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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문지능-철학] 청인지 에세이

김가영 2019.04.01 01:09 조회 수 : 67

진리는 내 외부에 존재하는가 내부에 존재하는가

저는 청인지 하는 동안 윤리와 사상에서 동양사상을 배웠었는데요. 철학과 굴뚝 청소부에서 읽은 내용이 동양사상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경험론에서는 진리가 자신의 외부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동양에서의 성리학에 해당합니다. 성리학에서는 격물의 개념을 사물에 나아가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것으로 봅니다. 즉 외부에 존재하는 과학법칙, 사물의 이치, 경험적 세계를 하나하나 관찰하여 보편적 진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경험론에서 과학 탐구를 중요시하듯이, 성리학은 이론적 지식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들은 귀납적 사고를 중시합니다.

반대로, 진리는 자신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보는 합리론의 입장은 동양에서의 양명학에 해당합니다. 양명학은 인간의 마음이 곧 하늘의 이치라는 심즉리설을 말합니다. 이들은 마음 밖에는 어떠한 이치도 사물도 없다고 보는데, 저는 이것이 버클리가 말한 '물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각된 것 뿐이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양명학은 이(동양에서 말하는 진리)가 처음부터 마음에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들은 연역적 사고를 중시합니다.

성리학과 양명학에서 보는 격물의 개념이 서로 다른데요, 성리학에서는 격을 이르다, 즉 사물에 이르러 사물의 이치를 탐구한다고 본 반면에 양명학에서는 격을 바로잡는다, 즉 마음의 이치를 자각하여 바로잡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경험론에서는 하나하나의 개별자를 중시하다보니 보편은 이름 뿐이라는 유명론과,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 옳다고 봅니다. 그러나 합리론은 보편은 실재한다는 실재론과 보편에 해당하는 이데아를 상정한 플라톤이 옳다고 봅니다.

또한 경험론은 본유관념을 부정합니다. 로크는 아기는 백지의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합리론에 해당하는 데카르트는 본유관념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양명학에서는 치양지설, 즉 인간은 선천적으로 무엇이 선인지 아는 양지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것이 플라톤의 상기설과 연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이데아의 세계에서 진리를 알고 있었으나 레테의 강을 건너며 진리를 망각합니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진리를 탐구한다는 것은 상기, 즉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 것이지, 백지 상태에서 몰랐던 지식을 받아들이는게 아닙니다.

경험론에서 이어지는 현실을 중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과, 합리론에서 이어지는 본질을 중시하는 플라톤의 대결구도는 동양에서의 이황과 이이의 이기론 논쟁과 같습니다. 이기론은 우주 만물이 이와 기가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보는데, 이는 만물을 낳는 근본 원리, 즉 플라톤 식으로 이데아를 말하며, 기는 만물을 생성하는 재료, 즉 현실 세계를 말합니다. 그 중에서 이황은 이와 기는 서로 섞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가 기보다 우월하다고 봅니다. 반면 이이는 이와 기는 서로 떨어지지 않으며 만물은 기가 발하는 것으로 봅니다.

경험론의 입장에 해당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보며, 반복적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것이 성리학에서의 지행병진, 즉 앎과 행함은 함께 나아가야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아는것과 행하는 것은 같다는 주지주의를 주장했고, 이는 양명학의 지행합일, 즉 인식으로서의 지와 실천으로서의 행은 별개가 아니라 본래 하나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합니다.

유명론과 실재론, 관념론과 유물론, 경험론과 합리론 등의 분류체계는 서로 다른데, 제가 이것들을 하나로 엮으려고 하다보니 서로 엉켜버린 것 같네요.

만약 우리가 밥이 맛있다, 라는 생각을 할 때, 밥이 맛있는 이유는 1. 객관적으로 밥 자체가 맛있거나 2. 내가 주관적으로 배가 너무 고파서 밥이 맛있게 느껴진다거나의, 두가지 요소가 섞여서 밥이 맛있다고 느끼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자를 강조하면 진리가 외부에 존재한다고 보는 경험론이나 유물론 쪽으로 나아가게 되고, 후자를 중시하면 진리가 내부에 있다고 보는 관념론이 되는거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관념론과 합리론이 더 끌리는데요, 버클리가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 뿐이다.'라고 한 말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어떤 대상이 존재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인식할 때만이 그 존재를 알 수 있는게 아닌가, 딱 내가 본만큼만 세계가 드러나는게 아닌가 싶네요.

동양사상을 배우면서 서양사상이 이해되고, 서양사상을 배우면서 동양사상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서로 용어만 달랐지 다 같은 말을 하는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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