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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주의 6장 강의후기

현온 2012.09.05 16:54 조회 수 : 2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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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메리카원주민들은 말을 타고 한참을 빨리 달리다가도

혹시나 말이 달리는 속도를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있진 않은지 살피기 위해

가다가 한번씩 말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영혼을 기다렸다가, 다시 달리곤 했대요.


그러한 돌아봄과, 시간이 나를 쪼께 기다려주었으면하는 마음이 절실한 날들입니다. 세계가 굴러가는 속도를 한참 따라잡지 못하고 있거등요 제 영혼이! ; ▽ ;

영혼은 아직도 변산에서 돌아오던날쯤에 무미적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벌써 9월이라니! 어제가 이철교 5기 마지막세미나 날이었다니! 헝. 아쉬워요..


그리하야 한 박자 천천한, 코뮨주의 6장 강의후기입니다. 늦었지만 6장 강의를 듣고난 후의 감응은 여전히 따끈따끈하니까요!



\( ' ∇ ' )/



6장, 현대자본주의와 생명-정치학.

처음 목차를 폈을 때 부터 가장 관심가는 부분이었는데요! 코뮨주의읽기세미나에서 먼저 읽고 발제를 할 때도 역시.

-자본이 생명까지 착취하게 된 시대에, 이러한 착취의 핵심구조를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는 기존 맑스주의 정치학의 한계,

-읽는 내내 한 편의 장대한 시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생명, 중-생적 순환계에 대한 내용,

-모든 순환의 이득이 화폐라는 하나의 기준을 따라 통합되면서 생산은 순환계의 이득과는 무관하게 단지 자본이 생산하고자 하는것으로 국지화+파편화 된다는것!

-!생명체의 대립물은 기계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것!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 라는 짜릿짜릿한 깃발.

등등..

첫인상부터 끝인상까지 매력적인 6장이었어요.


그저 풀과나무가 좋은 무맥락 초록덕후에서 진화하야 생태적인 삶을 꿈꾸게 되면서,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게 보이기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뭔가 설명해야할 게 늘어나고, 그럴 때마다 제가 가진 논리의 한계에 계속 부딪히는 점이 답답했었는데, 그 중 꽤 많은 부분을 이 6장에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짠짠 설명해주고 있었어요. 덕분에 읽으면서 뇌가 씨원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의도 설레설레 기대를 안고 들었는데요. 책으로 읽을 땐 온코마우스, 생명산업, 특허권 등등 딱 처음볼땐 그닥 친근히 손에 잡히지 않는 단어들이, 강의에서 생생한 진짜 사례 이야기들과 함께 전해지니 '아, 이것들 모두 지금-여기-나-우리의 문제이자 이야기였구나' 하고 확 가까이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역시 코뮨주의를 이철교 통해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새삼. 코뮨주의를 걍 글로만 배웠다면.. 난 아마.. 안됐을거예요..


그중 강의에서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혹은 배움들을 정리해보자면


1. 

개인의 건강과 생식까지 국가의 관리영역에 들어가는 시대, 의학적 간섭이 국가규모에서 급증하는 시대! 이거슨 곧 생명정치학, '생명권력'의 뿌리가 됨요.


2.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의약품에서조차, 이 생명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자본의 착취. 그러한 착취를 자행하는 힘있는 국가들은, '지적재산권' 을 통해 그 생명권력을 계속 쥐고 있으려고 한다는 것. 생명권력을 쥐고있는 국가에서는. FTA 등 무역협정을 할 때 어떻게든 지적재산권의 기한과 권한을 늘리려하는데 이는 의약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요. 약을 개발하고 지적재산권을 통해 그 약에 엄청난 가격을 매겨, 힘없는 국가의 힘없는 이들은 아무리 병을 심하게 앓아도 그 약에 접근조차 못하게 된다는 것. 의약품은 그자체로 병의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존재인데, 이것이 생명권력의 이해관계, 자본의 이해관계에 포섭되면서부터 의약품이 병든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가진자에게 가 있게 되는 거군요잉. 병을 치료하자고, 생명을 살리자고 만든 약인데 그 약이 오히려 권력자들의 무기가 되어, 실제 병든자들은 죽이고 있는 상황.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의 귀한 가치가 존재의 의미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본질적 가치가 비효율적으로 .. 순환계를 빠져나가 겉돌고 있는 상황이네요.

 

3. 

