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 2012-1117(토) 강의 / 텍스트 요약형 후기입니다.
* 2장은 책의 제목으로 쓰일 만큼, 책의 핵심적인 사유가 요약된 장이다. 다음은 2장의 논리적 흐름.
- 존재와 존재자 : 침묵 혹은 백색소음, 존재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존재론의 접근방법
- 존재론의 장소 : 존재론에 대면/대결할 개념적 장소를 통해 ······ 존재론의 사유대상
- 어떤 존재론? : 철학 혹은 정치, 어떤 존재론을 할 것인가 ······ 존재론의 사유관점
-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 탁월한 혹은 미천한 존재론을 통해 ······ 존재론의 계급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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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재와 존재자 : 존재에 접근하는 2가지 길, 침묵 혹은 백색소음
인간이라는 ‘존재자’가 눈 앞에 드러날 때, 인간의 ‘존재’는 뒤로 물러서고 침묵하게 된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자’에 가려,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존재)’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존재에 접근할 것인가? 존재자에 가려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하여 2가지 길이 있다.
존재에 접근하는 첫 번째 길은 존재자의 침묵을 통해 접근하는 길, 하이데거의 방식이다.
존재가 드러나게 하려면 존재자가 말하기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가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침묵 속에서 그것을 듣고 다시 말해주는 철학자 혹은 시인의 또 다른 언어를 통해서이다.
그러나 이는 존재에 접근하는 자격을 특정한 자들에게만 부여하는 특권화된 방식이다.
존재에 접근하는 두 번째 길은 백색소음을 통해 접근하는 길, 솔라리스의 방식이다.
모든 존재자를 말하게 함으로써, 어떤 존재자의 말도 들리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모든 소리가 뒤섞인 소리, 모든 것이 들어섬으로써 모든 것이 소멸하는 백색의 소음을 통해,
오히려,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존재를 통해 존재의 일반성에 접근하고자 한다.
[2] 존재론의 장소 : 존재론이 대면하고 대결해야 할 개념적 장소는 어디인가?
먼저,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자가 아니라, 그것의 외부에 있는 어떤 조건에 기대어 있다. 즉,
그 조건(외부)에 따라 ‘나무가 있다’ ‘미인이 있다’ ‘재능이 있다’ 등에 대해 시인하거나 부인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이 조건들과 같은 외연을 갖는다.
다음으로, 존재자란 다른 존재자와의 만남과 갈라짐에 의해 존재한다.
즉 존재자의 ‘실질적’ 규정이란 그것과 다른 존재자와의 만남과 갈라짐에 의해 규정된다.
바이올린이 활과 만나면 악기로 존재하지만, 그것 없이는 악기로 존재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 존재론의 장소는, 이렇게 존재자가 있는 곳이고 그 존재자들이 만나고 갈라지는 곳이다.
그것은 어떤 존재자로 하여금 그 존재자가 되게 하는 만남과 헤어짐, 그것이
존재자로서 존재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 그리고 그 조건이 가능하게 해주는 또다른 조건의 연쇄다.
[3] 어떤 존재론 : 어떤 존재론을 할 것인가? 혹은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어떤 존재론을 할 것인가 하는 존재론의 사유관점에 대하여 2가지가 있다.
철학에서의 존재의 문제는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하는 것이었고, 이는 논리적 순환의 난점으로 연결되었다면,
정치에서의 존재의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것이었고, 이는 현실적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우리에게 존재론적 사유를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적 질문보다 정치적 질문에 더 가까이 있다.
어떤 존재론을 할 것인지는 이미 항상 물어지고 있으며, 답이 제시되기 전에 답을 알고 있지만,
존재자에서 시작한 우리의 사유는, 내가 이미 가진 답과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그것은 내게 닥쳐온 것들에 의해 ‘나’의 방향이 교란되고 교차하고 만나며 이뤄지는 ‘뜻밖의’ 종합이며,
그것은 수많은 ‘그’들의 교차 속에서 발생하는 종합, ‘나’라는 인칭이 사라져버리는 ‘비인칭적’ 종합이다.
[4]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 탁월한 혹은 미천한 것들의 존재론
위대한 것, 탁월한 것에서 시작하는 보편화는 모든 존재자를 포괄하는 일반성에 도달할 수 없다.
이는 존재자에서 존재로 나아가는 결정적 비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천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존재론적 일반성에 이를 수 있는 것은,
미천한 것이 탁월한 것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를 끌어안는 특이성을 갖기 때문이다.
위대한 것, 탁월한 것은 자신의 보편성 안에서 끊임없이 2류, 3류를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인간 ‘현존재’를 모든 존재론의 가능조건으로 삼는 하이데거의 존재론과는 처음부터 결별해야 한다.
비루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시작하는 존재론, 미소하고 미천한 것에 의거하여 사유하는 존재론,
우리는 그것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이라고 부른다.
존재론이 인간을 통해서 인간이 아닌 존재자의 존재를 다룰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우리는,
존재론이란 인간의 존재조차도 인간 아닌 것들의 존재를 통해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모든 존재자가 그 위상이나 의미에서 어떤 위계도 없이 평등한 ‘존재론적 평등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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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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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숙
종윤의 풍부한 해석에 비하면, 나는 프레임 중심의 텍스트지요.
나의 텍스트도 존재이유가 있고, 특히 나의 텍스트를
종윤의 것과 같이 두고 보면 서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아요!
"매주 후기를 부탁드리고 싶다는...." 내가 매주 후기를 쓰는 대신,
종윤도 매주 후기를 쓰는 죽음의 Race를 같이 펼쳐볼까요? ㅋㅋ ...... 이것은 절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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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아주 구미 땡기는 농담들을 사고 있군요. 죽음의 Race에 한표! 아니, 열표!!^^
이번에 강의하면서,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쓴 부분에
해석학적 순환과 반대로 지평에서 벗어나 있는 걸 던져넣거나 쑤셔넣는 것을 다시 써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강의를 들어주는 여러분들이 제게 준 선물이죠. 주지 않아도 받는 능력이 있다보니...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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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숙
개인적으로 하이데거나 블랑쇼의 '존재자의 침묵'과 대비되는 '백색소음'이 탁월한 은유라고 생각해요.
이미지의 대비가 확연할 뿐아니라, 존재론적 평면을 훌륭하게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장애자, 박테리아, 사이보그, 온코마우스, 페티시스트, 그리고 프레카리아트에 이르는 미천하고 불온한 것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그래서 침묵의 어둠을 걷고 창백한 백색소음으로 떠오르는 존재론의 지평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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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안나와도 녹음파일 안들으실거 같은데요? ㅋㅋ
재숙님이 후기 써주신 것을 보면 정말 모범생 노트를 보는 것 같아요.ㅋㅋ
간결하게 액기스를 잘 정리해 주시면서도 알차니까요..ㅋㅋㅋㅋㅋㅋ
이런 점에서 재숙님 후기는 제 마음의 힐링? 머릿속이 복잡한 개념들로 꼬여 있어 어지러웠는데 이걸 보고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경험했어요.ㅋㅋㅋㅋㅋ
마음같아서는 매주 후기를 부탁드리고 싶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