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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4-4주차 후기] '철학함'의 쓸모

싸미 2022.10.09 15:54 조회 수 : 48

[청인지14-4주차 후기] '철학함'의 쓸모
부제 : '법 앞에서'의 나의 경험
 
 
어느 철학공동체에서 2년정도 철학을 공부했고, 후기를 매주 썼던 때가 있었어요. 그 때 저는 어떤 계기로 제 자신을 개종해야겠다 작정했습니다. 어떤 믿음은 날 망가지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어요. ''담배', '술'이 날 망치지 않아. 스트레스에 파괴되기보다, 차라리 그 편이 나은걸.' 이라고 '믿어'버리면 아무래도 그 상황을 탈출하기 어려울 겁니다. 종종의 의존은 최악을 만들지는 않아도, 좀 더 나은 차악 또는 차선으로의 실천을 더디게 만들테죠.
 
무튼 제 후기'쓰기'는 제 정신을 덮어'쓰려'는 여정이었어요. 그리고 이 강박증은 제게 나름 '독소'를 주었는데. 그건 제 머리에 '후기'라는 쇠양동이를 뒤집어쓴 채 소리치고는, 주변음을 듣지 못할 뿐더러, '혼자'의 세계에서 나오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어요. 그 후기쓰기는, 내 믿음을 지우려는 거였지만, 다시 믿음을 세우려는 거였기도 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조금 이해했습니다.
 
이 서론이 이번 세미나에서의 본론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가. 그건 제가 청인지 '철학의 모험'에서 얻고 싶은, 제가 내린 커다란 발제가 있어서, 생각해보고 있는 중에 던져봤어요. 그 발제에서, 이번 주의 철학자. 베이컨, 로크가 제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풀어볼게요.
 
먼저, 제가 던진 대발제는 '철학함'의 쓸모에 대한 것입니다. 이 또한도 너무나 당연시 되었던 전제일 수 있겠어요. 
 
'정말 '철학'은 쓸모가 있는가?
쓸모가 있다면, 쓸모있게 어떻게 쓰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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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명받았던 것은 '법 앞에서'라는 우화였는데, 그건 이 철학들은 나의 '문'들이 될 수 있으면서, 나의 '문'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죠. 한 때 신앙에 의지했던 때, '앎'에 대해서 많이 의존했었어요. 저뿐 아니라, 신앙인이라는 것인 본디 그 '앎'으로 믿음을 낳게 하는 것. 그 믿음은 삶을 만들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제가 안다고 생각했던 문이, 문이 아닌 '문지기'에 의한 문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부딪혀본건, 그의 '앎'이, 나의 '삶'과는 다르다는 문제였어요. 예를 들자면, 동성애 혹은, 기타적인 정신병을 '악령'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는 문제에 대해서, 기도로만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만능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믿음만으로는 '타자'를 보지 못하게 하죠. (타자의 믿음과 세계의 존재가, 자기 세계에서의 믿음과는 일차적으로 갈등을 겪게 만드는건 당연한 경과겠어요.)
 
'법 앞에서' 우화의 교훈을 반추해보자면. 그 문지기의 말을 의심했기에, 진짜 그 문에 들어가면 안되는지를 증명해보려는 실천으로, 통과할 수 있던 문이었어요. 
 
문과 문지기.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나'. 
여기서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적어도 저는, 제가 직접 문을 여는 철학을 하고 싶어요. 문지기의 말로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문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요. '우상'으로 살지 않으려면, 내 손에 만져지는 문고리. 문을 열고 싶다는 욕망의 발제를 붙잡으려구요.
 
타인의 발제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앞문을 바라보며 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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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문'은 그 정도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삶의 시녀. 그렇지만 삶에서 '문을 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기 위해선. 가만히 있는 내 삶에 괜한 딴지를 거는 것 같은, 문과 문지기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도 이해되는 지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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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게 되는 복싱얘기를 조금 해볼게요. 잽이라는 동작이 있어요. 복싱이라는 스포츠에서 매우 기본기에 해당되요. 줄넘기만 많이 시킨다는 얘기도 있는 스포츠인데, 스텝이 기본이 안되면, 견제도 안될뿐더러 솜주먹이 되기 때문이죠. 상대, 타자는 샌드백이 아니예요. 어떻게든 내 주먹을 피할테고, 나를 몰아붙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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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함'을 샌드백치게 하는 것으로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살아숨쉬는 벼르고 벼려진 지혜로 갈고 닦고 싶어요. 그 와중에 철학자들에 압도되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게 되었던 때도 있었고, 기본기를 놓쳐서 헛발질하던 때도 있었어요. 어느 덧 잽은 내게 건강을 선물을 주었죠. 어느 덧 한주 한주의 청인지의 공부가 내게 지혜라는 선물을 줄테죠. 그리되면, 건강이라는 보상보다, 지금처럼 복싱자체가 좋아지듯이. 지혜라는 보상보다, 철학을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점은 잊지 않으려고 애써보려구요. '믿음'이 아니라, '삶'을 살겠다. '앎'이 아니라, '물음'으로 살겠다. 
 
제 발제와 제가, 누군가에게 문과 문지기가 되어줄 수 있겠다 싶어서, 제가 겪었던 일을, 학우들의 '우화'감이 될 수 있을까해서 글 써봅니다. 저 또한 제 인생의 문과 문지기가 되어준 이가 있어요. 한없이 의존했던 이였고, 그렇지만 저를 위해서, 때론 야박하게, 저를 홀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 여정이 있었기에, 제 자신의 삶을 제 삶이라며, '이름'을 얻게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요.
 
열심히 살아낼거예요. 청인지에서 만난 인연. 한 명 한 명이, 저의 문으로, 또는 제가 그의 문이 되어보는 인연이 되고 싶어져요. 좋은 하루되세요:)
 
 
p.s
'철학함'의 기본기가 뭔지 생각해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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