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미나자료 :: 기획세미나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소쉬르는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기표와 기의를 분리하는 발상을 세상에 내놓았다. 기표들의 관계에서 기의는 결정된다. 기표의 배치가 달라지면, 기의는 원래의 위치에서 미끄러지게 된다. 라깡을 빌려, ‘기표는 기의에 미끄러진다’.

 하지만 난 의문이 있었다. 언어체계, 내가 받아들인 배치로써는, 기존의 기표들이란 재료들과 문법이란 접착제로 이것들을 이어붙였다는 언어체계(추측컨대 ‘랑그’). 이것이 선험적이란 의견. 경험 이전에 이것들이 존재하고, 바꿀 수 없다는 의견. 

 알 수 없었다. 단어에는 신조어가 있어 왔었다. 깨트려진 문법조차 독자들을 설득시킨다면 기존 문법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볼펜’이란 단어가 ‘프린들’이란 단어로 재배치 될 수는 없을까? 앤드루 클레먼츠의 <프린들 주세요>는, 단어의 명칭을 변화시키려 드는 한 초등학생의 단어-변화를 향한 유쾌한 투쟁을 담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저번 수유너머-노마디즘-청인지의 공간에서는, 소쉬르의 쟁점을 아주 멀리 벗어난 이야기로 해석되었다.

 난 소쉬르의 이야기를 모른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풀었었던 것 같다. ‘프린들’ 이야기에 대한 아웃풋을 들으며, 나는 벽에 던진 야구공의 튕겨짐을 보았다. 그런데 아마, 나는 캐치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사람을 벽이라 여기고 강속구를 던지고 싶지 않다.

 그림자와 벽에 튕겨지는 야구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 누군가의 노력이 괜히 쓸쓸해지는 순간들이 꼭 보인다. 무정하지 않아왔나, 홀로 던져진 공들을 쫓는 시선들이. 그렇지만 괜한 순간이, 이번은 아닌 것 같다. 다음 시간에도 야구공은 쥐어져 있을 테고, 또다시 장황하리 던져지리라. 시선아, 나를 삼켜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22북클럽자본 :: 자유의 파토스,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 [1] oracle 2022.12.22 205
공지 [에세이자료집] 2020니체세미나 :: 비극의 파토스, 디오니소스 찬가 [2] oracle 2020.12.21 377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니체세미나 :: 더 아름답게! 거리의 파토스 [2] oracle 2019.12.19 683
998 [청인지16] 3주차 6, 7장 발제 후기 [1] 정추기 2023.05.26 57
997 [청인지16] 5주차 발제_『선악의 저편』 제 2장 노은석 2023.05.19 74
996 [청인지16] 5주차 발제_『선악의 저편』 제 1장 file 이희옥 2023.05.17 66
995 [청인지16] 4주차 발제 8, 9장 file 수형 2023.05.12 51
994 [청인지16] 2주차 후기 삶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법 ~ 도덕의 ‘유물론’ 진세 2023.05.01 98
993 [청인지16] 3주차 발제 6, 7장 file 정추기 2023.04.27 74
992 [청인지16] 2주차 발제 3,4,5장 file 진세 2023.04.21 71
991 [청인지 15 에세이] 일상을 여행하기 file 바라 2023.02.24 118
990 [청인지 15 에세이] 이혜미 리뷰 file 영원 2023.02.24 84
989 [청인지 15 에세이] 역량이란 무엇인가? file 네오 2023.02.24 85
988 정신장애인의 소수자-되기: 당사자운동을 통한 탈주의 가능성 file 진영 2023.02.24 83
987 [청인지15 에세이] [설국]의 인물상을 통해 주체를 말하다 file 알렌 2023.02.24 43
986 [청인지 15 에세이] 라깡의 무의식 개념 변화에 따른 주체의 변화 홍지연 file 홍지연 2023.02.24 63
985 [청인지 15 에세이] 편지는 항상 그 목적지에 도달한다 file 소형 2023.02.24 55
984 [청인지 15 에세이] 담론으로부터의 탈주 file 김구름 2023.02.24 63
983 [청인지 15 에세이] "나는야 춤을 출거야, 우리는 투명한 가방끈!" file 김정래 2023.02.24 91
982 한국 퀴어 담론 내부의 새로운 담론 형성에 관한 비판적 고찰 file 두뷰 2023.02.24 63
981 [청인지 15 에세이 프로포절] 혁명의 순간 모습을 보이는 실존에 대하여 알렌 2023.02.17 58
980 [청인지15 에세이 프로포절]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을 통한 탈주의 가능성 진영 2023.02.17 64
979 푸코와 퀴어담론 두뷰 2023.02.15 8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