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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교 2주차 강의 후ㅋ기ㅋ

종윤 2012.07.05 12:28 조회 수 : 2458

                                              

                                             

                                                                                                              

녕하세요. 종윤이에요. 지난 토요일 강의 후기 올립니다. , , 수를 정신없이 보내서, 이번 주에 올리기로 한 후기를 이제야 써서 올리게 되네요. 요즘 더위에 기운도 빠져서...(지금 글 쓰는데 표정이 이래요 >_<) 두 번째 주 강의의 주제는 소설 <파라다이스>였죠. ‘철학교실에서 왜 소설인가? 싶기도 했지만 이 소설 속에서 묘사된 두 개의 대조적인 공동체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코뮨주의적 사유의 주제들을 포함하고 공동체와 관련된 실천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출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사유의 결과물을 던져주기보다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공명하게 함으로써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물음과 고민을 촉발해내는 소설읽기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었죠.

 

그 물음. 그 주제들. 철학교실을 하는 동안 앞으로 계속 이어나가야 할 문제의식들이지만 지난주 강의와 관련해 구체화시켜 본다면 저는 이렇게 요약해보고자 합니다.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해 나감에 있어 내부성외부성의 문제를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공동체적 구성과 이행, 공간성의 문제”....... 거창해 보이지만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공동-세계)적 삶과 접속하여 살아가고자 한다면,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마주할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제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공동체적 공간 속에서 삶을 만들고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관계의 문제겠죠. 항상-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묻고 있고, 묻지 않을 수 없으며 답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 우리가 그 물음을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의 실천을 통해 답해지고 있는 문제들.

 

소설 <파라다이스>에는 두 개의 파라다이스-공동체가 등장합니다. 루비라는 흑인들의 공동체와 상처받은 여자들이 그저 무리지어사는 수도원. 토니 모리슨이 묘사한 두 공동체는 현실에서의 공동체가 이를 수 있는 두 극을 보여줍니다. 먼저, 흑인들의 공동체인 루비는 백인들로부터, 그리고 심지어는 피부색이 옅은 다른 흑인들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받은 원한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상처의 기억이 자아라는 자기방어 기제를 만들어내듯 루비 사람들이 간직한 깊은 상처는 강한 내부적 동질성으로 전화되어 모든 외부에 대한 적대와 배타적인 태도로 이어지게 되죠.

 

하지만 공동체의 강한 내부성과 그것으로부터 빚어진 강한 정체성으로서의 흑인성은 공동체 내부에 대해서도 타자들을 만들어내며 차별과 억압의 기제를 작동시키게 됩니다. 내부에 대해서도 억압적인 내부성.‘8암층이라고 비유되는 짙은 피부색이 오히려 자존심의 표지가 되고 이에 따라 피부색이 옅은 혼혈흑인들 - 가령, 패트리시아나 빌리 델리아 -은 공동체 내에서 멸시와 따돌림을 받게 되죠. 루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차별의 준거는 루비 밖에서 존재하던 차별의 음각화겠죠.

 

언젠가 지젝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대략 떠올려 보면,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킨다. 그것을 휘두르는 사람을 타락시킨다는 점에서. 하지만 권력은 그것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 역시 타락시킨다.’ 오늘 날, 차별받고 배제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강력한 내부성과 정체성에 기반한 근본주의가 만연하고 이를 통해 배제된 사람들 사이의 폭력이 늘어나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에 그만큼 많은 루비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제일 먼저 백인 소녀를 쏜다.”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서 맑스가 했던 말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조금 변용시켜 표현해보자면, 우리는 모든 종류의 억압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어떤 종류의 억압상태도 타파할 수 없다고. 여기서 모든 종류의 억압이란 억압을 재생산 해내는 억압으로서의 원한의 기억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진 타자에 대한 억압까지도 포함되어야 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니체가 말했듯, 망각이라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억이 반동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만들어낸다면 잊는 능력이야말로 능동적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이죠결국, 루비의 사람들이 수도원을 습격해 여자들을 죽이게 된 것도 흑인적 순수성과 동질성에 집착하는 폐쇄적인 내부성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겠죠. 불가피한 변화의 요소들을 거부하고 이질적이고 외부적인 것에 대해 불신과 적대를 간직한 채 이로부터 터져나오는 갈등과 문제들을 그저 외면하고 봉합하다가 순수한 동일성을 상실케 하는 그 모든 원인을 외부에 대한 폭력로 전화시켜버리는.

