 분석하신 「시인의 소명」은 3연의 ‘이 숲 속에서 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에서 ‘숲 속’은 니체가 있는 장소가 ‘자연’이라는 것에 주목하였습니다. 4연의 ‘화살이 도마뱀 몸통의’ 고귀한 곳을 꿰뚫을 때’-‘아, 죽어가’는 것이 무엇인가. 사물의 본성인가. 라는 질문이 있었고, ‘각운은 화살 같’다는 부분에 감응을 했었네요. 사물의 생명력을 앗아갈 정도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시적 작업이란? 얼마나 불가능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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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에서

 

이제 나는 휘어진 가지 위에 앉아

피로한 몸을 흔들고 있었지.

새 한 마리가 나를 손님으로 초대하기에.

서둘러 새둥지로 날아들었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아, 먼 곳에! 아, 머나먼 곳에!

 

흰색 바다는 잠이 들고

자줏빛 노을에 물든 돛단배 하나 그 위에 떠 있다네.

암벽, 무화과나무, 탑과 항구.

전원에 둘러싸인 양떼의 울음소리.--

남국의 순결함이여, 나를 받아주렴!

 

오로지 한 걸음 또 한 걸음 떼는 것.-- 그것은 결코 삶이 아니지!

끊임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독일적인 힘든 일!

바람에게 나를 하늘로 실어 올리라고 하고,

새의 날갯짓을 배워,--

바다 건너 남국으로 날아갔다네.

 

이성! 그것은 지겨운 일!

그것은 우리를 너무 빨리 목표로 데려가지!

비상(飛翔)하면서 조롱을 배우니--

벌써 나는 새로운 삶, 새로운 놀이를 위한

용기와 피와 활력을 느낀다네......

 

고독한 사색을 나는 지혜라고 부르지.

하지만 고독한 노래는—어리석을지니!

그러니 내 주위에 조용히 둘러앉아,

너희를 찬미하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려무나,

너희들 몹쓸 새들이여!

 

그리고 젊고 잘못되고 분주한 새들이여

너희는 오직 사랑을 위해, 모든 아름다운 소일거리를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닐까?

망설이며 고백하건대, 나는—북극에서--

끔찍하게 늙은 여인을 사랑했었노라:

“진리”라는 이름의 노파를.....

 

[즐거운 학문] 402-403 :: 뮤즈님이 「남국에서」작품을 읽어 주셨네요. 가장 활발한 발표를 해주셨는데, 시 분석이 매우 재미있으셨다고 하셔서, 공감 안되는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지요. 아무래도 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는 작업이니까요. 뮤즈님 덕분에 세미나가 명랑했던 건 사실입니다. 뮤즈는 특히 1연의 1행에서 ‘휘어진 가지 위에 앉은/피로한 몸’에 고단함을 느낄 수 있었고, 3연에서 ‘끊임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독일적인 힘든 일!’에서 ‘독일적인’것에 대해, 독일은 태양이 9월에 닫혀서 5월에 열리는 기후적인 것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4연에서 ‘새로운 삶, 새로운 놀이’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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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베파

 

내 육체가 아직 매력적인 동안은

경건함이 의미가 있지.

신이 여자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저 위의 아름다운 여자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점잖은 수도승이

다른 여러 수도승처럼

내 곁에 있고 싶어 하는 것을

신은 분명히 용서하실 거야.

 

늙은 교부는 안돼!

안돼, 아직 젊고 붉은 얼굴일지라도

늙어빠진 고양이처럼

질투와 궁핍으로 가득 차 있지!

나는 백발이 싫어,

신은 늙은이를 싫어하지.

얼마나 놀랍고도 지혜로운

신의 조화일까!

 

산다는 것이 무언지를 알기에

교회는 가슴과 얼굴을 검사하지.

교회는 언제나 나를 용서하지:-

그래 누가 나를 용서하지 않겠어!

