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자본_후기] 9권(1~2장)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
- 내가 진단한 '근시성 난시' 환자들 사례 -
환자사례 : 주치의가 작성한 차트 인용
병원이름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안과
주치의명 : 카를 하인리히 막스(Karl Heinrich Marx)
'근시성 난시' 환자 사례1
- 성명 : 애덤 스미스(Adam Smith)
- 출생 : 1723년
- 직업 : 대학교수 (경제학)
1. 환자 증상 (*아래는 환자가 말한 내용)
(1)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의 구분 방법- 규정: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면 생산적 노동,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면 비생산적 노동. 그리고 '자본'과 교환하는 노동은 생산적 노동, '소득'과 교환하는 노동은 비생산적 노동!
(2) 생산적 노동에 대한 부연 설명 : 매뉴팩처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은 "노동이 끝난 뒤 적어도 얼마 동안은 존속한다." "말하자면 필요한 어떤 다른 경우에 사용되기 위해 저장되고 비축된 일정량의 노동", 하인의 노동이 비생산적인 이유는 "어떤 특정 대상이나 판매 가능한 상품 안에 고정되고 실현되지 않"음. "서비스가 행해지는 순간 바로 사라지며", "가치를 남기지 않으므로 나중에 동일한 양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음.
2. 진단 내용
- 환자의 증상(발언) 중 (1)번 내용은 진단 결과 이상 없음.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음. (경제학자로서 최대 과학적 공적!)
- 환자의 증상 중 (2)번 내용은 (1)번 내용에 모순을 일으킴. "소비된 가치와 등가물"인 생산물을 생산한 경우, 즉 노동자가 임금에 해당하는 만큼만 노동한 경우도 생산적 노동이 될 수 있음. (1)번에서 환자는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만이 생산적 노동이라고 했음. (2)번 설명은 가치, 엄밀히 말하면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아도 생산적 노동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됨. 그러면 (2)번 설명은 (1)번 규정에 배치가 됨. (모순!) 노동이 상품 안에 고정되고 실현되기만 해도 생산적 노동이라고 하면, 노동자가 자기가 받는 임금만큼만 상품에 노동을 실현하기만 해도 생산적 노동이 됨. "이것은 노동자가 생산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와 완전히 동일한 거래". 등가교환만 했지, 잉여가치는 없음.
- (2)번 설명은 서비스 노동을 비생산적 노동으로 간주하게 함. 서비스 노동은 서비스를 행하자마자 사라져 버리니까 상품에 장기간 고정할 수 없음. 마부의 노동은 손님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라지지만, 대신 마부가 받은 '마차운임'은 마차회사 사장에게 결코 썩지 않는 가치형태(화폐)를 남김. 그렇다면 마부의 서비스는 충분히 생산적임. 자본가에게 중요한 건 오래가는 상품이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임. 자본가는 내구성이 큰 상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이윤이 많이 나는 상품에 투자함.
3. 진단명 : 노동 생산성 난시
환자는 노동의 생산적 성격에 관해서 '난시'를 갖고 있음. 생산적 노동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해 초점이 다소 흐려짐. 각막에 틈을 만들거나 요철을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임. 환자가 호소하는 점을 봤을 때 '상품의 내구성'이라는 관점이 각막 표면에 이상을 일으키는 듯함.
4. 치료 방법
(1) 상품의 '내구성'이 생산적 노동의 요소라는 관점을 버려야 함. 이 관점이 초점을 흐림.
(2) '노동의 생산성'을 볼 때 오로지 "그 노동이 가치(잉여가치)를 생산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함. 그렇다면 초점이 명확해져 난시를 해결할 수 있음.