암을 갖고 태어나도록 설계된 실험용 쥐ㅡ온코마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으으윽. 충격이었어요. 심지어 찰스 뭐시깽이 연구소에 가면, 실험용 쥐 카탈로그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암에 걸린 쥐도 간암, 유방암,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분열증에 걸린 쥐, 히스테리성 쥐 등등 고객(연구자)이 원하는 병이 있으면 맞춤 서비스로 그 병에 걸린 실험용쥐들을 만들어 판다고. 이러한 행위는 이게 모두 '인간'의 병 치료를 위한 실험에 쓰이는 '쥐' 란 논리로(인간>>>>>쥐) 쉽게 합리화되지요. 만약 인간 온코마우스가 생겼다면 엄청엄청난 이슈가 되고 세계가 들끓었을텐데, 똑같은 짓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온코마우스엔 사람들이 별로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죠. 저는 이 지점에서 휴머니즘의 한계, 휴머니즘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모순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뭔가 파박 와닿았어요. 이전까지는 코뮨주의 책에서 휴머니즘이 계속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책만 읽을 때는 확 와닿지 않아서 세미나를 하면서도 왜일까 왜일까 했었거든요. 

노동가치론에 의해 소돼지 같은 생명들은 '인간이 아닌', 그리하야 '원료'일 뿐이고, 가치를 생산하고 가치를 소유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 에게만 허락된다는 관점. 그 자체로 모순이죠잉. 온코마우스나 인간온코마우스나, 축산업을 굴려온 기존시스템이나 (책에 나온)존 무어 사례나 사실 또옥같은 생명착취 인건데, 우리가 그중 존 무어 사례, 즉 인간이 착취당한 경우에만 발끈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주목해야할 것은 "인간에게 감히!" 식의 접근이 아니라 <자본이 생명을 착취하는 구조> 그 자체인 거지요잉.


4. 

인간적 삶 / 동물적 삶을 구분하는 관점은, 중요한 질문을 잊게 한다. 과거에는 "인디언'도' 인간이냐, 아니냐" 라는 논쟁이 붙었던 것처럼, 과거에는 그 어느 휴머니스트도 흑인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생각치도 못했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그럼 인간아닌 것들에겐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런 식의 착취가 허락되는가!" 를 질문해야 하는 것이라. 휴머니스트들이 세우는 신성한 (인간>>>>>>>인간아님)의 벽도, 자본이 생명을 착취하는 구조가 이런식으로 계속 발전하는 한, 인간 역시 그 착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착취의 연!속!성!을 읽어내야 한다. 착취의 구조를 손에 익힌 사람들이 과연 동물실험까지만 만족하고 착취를 멈출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실제로 어느 의사들은 흑인마을의 매독환자들에게 약 대신 위약을 주입함으로써, 매독의 증세를 관찰하며 그들을 치료의 대상이 아닌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처럼. 

 ㅡ 이 부분에서 찌릿찌릿! 뇌가 시원했어요. 명쾌한 언어로 휴머니즘의 벽 언저리에서 어정쩡꾸무럭대던 저의 시야를, 확 터준듯했습니다. 끔찍한 생체실험의 역사들이 단지 과거에는 우리의 문명이 덜 발달했고 과거사람들은 더 야만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 생명착취의 구조가 이미 뿌리를 뻗어가고 있는 이상 인간만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은 그거야말로 오만이고 모순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야


ㅡ인권을 넘어 생명권의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실제로 인간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ㅡ


<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 >


빠밤

 



하며 6장 강의 후기의 막을 내리려하옵니다.


인권에서 생명권으로, 코뮨주의 6장 강의.  

휴머니즘의 높고 단단한 벽을 넘어 생명권에 대한 새로운 시야가 트이면서, 듣는 종종 뇌가 계곡물놀이하는듯 했어요! 아 시원해.

 

그 다음, 7장 강의는 듣는 내내 이런저런 이유로 울컥울컥했었는데요. 

7장 강의에 대한 후기는 구수하고 사랑스러운 무한매력 지수님의 선물을 기다리며.  



                                                                                                               \( ' ∇ ' )/




에세이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을 날았다 굴렀다 달렸다 졸았다 하는 한 주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에세이 글을 쓰다보니 언어 언어 언어에 대해 자꾸 고민하게 돼요.

거품처럼 떠다니던, 혹은 어딘가에 찐득이처럼 뭉쳐있던 기억과 감정들을 언어로 담아낸다는 것이

느어무느어무느무느무느무느무느모느무느무 쉽지가 않네요!

본격 언어학 공부를 해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결론은 언어학 세미나?!


어쨌든 토요일까지 후로포잘(뭐였더라 와..와꾸?) 제출을 위해 열씸해보겠습니다!

모두들 에세이 때문에 바쁘실 것 같은데 그와중에도 간간히 평화로운 한 주 되시기를.


토요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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