조그만 입으로 속삭여대며

무릎을 끓고 걸어나가

새로운 죄로

묵은 죄를 덮어버리지.

 

아름다운 소녀들을 사랑하여

스스로 진 마음의 짐을

기꺼이 용서하는

지상의 신을 찬양하라!

내 육체가 아직 매력적인 동안은

경건함이 의미가 있지:

악마는 친절하게도

늙은 바람둥이 여인인 나를 좋아하지!

 

[즐거운 학문] 404-405 :: ​ 「경건한 베파」는 석두님의 차례인데, 샘이 결석을 하신 까닭에, 낭송을 하고 1연의 마지막 연에서의 ‘신은 분명히 용서하실 거야.’와 2연의 4행에 시어 ‘질투’. 3연의8.9행의 ‘새로운 죄로/ 묵은 죄를 덮어버리지’.에 주목을 하고, 4연의 ‘지상의 신’과 ‘악마는 친절하게도’에 주목을 하고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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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조각배

 

온 세상이 잠든 어젯밤

바람이 한숨을 내쉬며

골목길을 내달릴 때

베개도, 아편도, 다른 때는 깊은 잠을 이루게 해주던-

양심의 편안함도

내게 휴식을 주지 못했다.

 

결국 잠자리를 박차고

바닷가로 달려갔다.

밝은 달빛과 부드러운 대기.

따스한 모래 위에서 마주친

사람과 나룻배.

목동과 양, 둘 다 졸음에 겨워

졸음에 겨워 나룻배는 육지에 부딪혔다.

 

한 시간, 아마도 두 시간,

아니면 일 년이었을까?

- 갑자기 감각과 생각이 모두

영원한 하나에 빠져들어

끝없는 심연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사라져버렸다!

 

아침이 오고, 검은 심연 위에 우뚝 선

나룻배의 휴식, 그리고 또 휴식

무슨 일이었지? 그렇게 외치자,

수백의 사람이 곧 외쳤다- 무엇이었지? 피였나?--

아무 일도 없었어! 우리는 잠을 잤지,

잠을 잤지 모두가- 아, 그러면 됐어! 그래 됐어!

 

[즐거운 학문] 405-406 :: 1연의 ‘베개도, 아편도, 다른 때는 깊은 잠을 이루게 해주던--/양심의 편안함도/내게 휴식을 주지 못했다’에서 얼마나 니체가 고통 속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2연의 ‘사람과 나룻배’의 시어와 3연의 ‘끝없는 심연이 입을 열었다’에 주목을 하였고, ‘심연’은 극한적인 한계이며 심연은 나의 근거를 확인하게 되는 곳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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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언

​(하지만 그 순간 시인은 구덩이에 빠졌다--)

​​​​​

​오, 놀라워라! 아직도 날고 있는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도 날개는 쉬고 있다니!

무엇이 그를 떠받쳐주는 것일까?

무엇이 그의 목표이며, 항로이며,고삐인가?

 

별처럼, 영원처럼 이제 그는

삶이 갈망하는 저 높은 곳에서 살고 있다.

질투조차 동정하면서--:

그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기만 해도 높은 곳에 이르리라!

 

오, 알바트로스여!

영원한 충동이 나를 높은 곳에 이르게 하노라!

너를 생각하면, 흘러내리는 눈물

그리고 또 눈물,-아,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

​[즐거운 학문] 407 :: 「사랑의 선언」은 이전의「알바트로스」에서 제목을 바꾼 작품입니다. 사물시를 이를테면 시적자아로 전환을 한 셈입니다. 엇결님이 낭송해 주셨고, 우리는 사랑의 선언에서 ‘사랑’의 본질을 따라 시편을 이해해 갔습니다. ‘날개는 쉬고’ 있는데 알바트로스는 날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떠받쳐주는 것일까?’. ‘별처럼, 영원처럼 이제 그는/삶이 갈망하는 저 높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영원한 충동’이, 니체의 힘에의 의지는 즉 상승의 충동이 ‘나를 높은 곳에 이르게’한다. ‘아,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아모리파티. 내 운명을 사랑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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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크리토스의 염소 치는 목동의 노래

​​​​

​여기 나는 뱃속에 병이 든 채 누워

빈대들에게 물어뜯기고 있다.