'근시성 난시' 환자 사례2
- 성명 :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 출생 : 1772년
- 직업 : 사업가, 증권투자가, 하원의원, 학자
1. 환자 증상
(1) 적록 검사(근원시 교정 검사) 실시 (*아래는 환자가 말한 내용)
- 검사결과: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초록색 사각형 안 단어(풍요)와 빨간색 사각형 안 단어(희소)중에 빨간색 사각형 안의 단어가 더 잘 보인다고 함. -> 진단결과: 근시
(2) 자연은 인간에게 생계수단을 충분히 거저 주지 않음. '희소성'이 자연의 기본 성격임. 자연의 자원은 늘 부족함. 그래서 가만히 있는 사람은 죽게 되어 있음. 인간의 노동은 자연의 불모에 맞선 인간의 분투임.
2. 진단 내용
- 현대인의 시각에서만 자연을 바라보고 있음.
- 환자가 존경하는 학자 애덤 스미스와 데카르트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임. 환자 역시 그런 편협한 관점을 가지게 된 것 같음.
3. 진단명 : 역사성 근시 (매뉴팩처 시대성 근시)
- 환자는 자연을 볼 때 '역사적 근시'를 갖고 있음. 자연 자원을 희소하게 보는 관점이 과거에도 그러했다고 착각하고 있음. (일부 고전파 경제학자들(17~18세기), 특히 중농주의자들 중에서도 부의 원천으로서 자연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있는 사람들이 있음. )
- 환자가 현재 착용하는 안경렌즈가 '카피탈(kapital) 사'에서 생산한 렌즈임. 이 렌즈는 근시를 교정하기 보다 오히려 근시를 강화하는 부작용이 있음. 특히 역사와 관련해서 볼 때 그 경향이 두드러짐.
- 환자는 일부 현상에 대해 선택적 초점 장애를 갖고 있음. 환자는 '잉여가치'에 관심이 지대함, 다만, 잉여가치의 '증대'에만 초점이 잘 맞고, 잉여가치의 원천(원인)에 대해서는 초점을 전혀 맞추지 않음. 일종의 선택적 초점 장애라 볼 수 있는데, 의식적이라기보다 무의식적 작용에 가까운 것으로 보임.
4. 치료 방법
(1) 심리적 여유와 안정 확보: 환자의 증상은 물리적, 신체적 요인보다 심리적 요인이 커 보임. (심인성 질환).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자연에 대한 관대함이 필요함.
(2) 굴절률 조정(역사적 굴절률): 역사성 근시를 교정할 수 있도록, 즉 역사를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렌즈의 굴절률을 조절해야 함.
(3) 렌즈 교체(대인관계와 지식의 다양성 확대): 환자가 존경하는 학자들이나 주변 지인(경제학자)들이 추천하는 대로 안경렌즈를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함. 기존의 사용하던 회사(카피탈 사)가 아닌 타사 제품 사용을 권장함.
'근시성 난시' 환자 사례3
- 성명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 출생 : 1806년
- 직업 : 학자(경제학), 하원의원
1. 환자의 증상 (*아래는 환자가 말한 내용)
(1) "노동은 자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함.
(2) "자본이 이윤을 낳는 이유는 식품이나 의복, 원료, 노동수단이 그것들의 생산에 필요한 시간보다도 더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임.
(3) "한 나라의 총이윤은 교환이 수행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늘 노동생산력에 따라 결정됨."
(4) "노동자가 임금총액보다 20퍼센트를 더 생산한다면 이윤은 20퍼센트가 될 것"
(5)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갖고 있어서 자본가가 임금총액을 지불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그렇게 기다리는 한에서 자본을 투자한 것과 같다.
2. 진단 내용
(1) 잉여가치의 생성원인을 잘못 보고 있음. 잉여가치는 '노동력의 가치 이상으로 연장된 노동(외적 강제가 필요)에서 나온 것이지 노동을 하면 천성적으로 그 가치보다 많은 가치가 생산되는 것은 아님.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생산양식의 잉여생산물도 그러함.
