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경우
니체는 자신이 데카당이었고, 그 병을 치유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바그너는 현대성을 요약하고 있다.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일단은 바그너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니체는 왜 바그너를 그리도 미워할까? 본문에도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술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은 니체가 쓴 글이기 때문이다. 본문을 찾아보면
- 데카당스 예술가에게... 그는 음악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p28)
- 바그너의 예술은 병들었습니다. 그가 무대위에 올리는 문제들... 그의 발작적인 격정, 그의 과민한 감각, 점점 더 강한 양념을 원하는 그의 취향.....이 모든 것이 다 같이 병든 모습을 보여주며... 바그너는 노이로제 환자입니다.
- 바그너는 전형적인 현대예술가이며, 현대성의 칼리오스트로입니다. .. 가혹함과 기교와 순진무구(바보스러움)라는 세가지 자극제...
니체는 물질주의, 경제우선주의를 통해 독일의 정신적인 삶이 훼손되었고, 신화의 정신(디오니소스, 헤라클레이토스)이 삶을 회복시킨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 실천방안 중에 하나가 바그너의 음악이었다. 신화의 부활과 재창조의 가능성을 믿었으나 바그너는 신화가 종교적인 권위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니체는 신화가 삶을 지향하는 예술을 촉진하는 심미적인 유희라고 입장이 갈라진 것이다.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완성하면서 세속적인 배우, 연출자로서의 성공을 보여주면서 전용 상영관의 화려한 무대와 역사적인 드라마에 집착한다. 반면 니체는 바그너의 음악이 점점 세속적인 성공과 타락, 물질적인 성공에 빠져들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뤼디거 자프란스키, 니체 그의 사상의 전기, 꿈결, 2017.10)
기억할만한 문구
- 한 철학자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에도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자기가 사는 시대를 자기 안에서 극복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다.
- 바그너는 말했다. 순결에 전권이 있다고
- 예술에 대한 나의 분노와 우려와 사랑이 이번에 나에게 말하도록 말했던 세가지. 극장(연극)은 예술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 배우는 진정한 예술가를 현혹하는 자가 되지 않겠다는 것, 음악은 기만하는 예술이 되지 않는다는 것....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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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의 짐작
후기를 잘 적어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후기를 통해 복습을 하게 될지를 몰랐는데 뜻 밖에 한 복습이라 좋네요.
오라클님의 성의 가득한 댓글을 보고 댓글을 달면서 교양프로에서 했던 말이 생각 났어요. "고대의 철학자들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은 길이든, 부엌이든 대중목욕탕이든 어디든 철학을 하는 곳이 되었다.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과 사람이 중요했다."
오라클님의 열정만큼이나 니체세미나에 함께하는 분들에 열정에 기대어 이번 세미나의 큰 흐림에 따려 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책을 읽고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것들이 세미나를 통해 여러분들과 얘기하면서 가닥 가닥 맥을 잡아 가는 것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후기 작성 옆 모니터에 니체를 띄우고 머리를 뜯어가며 읽고 있는데 가닥이 잡히지 않아 제 머리'가닥'만 잡고 있지만 여러분들이 세미나를 통해 혼란스러운 제 머리를 청소해 줄 것을 알기에 머리는 괴롭지만 마음은 가볍게 읽고 있습니다.
세니마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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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니체의 다른 책까지 인용하시다니... 많이 배웁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니체는 바그너를 왜 그리도 미워했을까? ㅎㅎ 개인적인 것과 시대적인 것, 2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 먼저, 개인적인 이유
니체가 바그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바그너에 대한 니체의 감정은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애증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곧 읽게 될 [이 사람을 보라 : 바그너의 경우]를 보면 "내가 바그너를 사랑했었기에. Ich habe Wagner geliebt"라고 니체는 고백합니다. 니체는 바그너예술을 기반으로 철학을 시작했고, 그래서 바그너의 문화프로그램을 위한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바그너음악에 대한 사랑이 니체의 첫작품 [비극의 탄생]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바그너 개인의 우상화, 바그너주의자들에 의한 개인숭배로 나아가면서 바그너와 결별하게 되지요.
[2] 다음, 시대적인 이유
바그너음악이 니체가 대결하려고 했던 현대성를 대표했기 때문입니다. 현욱샘의 후기에도 언급되는 것처럼, 니체는 '자기 시대를 자기 안에서 극복하면서 시대를 넘어서는 것'을 철학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바그너음악은 니체가 극복해야 할 시대로서 현대성을 대표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철학자 니체는 일단 바그너주의자가 되어 바그너와 함께 가기로(*바그너 비판을 자기철학의 과제로 삼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현대성은 바그너를 통해 자신 안에 있는 가장 내밀한 말을 하고 있다. ...... (*따라서) 다른 사람들은 바그너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자는 바그너 없이 지낼 수 없다. ...... 바그너는 현대성을 요약하고 있다.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일단은 바그너주의자가 되어야만 한다."
[3] 니체가 비판한 바그너음악의 특징
특히 니체가 대결하는 바그너음악의 특징은 내용형식에 있어서 낭만주의, 민족주의(국가주의) 그리고 표현형식에 있어서 무리주의(대중주의), 극장주의(연극적)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모두 당시에 지배적인 현대성을 대표하는 것이었지요.
① 바그너음악은 우선 현대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는 대신, 과거로 달려가 중세적 이상을 꿈꾸는 낭만주의였습니다. "바그너의 문제는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구원이라는 문제입니다. 그의 오페라는 구원의 오페라이며, 언제든 누군가가 그의 곁에서 구원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② 또한 바그너의 낭만주의는 독일 민족주의(국가주의)로 이어졌는데, 니체는 하나의 유럽(*세계 시민주의)의 관점에서 유럽민족주의 열풍을 주도하는 바그너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바그너의 등장이 '독일제국'의 등장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이보다 더 복종을 잘하고 명령이 잘 이루어진 적은 한번도 없다."
③ 한편 니체는 바그너음악의 무리주의(대중주의)를 비판했는데, 음악적 아름다움ㆍ음악적 취향을 포기하고 대중적 성공을 위해 극적 효과ㆍ풍부한 표현ㆍ강력한 장면에 매달린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것, 대중을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하면 안되는가? 아름답게 있는 것(*소수자의 것)보다 거대하게 있는 것(*대중적인 것)이 더 쉬운 법이다."
④ 그리고 바그너의 대중주의는 자연스럽게 극장주의(음악이 연극화되는 바그너오페라)를 요청하는데, 대중의 신경을 자극하는 극적 효과와 풍부한 표현으로 치닫는 바그너를 니체는 '음악에서의 배우의 등장' 으로 비판합니다. "바그너정신이 극장을 지배한 후, ...... 취향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고, 바그너의 노래는 거친 목소리로 '극적' 효과를 낸다. ......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것! ...... 그는 효과를 원하고, 효과 외의 그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로 하여금 시대의 아들로 살게 만드는 바그너! 우리가 넘어서야할 가치로서 바그너!! 우리의 시대성을 대표하는 오늘날의 바그너는 누구일까?
*니체가 바그너에 어떻게 의존하고(시대적 복종), 바그너와 어떻게 대결했으며(반시대적 비판), 그리고 어떻게 바그너를 넘어섰는가(비시대적 생성)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드라마에 대해서는 다음 자료 [3. 니체철학과 바그너의 극복]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http://www.nomadist.org/s104/B3_Planseminar_data/32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