 

제가 얼마 전까지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대개 그것을 당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분노를 분출하기 쉬운 상대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폭력의 형식은 지젝이 자주 꺼내는 농담과 상통하기도 하겠죠. 날마다 모래주머니가 든 수레를 끌고 집에 가는 노동자가 훔치고 있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 수레 그 자체라는. 루비사람들이 수도원을 공격할 갖은 이유(편견에 가까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여자들이 공동체의 외부고 루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공동체라는 점과 함께 분노를 돌리기 쉬운 대상이었다는 점이겠죠. 이는 잠재적 폭력이 현재화될 때 어떤 대상에 그 폭력성이 응결되어 맺히는가에 대한 슬픈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강의에서 이야기되었듯, 우리 주변에서 종종 들려오는 학교폭력이 총체적인 구조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이를 함께 겪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향해 폭발시키는 현상인 것처럼.

 

다른 한편, 이 소설에는 또 하나의 파라다이스가 등장합니다. 어쩌면 공동체라기보다 그저 무리에 가까운 수도원의 여자들의 공동체. 이 공동체는 루비와는 상반된 방식으로 공동체가 이를 수 있는 다른 극을 보여줍니다. 강한 내부성과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루비와는 달리 이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강한 정체성도, 순수성도 없죠. 그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각자의 상처받은 기억을 간직하며 함께 살고 있다는 공동성뿐.

 

수도원 공동체의 특징은 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잘 드러납니다. 코니는 수녀들이 주워와 기른 여자고 이후로 들어온 메이비스나 지지, 세네카, 디바인도 우연히 흘러들어와 머물게 된 사람들이죠. 각 등장인물들의 많은 사연이 있지만 이들이 수도원에 살 수 있게 한 그 공동체의 외부성을 다음과 같은 소설 속 문장으로서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죠. “절대 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누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이 공동체의 외부성은 루비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외부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수도원과 소앤, 스위티, 빌리 델리아와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수도원에는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의식적 목표도, 정체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 수도원 공동체가 아무런 특징이 없다는 것은 아니겠죠. 오히려 외부에 대해 열린 공동체가 특이점에 따라 어떤 특이성을 형성해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특이점에 따라 직선과 삼각형, 사각형의 특이성이 생성되고 변화하듯이 수도원에 여자들이 흘러들어올 때마다, 구성원들의 관계와 수도원 공동체의 성격이 변화하게 됩니다. 서로 싸우는 메이비스와 지지가 있을 때 세네카라는 특이점이 추가되어, 그 관계가 변화하듯이. 이질적 외부에 대해 열린 특이적 공동체의 가능성과 이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들이 재미있었네요.

 

이밖에도 수도원 여자들이 자신들의 상처받은 기억을 어떻게 다루고 치유해 나가는지, 그리고 그것이 루비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네요. 또한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비인칭적 죽음의 개념과 관련시켜 비인칭적 살인으로서 해석한 선생님의 강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번 주 강의는 문제에 대한 답과 해석보다는 더 많은 물음들을 제 안에 생성하는 계기였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파라다이스>에 나타난 공동체의 두 극을 볼 때,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 하이데거나 다른 공동체주의자들이 말하는 공동체, 내부성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에 대해서 어떻게 코뮨주의적 사유는 어떠해야 하며 이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공동체에 내부성이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우리는 그 내부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이질적인 것들 그리고 내부의 차이는 어떻게 긍정할 수 있을 것인가? 차이의 긍정, 개념으로는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이 문제를 우리의 삶과 어떻게 접속시켜 나갈 것인가? 여러 문제와 고민들.

 

사실, 공동체라는 문제가 그렇게 큰 화두가 아니었던 저에게 이런 문제의식이 촉발되었고 이 문제들과 대결해야 한다는 욕망이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철학책같은 것만 보며 살다보니 설익은 개념들을 범벅으로 글을 쓰고 말하게 되고..., 그런 자신을 반성하고 있는데요.  강의,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말을 나누는 세미나를 통해 공동체에 대해 진솔하고 깊은 고민이 담긴 말들, 그래서 강한 언어들과 마주하고 깨지면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며.... 후기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토요일에 만나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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