저 위에는 아직도 빛과 소음:

그들이 춤추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가 내게 살며시

숨어드는 이 시간.

나는 개처럼 기다리지만-

아무런 기색도 없구나!

그녀가 약속한 십자가!

거짓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녀는 내 염소들처럼

누구든지 따라가는 것일까?

그녀의 비단치마는 어디에서 난 것일까?--

아, 나의 긍지는?

아직도 이 숲가에는

염소들이 살고 있는 걸까?

사랑에 빠진 기다림은

얼마나 큰 혼돈과 독기를 품고 있는지!

이 무더운 밤

정원에는 독버섯이 자라난다.

사랑은 일곱 개의 악처럼-

나를 여위게 한다.

아무것도 내 식욕을 당기지 못한다.

안녕히, 너희 양파들이여!

달은 바다 속으로 기울고

별들도 모두 지쳐 있는데

멀리서 회색빛 동이 터오는구나--

내 기꺼이 죽음을 맞으련다.

​​

[즐거운 학문] 407-409 :: 연두님이 낭송을 한 시입니다. 시 제목에서 ‘크리토스’는(그리스의 대표적인 목가시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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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 시

​혹은: 병든 시인이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

너 침 흘리는 마녀의 시간이여,

네 입에서

천천히 시간의 물방울이 방울져 떨어져 내린다.

헛되이 내 모든 혐오감이 소리친다.

"저주를 받아라,

영원의 목구멍이여!"

세계는-청동 광석:

절규를 듣지 못하는--불타는 황소

날개 달린 비수를 지닌 고통이

내 뼈를 파고든다:

"세계에는 심장이 없나니,

그것을 슬퍼하는 자는 어리석도다!"

쏟아 부어라 모든 아편을,

내 뇌수에 독을 쏟아 부어라, 열병이여!

이미 오랫동안 너는 내 손과 이마를 시험했노라.

무엇을 더 물으려는가? 무엇을? "얼마나 큰-대가를 바라는가?"

--아아, 이 매춘부에게,

그녀의 경멸에 저주 있으라!

아니다! 돌아오라!

밖은 차고, 빗소리가 들려온다.

좀더 부드럽게 너를 맞아야 하는가?

- 받아라! 여기 황금이 있으니: 그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가!--

너를 "행복"이라 부를까?

너, 열병을 축복해야 할까?--

문이 활짝 열린다!

비가 침대에 들이친다!

바람이 등불을 꺼트린다--쏟아지는 재난!

- 지금 백 개의 각운을 지니지 못한 자는

내기를 걸고 단언건대,

죽음을 맞으리라!

​​

[즐거운 학문] 411-412 :: 정화님이 낭독하신 시죠. ​‘마녀’의 시간이란 이성주의 탄생과 이성주의 철학이 존경하는 시간인데요. ‘네 입’은 이성의 입을 의미하고 있다고 보았어요. 2연에서 제시하는 세계는-청동 광석, 즉 물질적인 세계에서 ‘불타는 황소’ 는 동물 즉 ‘절규를 듣지 못하는 막막함을 비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니체는 마녀의 시간과 청동 광석 그리고 동물, 고통, 열병, 매춘부를 한 궤에 두고 있는 듯 해요. 4연의 1행의 ’아니다! 돌아오라!는 감당할 수 없어서 떠난 위치로, 감당항 수 있으면 돌아로라 청유를 하는데, ‘너를 행복이라 부를까/너, 열병을 축복해야 할까’.에서 행복과 축복은 고통의 해석이어서, 니체는 고통을 행복과 축복으로 여기는 것이라 알 수 있네요. 왜 고통이 축복이랄까. 그것은 마지막 연에서 답을 하죠. ‘문이 활짝 열린다’. 즉 고통의 시간은 창조의 예비된 시간이니까요. 니체씨는 ‘백 개의 각운을 지니’는 것이 재난이 들이닥쳤을 때에, 자신을 살리는 일이라고 하죠. 왜냐하면 하나의 각운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글쓰기의 과정이 필요하고, 즉 니체씨의 글쓰기란 삶을 위한 글쓰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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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