(2) '이윤'을 바라볼 때, 초점이 명확하지 않음. 리카도 환자와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음. 상품의 내구성은 잉여가치의 생산과 아무 관련이 없음.
(3) 환자는 근원적인 부분을 보지 못함. 교환이 없다는 것은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임. 교환이 없으면 이윤도 없고 자본주의도 없음. 교환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반 조건임.
(4) 이윤을 잘못 보고 있음. 잉여가치율과 이윤률을 혼동하고 있음.
(5) '임금'을 바라보는 초점이 지나치게 비약적임. 노동자가 투여한 노동을 소위 '투자'라고 간주한다면 그 투자는 합리적인 투자라고 볼 수 없음. 투자라고 한다면 투자한 밑천에다가 덤으로 이윤을 더 얻어야 함. 그런데 노동자는 자신이 받을 것(임금)을 자신이 생산하고(자본가가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은 것) 잉여노동을 통해 자본가가 챙겨 갈 몫까지 생산함. 노동자는 밑지는 장사를 위해 투자를 한 셈.
3. 진단명: 근시 (조절과다형)
- 환자는 현상의 원인을 가까운 거리에서만 자주 보는 경향이 큼. 현대의 렌즈로만 현상을 집중해서 오래보다보니 조절을 평소보다 많이 하게 됨. 조절을 과하게 할 경우, 눈이 쉽게 피로하고 초점이 자주 흐려짐. 가까운 거리에서만 보다가 멀리 봐야 할 때는 조절을 풀어줘야 하는데 그 조절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으로 보임. 그 결과, 사물의 현상과 결과를 만든 원인을 잘못 보는 경향이 있음.
- 환자는 잉여가치, 생산성, 교환가치, 잉여가치율, 이윤률, 임금 등의 기본요소에 대해 잘못 보는 경향이 두드러짐.
- 환자가 현재 착용하는 안경렌즈 역시 '카피탈(kapital) 사'에서 생산한 렌즈임. 이 회사 제품은 근시를 교정하기 보다 오히려 근시를 강화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으로 유명함.
4. 치료 방법
(1) 렌즈 굴절률 조절: 조절자극이 되는 거리가 너무나 짧아서 조절반응을 그 거리에 비례해서 교정해야 함. 교정을 위한 렌즈 처방이 필요함.
(2) 정신적/지성적 휴식 필요: 환자는 지성을 필요 이상으로 확장하려는 과잉 두뇌활동이 오히려 시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임. 지적 활동을 유예하고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함.
(3) 시좌의 교정: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觀點, perspective, point of view)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디서 보느냐?"는 시좌(視座)의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보임. 낮은 평지에서는 그저 한 무더기의 흙도 언덕처럼 보이기 마련임.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한 무더기 흙은 '모래알'처럼 작아 보일 수도 있음. 환자는 '현대'의 낮은 평지가 아니라 '인류의 전역사'라는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시좌를 확보해야 할 것임.
맑스가 [자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부르주아경제학을 대표하는 세 철학자를 '근시성 난시' 환자로 진단했군요. ㅎㅎ 사이님의 컨텐츠 창작력이 돋보이는 재미있고, 유니크한 후기입니다. ㅋㅋ 그리고 스미스, 리카도, 밀의 이론적 특징도 제대로 정식화했네요. ^^
무엇보다 이들을 공통적으로 '근시성 난시'로 진단한 것은, 맑스의 '원근법적 물신주의'에 대한 창의적인 패러디처럼 생각됩니다. 맑스의 비판처럼 이들의 원근법적 물신주의(Perspective Fetishism)는 역사에 대한 시각적 기만을 만듭니다. 이들의 원근법적 물신주의가 "현재와 가까운 시대일수록, 더 발전된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맑스의 역사 유물론은 "현재가 그렇게 보이는 것은, 현재의 특성이 아니라, 내가 속한 시대가 현재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합니다.
앞으로도 사이님의 컨텐츠창작자의 능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