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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논문 : 금욕주의적 이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미나 후기

 

[3논문]은 금욕주의(성직자의 이상)의 거대한 힘은, 보통 믿고 있는 것처럼 ‘신의 사제들이 배후에서 활동’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금욕주의가 지금까지 유일한 사상이어서 ‘금욕주의에 대항하는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라는 가치전도를 보여준다. 핵심주제는 금욕주의가 예술, 철학, 종교, 과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다. 이는 곧 인간에게 금욕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의미한다.

 

[3논문]에 들어가기 전에 1논문 및 2논문과 3논문이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보았다.

[1논문]은 그리스도교의 심리학에서 ‘원한의 정신’을, [2논문]은 양심의 심리학에서 ‘양심의 가책’을 다뤘다. 이를 거쳐 [3논문] 성직자의 심리학에서는 ‘금욕주의’에 도달했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이 금욕주의는 원한의 정신과 양심의 가책의 복합체이자, 이것들이 실존할 수 있는 방식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욕주의는 원한의 정신과 양심의 가책 배후에 있던 하나의 충동을 드러내는데, 바로 허무주의이다. 결국, 금욕주의의 최종형태는 허무주의이며, 금욕주의에 표현된 의지들은 ‘허무를 향한 의지’이다.

 

금욕주의의 최종형태는 허무주의다. 금욕주의는 어떻게 허무를 의지하게 되었나? 그것은 금욕주의가 공허에 대한 공포’(아무것도 의욕하지 않는 것)를 대신하는 ‘허무에 대한 의지’(무를 의욕하는 것)로부터 힘을 얻기 때문이다. 허무주의는 하나의 의지로서 ‘힘’이 되는 것이다. 허무주의에서 인간적 본질인 ‘힘에의 의지’가 어떤 것인지 이 지점에서 알려준다. 니체는 여기서 허무주의에서 의지 자체가 구출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허무주의는 삶에 대한 적대이고 삶의 기본전제에 대한 저항이지만, 그때조차 하나의 의지라는 것이다.

 

금욕주의 유형 가운데 니체는 완전무결한 예술가의 욕망에 사로잡힌 바그너 경우를 흥미 있게 다루고 있다. 파르지팔의 작가나 창작자(니체는 이런 식으로 바그너를 빗대어 표현했다. 은근히 조롱한 건가?)는 중세 영혼의 명암 속으로 침잠해가는 것을, 정신의 모든 높이나 엄격함이나 훈련에서 적대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일종의 지적 도착을 면할 수 없다. 완전무결한 예술가란 실재적인 것이나 현실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존재이며, 그것이 되고자 시도하는 것은 예술가의 전형적인 불완전한 욕망이다. 늙어버린 바그너도 이 같은 불완전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이런 내용을 서술한 뒤 니체는 바그너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묻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그너는 ‘완전무결한 예술가의 욕망(예술가의 전형)’에 사로잡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현실화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가 작품을 통해 현실화되려는 순간, 그는 예술적 관능을 부정하고 현실적 가치를 추구하는 금욕주의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런 예술가들은 어느 시대나 어떤 도덕ㆍ어떤 철학ㆍ어떤 종교의 시종이었다. 바그너가 선행자나 보호벽으로 삼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으로 음악의 가치상승이 이루어져, 그는 신탁을 전하는 자ㆍ저편 세계의 전화기가 되었다.

 

한편 철학자에게 금욕주의(청빈, 겸손, 순결)는 철학에 필요한 유리한 조건들을 추구하려는 본능이다. 금욕주의란 철학자에게 최고의 정신성을 추구할 수 있는 최적조건이며, 따라서 그는 ‘생존’을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생존을,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긍정한다. “세계가 망할지언정, 철학은 살고, 철학자도 살고, 나도 살아남으리라!”는 불경스러운 소망을 가지는 것이다.

 

금욕주의적 이상의 3가지 수식어인 청빈, 겸손, 순결은 그들의 최선의 생존과 가장 아름다운 생산성을 이루는 가장 고유하고 자연스러운 조건들이다. 이 3개의 거창한 수식어는 철학자들의 최선의 생존과 생산성을 위한 조건들이지, 덕과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금욕주의적 이상은 철학자에게 그 출현의 형식으로, 실존의 전제로 도움이 되었다. 그는 철학자가 되기 위해, 금욕주의적 이상을 표명해야만 했고 그것을 믿어야만 했다. 철학자들은 특유한 세계 부정적인, 삶을 적대시하는, 감각을 믿지 않고 관능에서 벗어난 초탈의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것이 철학자들의 태도 자체로 간주되었는데, 이것은 철학이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유지되어왔던 긴급한 조건들의 결과이다. 오랫동안 철학은 금욕주의의 외투가 아니라면, 지상에 전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금욕주의적 성직자는 불쾌하고 어두운 애벌레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형태에서만 철학은 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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