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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적이지 않은 욕망?

지훈 2012.03.13 19:39 조회 수 : 1798

*무엇보다도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적이지 않은 욕망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들뢰즈식으로 바꾸어 말하자면 프롤레타리아트는 비-계급으로서 자본의 증식이 아닌 무수히 다른 욕망을 생산해야 한다


대충 이런 식으로 정리가 되었던 것 같은데요,


이런 질문이 듭니다. 과연 다른 욕망만으로 되는가.

아니 그 다른 욕망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걸까.

그냥 돈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걸까.


돈이 아닌 다른 욕망을 찾아가는 삶하니까

홍대에 있는 음악하는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그 친구들은 정말로 음악이 좋아서, 그리고 자기 음악을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본다든지, 대형레이블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홍대에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음악을 합니다. 

절대로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알바는 필수입니다.

운좋으면 레슨으로 먹고 살지만,

그것도 한 때, 거진 몇 탕씩 알바를 뜁니다.


경제적으로 보자면 말할 필요없이 무산자 계급으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갑니다.

비정규직도 안 되는 일들을 하는 터라 생활리듬도 일반인하고는 다르죠.

정말 다른 감각을 갖는 사람들이라 이들의 모토는

'너무 열심히 하지 말 것' '똑바로 살면 어떡해, 쓰래기처럼 살아야지' 등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인간들을 자본이 포섭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결국 홍대에 뮤지션들이 어려워진 이유는 페이를 제대로 받지 못함이고,

페이를 제대로 받기 위해선 공연장의 수입이 좋아야하는데,

공연장들은 엄청난 땅값 때문에 유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건물주들을 상대로 땅값을 내리자는 시위를 하면 어떻겠냐.


이들이 사회의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강정마을이나 심지어 두리반에서도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계급투쟁적인' 문제설정에는 

심드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자립음악생산조합같은 빨간 그룹들은 선봉에 서기도 합니다만,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 십시일반하는 식으로 작은 조합을 결성한다든지

뮤지션들의 권리(도대체 무슨?)를 주장하기 위한 페스티발을 여는 것은 하지만

그 색깔은 상당히 모호합니다.


그리고 애당초 이런 식의 운동만으로는 

높아지는 땅값을 당해낼 수가 없지요.

그러면 이들은 알바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습니다.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왜 이들은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걸까.

운동이 조금이라도 계급적인 성격을 띠면 경기를 일으키고 거리를 둘려는 걸까.

노동자들이 우파를 찍을 때 그들이 자신들의 계급의 이익과는 반대되는 당을 뽑는 이유가,

그들의 욕망이 부르주어적이라서 한다면,


이들의 삶은 분명 부르주어적인 욕망하고는 거리가 먼데,

이들은 돈이 아니라 음악, 술자리, 사람들과 신나게 노는 것 같은 것을 원하는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왜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는 계급적인 문제와 거리를 둘려는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냥 수수방관하는게 아니라

이들과 같이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때,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계급의식을 함양시키는 문제는 아닐텐데.

그렇다고 이 문제를 빼고 본다는 것은 사태를 흐리게 보는 것일 테고.


그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좀 격하게 얘기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좀 엉뚱하긴 했지만 계급의식이 필요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계급의식이라는게 위에서 아래로 주입시키는 문제는 아니겠지만서도 말입니다.


노마디즘에서 인용되었던 들뢰즈/가타리의 말이 실감이 납니다.

"소수자의 능력은 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자신의 보편적 형상 내지 의식을 발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계급적 문제의식이 없이 

그저 다른 욕망대로 산다고 하는, 새로운 삶에 대한 비전만으로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조차도 충분히 이룰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철교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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