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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왜끊곁 4장 발제

재연 2021.01.22 22:20 조회 수 : 76


우.왜.끊.곁 4장 발제 – 도덕의 생리학


저자는 3장에서 진정한 ‘자긍심’의 도덕은 유아론적 자긍심에서 벗어나는 자연학적 윤리학으로 가능하다고 하였다. 니체도 고귀한 자의 자긍심만으로는 주인의 도덕에 이르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좋다’, ‘나쁘다’에 해당되는 말에서 그걸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원학을 통해 찾아내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니체는 당시 유럽인의 언어를 보편적 윤리 개념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한계가 드러났다. 언어는 지역적이며 시대적이다. 다수의 상식 차원에서 통념적인 말일 뿐이다. 특정 언어의 근원을 찾겠다는 시도는 특정 고대 시대에서 다수가 약속한 말 또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므로 ‘좋음/나쁨’의 태곳적 근원에 이르기는 어렵다. 


니체는 다시 ‘좋음/나쁨’이란 언어와 다른 층위인, 행위자의 관점에서 ‘좋음/나쁨’의 개념을 포착하려고도 시도했다. ‘받는 자’의 입장에서 이익을 따지는 분석을 비판하며 ‘주는 자’의 입장에서 ‘좋음’의 개념을 포착해야 주인의 도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어원을 통해 근원을 포착하려는 시도와 같은 한계를 지닌다. 니체는 ‘주다’와 ‘받다’의 고정된 언어에서 ‘좋음’의 개념을 포착하려 했기 때문이다. 문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동태, 능동태는 서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다’와 ‘받다’는 결코 고정적일 수 없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좋음/나쁨’의 윤리학을 형성하기 위한 문제설정은 과연 어떤 것인가? 그것은 니체의 『도덕의 계보』 첫째 논문 후주에도 나타나 있는데, 바로 생리학적 분석이다. 자연과 생명, 생명의 힘과 그 생명력을 고양시키려는 ‘힘에의 의지’가 바로 그것이다.


왜 생리학적 분석인가? 니체는 ‘도덕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당시대에 정의 내려진 도덕가치들을 ‘귀족’이나 ‘주는 자’의 입장, 또는 그 언어가 가진 심리학적 측면을 내세워 분석하였다. 그러나 개체의 심리학적인 분석은 유아론적 자긍심, 즉 나르시즘에 그치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윤리학을 구성할 수 없음에 자명하다. 그렇다면 공통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주관성을 넘어설 수 있는것인데, 니체는 그것을 모든 개체를 뛰어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나 개체 외부가 아닌 그들 스스로에게 내재되어 있어야만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즉, 모든 개체가 지녔을 ‘생존능력’, ‘생명력’, ‘힘에의 의지'이다. 우리는 생존능력이 증가될 때 기쁨을 느끼는데, 이 기쁨의 정서는 신체의 반응이다. 신체가 우리의 행동을 방향 짓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불쾌보다는 쾌감을, 불행보다는 행복을 바라기 마련인데, 이러한 지향성은 신체로부터 오는 것이다. 우리의 지향성은 신체의 지향성이다.


신체가 갖는 지향성을 정신도 지향할 때, 우리는 그것을 ‘자연적’인 무구성이라고 한다. 이 무구성을 행하는 능력을 ‘생명력’이라고 하며 이에 기반해서 행할 때 ‘능동적’이라고 말한다. 또 신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정신도 하길 원했기 때문에 그것은 ‘긍정적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재된 신체의 힘, 이 힘에 근거해서 어떤 도덕개념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도덕을 구성하는 것이 ‘도덕의 생리학’이다.  


니체의 ‘도덕의 생리학’은 스피노자의 ‘감응의 윤리학’과 맥을 같이 한다. ‘감응’이란 어떤 자극에 의해 내 신체에 발생하는 능력의 증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내가 결정한 행동 뒤에 어떤 감정이 뒤따라온다고 생각하여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우리를 이롭게 한다고 믿는다. 기독교에서 섹스를 죄악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규정된 선악(육욕을 절제하라)이 행위(섹스)를 규제하고 그에 따라 칭찬하고 비난하는 것은 우리의 행위를 어떻게, 어떤 맥락에서 하려는지 묻지 않게 하고, 그저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전제되었기에 그것은 늘상 신체를 억압하고 있다. 신체를 억압한다는 것은 신체의 지향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그것은 긍정의 의지로 나아갈 수 없다. 매번 규정된 선악과 신체의 감응 사이에서 저울질 하며 어떤 행위를 선택해야 할지 계산하고 번뇌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는 과연 사랑할 만한 삶인가? 니체와 스피노자는 어떤 외부의 기준과 상관없이 신체 내적으로 발동하는 그 힘을 긍정하는 의지로서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이것을 사랑할만한 삶이라 여겼다. 이 감응이야말로 사랑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자들의 윤리학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제 니체가 “받는 자의 이익으로 ‘좋음’의 덕을 설명하는 것을 천한 공리주의”라고 비판한 문장을 세심하게 살펴보자. 첫째, 우리는 감응의 윤리학에서 ‘좋음/나쁨’의 기준은 감응을 ‘받은 자’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둘째, ‘이익’이란 말은 신체의 긍정된 능동성의 결과물 따위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익’은 어떤 사태 이후에 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그 행위나 능력자체를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은 사태 다음에 오는 것, 즉 먹은 행위 후에 오는 신체의 변화를 ‘이익’으로 보는 것이다. 이처럼 생명체의 ‘이익’은 나를 위해 남을 죽이는 자연의 비정한, 그러나 무구한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셋째로 ‘공리주의는 천하다’는 어떠할까. 공리주의에 숨어있는 전제는 비용 대비 이윤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즉, 같은 비용일 때 더 저렴한 것을 선택하므로 니체에게 공리주의는 천한 이념이다. 니체의 비판을 뒤집으면 이렇다. 받은 자의 이익으로 ‘좋음’의 덕을 설명하는 것은 ‘도덕의 생리학’이고, ‘이익’을 공리주의의 자세로 취하려는 것은 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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