산마르코의 비둘기 떼를 다시 보노라.

고요한 광장에는 아침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나의 노래들을 부드럽고 차가운 대기 속으로 여유롭게

비둘기 떼처럼 창공으로 날려 보냈다가--

다시 불러들여

각운 하나를 날개에 더 달아준다.

- 나의 행복이여, 나의 행복이여!

 

푸른 비단으로 덮인 고요한 하늘이여,

온갖 빛깔의 집들을 품고 떠돌고 있구나,

내가 그리도- 무엇이라 말할까--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부러워하는......

그 영혼을 진정으로 한껏 들이마시련다!

언젠가 그것을 되돌려주어야 할까?--

아니다, 고요히 머물라, 그대 기적의 초원이여!

-나의 행복이여, 나의 행복이여!

그대 장엄한 탑이여, 사자 같은 힘으로

지칠 줄 모르는 승리의 영광을 자랑하며 솟아 있구나!

깊은 종소리로 광장을 뒤덮고 있는 그대는--:

프랑스어로 광장의 악상떼귀일런지?

그대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면

그 어떤 비단처럼 부드러운 힘이 끌어당겼는지 나는 안다.

--나의 행복이여, 나의 행복이여!

가거라, 가거라, 음악이여! 짚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갈색의 부드러운 밤이 오기까지 자라거라!

가락을 울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고,

황금 장식이 아직 장밋빛으로 물들지 않았다.

낮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시를 짓고, 산책하며, 홀로 소곤대는 낮 시간이.

--나의 행복이여, 나의 행복이여!

​​

​[즐거운 학문] 412-414 :: 시 「나의 행복」은 프라하, 저의 낭독시네요.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장소, 시간, 음식, 책등 다양한 취향이 있죠. 니체씨는 ‘산마르코’라는 장소가 하나의 각운으로 인정할 만큼 행복을 주는 장소인 것 같아요. 산마르코는 이탈리아 베네토주 베네치아에 있는 광장이라고 하네요. 나폴레옹은 산마르코 광장을 가리켜 유럽에서 가장 알므다운 응접실이라고 찬사를 했다고 할 정도니까, 어느 정도 짐작이 가죠. 광장에서 니체는 휴식을 취하는데, 비둘기 때를 다시 보며, 매우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네요. 비둘기를 다시 불러 ‘각운 하나를 달아’준다잖아요. 그리고 ‘나의 행복이여, 나의 행복이여!. 찬미하네요. 2연에서 보면, ’고요한 하늘‘ 온갖 빛깔의 집들을 품고’‘영혼을 진정으로 한껏 들이마시’며, 떠나기를 두려워하는 곳이라니, 그리고 나의 행복이라 노래를 하고 있네요. 3연에 1행에서 ‘장엄한 탑’은 99m의 종루와 베네치아의상징인 사자성이 광장 동쪽에 있다고 하니, 아마도 광장의 실존을 옮겨 온 것 같아요. ‘4행의 프랑스어로 광장의 악상떼귀일는지?’에서 악상떼귀가 뭐죠. 질문이 있었고, 그것은 모음악센트기호이고 발음을 바꾸는 기호라고 했었네요. 니체씨는 ‘시를 짓고, 산책하며, 홀로 소곤대는 낮시간이.’ 그렇게 행복하다잖아요. 여기에서 ‘낮 시간’에 대한 시어를 통해서 좀 더 니체씨가 대 낮의 철학자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나의 행복이 충만한 장소는 어디인가 생각하게 하는 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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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다로

​그곳으로—나는 가련다.

