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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4-2주차 후기] 무지와 지 사이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이번 후기는 편지처럼 써볼려고 합니다. 제 '철학함'의 양태가 이러하다는 것을 조금은 문어체로 풀어쓰는게 혹시 가깝게 여겨질 수 있지 않을까하여서 그리 적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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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신앙을 배워왔습니다. 한 때는 신을 믿는다 혹은 안다고도 생각했었죠. 부모님이 왜 독실한지를 성경을 직접 읽었고, 그 세계관에서 오랜 생각을 해봤었습니다. 다만 이러저러한 과정을 지나서, 이제 저는 '신'의 경서에 따라 누구는 벌하고 누구는 축복하는 심판자로의 위치가 아니라, 차라리 스피노자의 '신'을 따라 이 자연 자체, 이 자체로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지복'에 닿은 기쁨이라는 것을, 스피노자의 철학을 따라가보며 알게 되었어요.
 
스피노자의 철학의 배경이라 하면, 중세는 카톨릭의 시대였고, 스피노자는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답니다. 유대교라는 종교의 특징은 경서를 매우 숭상하는 종교여요. 그리고 그 종교는 포교보다는, 민족의 '선민'의식. 곧 신이 자신들을 선택했다고 믿게 하는  민족종교에서 출발합니다. 그 민족애는 배타심이 컸는데, 그 종교를 어기거나, 벗어나는 것은 '파문'이라 하여서, 죽임을 당해도 가당한 상태로 버려짐을 당합니다. 실제로 스피노자는 칼에 찔려서 죽을 뻔하기도 하죠. 이런 양태가 카톨릭에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종교재판이 남아있던 것이죠. 이교도를 죽이거나, 또는 이방인을 함부로 대하는 그 잔혹함의 뿌리말이죠. 
 
부모의 종교를 따라서, 경서를 읽으면서 유대인의 역사 중 전반부는 '이스라엘'이라는 민족국가를 세우기까지 이민족과의 전투를, '선'과 '악'의 진영으로 갈라서 싸웠던 것을 서사한 내용이 많습니다. 각설해서, 저는 왜 '신'이 '악'을 규정한단말인가, 그리고 그 '악'은 정말 '신'의 악인가라는 의심을 많이 하였습니다. 정말 '선'을 추구한다면은, '심판'이라는 고압적인 처우가 아닌, 모두가 '기뻐질 수 있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경서에 묶인 앎보다 인간과 자연 자체에 대한 이해를 추구해야 하는게 그것이 '앎'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좀 더 섭리를 알아가는 '신앙'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수적인 종교인이라면, 이 또한 제게 이리 말할거란걸 압니다. '신'이 그리 말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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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세미나가 조금 아쉬었습니다. 그리고 왜 아쉬워했는지 제 자신의 철학에 대한 자세도 좀 생각해봤어요. 아마 저는 스피노자의 세계관을, 나와 다른 아무개의 세계관처럼 생각하는게 아니라, 이젠 그 세계관으로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종교를 믿었던 것만큼이나 독실하게 말이죠. 허나 이젠 압니다. 이 또한 경서를 읽고 나서, 나는 '신'을 알아!라고 하는 이처럼, 내가 에티카를 읽었다고 해서, 나는 '신'을 알아라고 하는 일을 번복하는, 개념에서 멈춰서 이해하면, 이 또한도 불경한 이와 선민된 이로 양분시킬 뿐이라는 것을 말이죠. 실체가 뭔지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건, 이 앎이 나에게 '기쁜가', 그리고 누군가도 이 앎으로 기뻐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피노자의 '기쁨'은 '선'이니까요.
 
 
"기쁨이란 인간이 보다 작은 완전성에서 보다 큰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에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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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법'에 의한, 선과 악의 진영으로 가르지 않습니다. 비록 다른 양태가, 다른 양태의 생을 멸하는 폭력이 자연에 포섭된 채로 놓여있다고 하더라도요. 책에서의 내용중에서 '인간 중심'적 심판에 대한 서술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늑대를 죽이는 것이 가하다고 여기고, 늑대는 인간을 죽이는 것이 가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을 둔 논쟁이 있었는데요. 한 사람의 생이 타당한지, 한 늑대의 생이 타당한지를 저울질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에티카의 낙관적인 세계관에 대해 포착하는 것으로 입문하는게 어떤지를 권해드립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실체'를 이미징해보는 것으로요. 인간은 비록 문명속에 있지만, 인간 또한도 자연의 일부이며, 그리고 인간이란 범주 외에도 다른 생명체, 미생물, 작고 큰 각기의 양태 포유류, 풀과 나무들, 각 곳곳의 기후에 따른 다른 생태계, 사막, 열대를 너머, 지구 밖의 우주 등 이 모든 덩이들이 그 자체로 운동을 하며, 시간과 공간들이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포착하는 겁니다. 이 양태들만 해도 얼마나 광활하며, 인간의 모든 것을 지각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원대하죠. 허나, 이것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는 지구와 달, 태양과의 공전, 자전으로 펼쳐지는 기후의 변화, 그리고 각 생명체의 먹고 먹힘이 살았다가 죽고, 먹고 먹힘으로서, 또는 파괴되고 생성되는 것을 바라보는. 그리고 이것을 지각해보고 상상해보는 이 순간 조차도. 나라는 인간 사유 또한도. 이미 자연에 포섭되어있다는 것을 느껴보는 것.
 
인간이 '언어'들로 이 철학과 저 철학을 사유한다하지만, 다시 어떤 '언어'들로는 '언어-법'만으로 인간계의 군상만을 중요하다 또는 규정할 수 있다고 하는 협소한 언어로도 전락할 수 있는 것도 '언어'의 한계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에티카를 읽으며.
 
아침에 일어나, 적절한 피로함, 배고픔을 느끼면서. 어제의 감정. 반가움, 친구가 되고 싶은 열렬함, 그리고 아직 '신'이라는 것을 끝끝내 이해하기 까지. 내 '지'를 넘어서 있는, 아직도 내게 알려줄게 많은 '신'의 속성들- 내 무지에 놓여져 있는 그 '무엇'은, 내게 곧 '기쁨'으로 만나게 될 앞으로의 순간까지도 내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것을 반가워합니다. 스피노자가 밀실에서 안경을 깎으면서 고요히 보내면서도, 친구들과 서신을 나누면서 만나면서 느껴갔던 행복은 그런게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다들 좋은 주말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후기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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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말로 저는 강의식을 선호하는 저였지만, 이런 세미나에서만 얻어갈 수 있는, 각기의 '세계관'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가는 이 자리가. 꽤나 '리얼리티'한 자연 중의 하나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된 자리였어요.
또 다음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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