내 마음과 손을 믿고.

열린 바다로 무작정

내 제노바의 배는 향한다.

 

모든 것이 세롭게 빛난다.

시간과 공간 위에 잠들어 있는 정오--:

오직 그대의 눈만이 두렵게

나를 응시하는구나, 영원이여!

 

[즐거운 학문] 414 :: 니체씨는 물빛하고 놀 수 있는 ‘새로운’ 바다로 나아가기를 열망하네요. ‘내 마음과 손을 믿는 곳’. 즉 자신이 신앙이 되는 곳, 사막같은 곳. ‘열린 바다’는 새로운 세계를 뜻하는데, 그것은 니체 철학에서 지향하는 곳이죠. 그러하였을 때, 2연의 1행을 보면 ‘모든 것이 새롭게 빛난다’.는 거죠. 2행에서 보면 ‘정오’가 나오는데, 니체씨는 자신의 철학이 정오의 철학임을 드러내고 있네요. ‘오직 그대의 눈만이’에서 정오의 눈은 태양이란 걸 독자는 짐작을 하게 되고요.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나를 바라본다는, 즉 주체와 객체를 뒤바꾸어 놓는 시작법을 차용하고 있네요. 여기에서 두렵게라는 형용사는 새롭게, 빛나는 것에 대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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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스마리아

 

여기에 나는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선악의 저편에서, 빛을 즐기고

또 그림자를 즐기며, 모든 것은 유희일 뿐

모든 것은 바다이고 정오이고 목표 없는 시간일 뿐.

 

그때 갑자기, 나의 여인이여, 하나가 둘이 되었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가 내 곁을 지나갔다......

 

[즐거운 학문] 415 :: 질스마리아는 알프스의 어느 산골이라고 하죠. 개인적으로 가장 매혹적인 시행은 ‘여기에 나는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무(無)를’.이었어요. 제 옆 뮤즈님은 니체의 시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고 하고요. 아무 것도 없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선악의 저편’은 4행의 ‘목표 없는 시간’을 예비하는 시행이죠. 그런 시간이란?. 이성적인 시간이 아니라 운명적인 목표가 있는 시간이겠죠. 운명같은 시간. 아모르 파티의 지점같은........------2연으로 넘어가면 ‘그때 갑자기’ 인식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인식의 찰나에, ‘하나가 둘이 되었다’.해요. 둘의 정체는 ‘차라투스트라’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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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풍에게

-춤의 노래

 

그대 구름을 몰아내는 사냥꾼 북서풍이여!

우울한 살인자, 하늘의 청소부,

소리치는 자여, 나는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 둘은 하나의 품에서 나온

첫아이, 하나의 운명을 지니도록

영원히 예정된 것은 아닐까?

 

여기 매끄러운 바윗길에서

춤을 추며 나는 네게로 달려간다.

네가 피리를 불고 노래할 때 춤을 추며:

너는 배도 노도없이

자유의 가장 자유로운 형제로서

거친 바다로 뛰어든다.

 

깨어나자마자 나는 네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암벽의 층계로 내달린다.

바닷가의 황색 벽을 향해.

기쁘도다! 그때 너는 밝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의 격류처럼

당당하게 산에서 내려왔다.

 

하늘의 너른 마당 위에서

나는 너의 말들이 달리는 것을 본다.

네가 탄 마차를 본다.

네 손이 날랜 동작으로

말의 등 위에서

번개처럼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본다,--

 

빠르고 힘차게 몸을 내던져,

마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본다.

화살처럼 모을 웅크려,

심연 속으로 하강하는 것을 본다,--

장밋빛 아침놀 사이로 내리비치는

황금빛 햇살처럼.

 

파도의 등을 타고,

무수한 파도의 등을 타고 춤을 춰라--

새로운 춤을 창조하는 자를 찬미하라!

우리는 수천 가지 방식으로 춤을 춘다.

자유로워라우리의 예술이여,

즐거워라우리의 학문이여!

 

모든 꽃들로부터

우리의 영광을 위한 하나의 꽃과

화관을 장식할 두 개의 이파리를 피워내자!

트루바두르의 음유시인처럼

성자와 창녀 사이에서

신과 세상 사이에서 춤을 추자!

 

바람과 손잡고 춤추지 못하는 자

자신을 묶어놓아야만 하는 자,

퉁명스런 늙은 불구자,

위선의 탈을 쓴 자,

명예를 좇는 천치, 덕을 뽐내는 거위들은

우리의 낙원에서 떠나가라!

 

거리에 먼지바람을 일으켜

병든 자들의 코를 불어넣어라,

병든 자들을 내몰아라!

모든 해안을 해방시켜라,

메마른 가슴의 호홉으로부터,

용기 없는 눈길로부터!

 

하늘을 흐리게 하는 자,

세상의 비방자, 구름을 밀어내는 자를 내쫓아라.

하늘의 제국을 밝게 빛나게 하라!

소리쳐라, 오 자유로운 정신이여

너와 함께 둘이서

나의 행복은 폭풍처럼 소리친다.

 

--그리하여 영원토록 이 행복의 기억을

유산으로 물려받아라,

화관을 집어 올려라!

더 높이, 더 멀리 그것을 던져 올려라.

하늘사다리로 폭풍을 몰아쳐

그것을-별에 매달아라!

 

[즐거운 학문] 415-418​​​​ ::​ 오라클님의 시 낭독이 끝나고, 마지막 시편에서 좀 더 느긋하게 세미나가 이어졌네요. 북서풍은 대체적으로 지중해의 따뜻한 바람이라고 해요. 북서풍은 ‘사냥꾼’이고 ‘우울한 살인자’이며 ‘하늘의 청소부’라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것은 파괴성을 의미하고 창조의 기반이 됨을 의미하는 데서 ‘살인자’, ‘청소부’라 하며, 북서풍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자를 지목하죠. 니체는 자신의 철학을 살인의 철학이라 명명하고 있는 셈이죠. 구름의 철학은 기독교식의 태양을 가린다는 데서 기인한 거고요. 다른 측면에서는 구름이 모아 번개가 되고 천둥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죠. ‘우리 둘은 하나의 품에서 나온/첫아이’는 앞의 시에서의 「질스마리아」2연에서의 ‘하나가 둘이 되었다’를 떠안고 있는 시행이네요. 2연에서는 ‘네가 피리를 불고 노래할 때 춤을 추며’---‘자유의 가장 자유로운 형제로서’라고 북서풍을 찬양하는데, 북서풍의 속성을 통하여 바람에 대한, 자유정신을 어필하고 있는 거죠. ‘거친 바라로 뛰어’들기 위함, 삶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기 위함. 뭐 그런 정도로 이해가 되어요. 4연에서 ‘네가 탄 마차’에서 마차를 아폴론의 마차, 태양 마차로 해석이 오고 갔고요. 마지막 연의 ‘채찍’은 이성과 습관을 깨트리는 비유로 이해를 했네요. 6연에서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파도의 등을 타고/무수한 파도의 등을 타고 춤을 춰라‘. 여기에서의 파도는 똑같은 파도가 없다. 무수히 많은 파도의 등을 타고 추는 춤은, 창조의 정신, 파괴의 정신이므로, ’수천 가지 방식으로 춤을 추‘는 것을 살려면 모방하지 마라. 는 니체씨의 엄중한 경고이죠. ’자유로워라-우리의 예술이여‘. 니체의 예술혼은 ‘즐거워라-우리의 학문이여!’라고 노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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