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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자본_발제] 9권(3~5장)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
 

"인센티브 따위는 됐으니 월급으로 주세요!"

 

흑석동-택배기사-과로사.jpg

 

1. 특수고용노동의 현실: 하루 16시간 노동에 내몰린 택배기사

 

한국일보는 작년 말, 뇌출혈로 쓰러진 한진택배 기사 김중연(가명)씨의 배송구역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를 직접 돌아봤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재개발 예정지(뉴타운구역)가 포함돼 있어 베테랑 택배기사들도 힘들어하는 난코스로 꼽힌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김씨가 출근해 분류작업을 했던 서울 금천구 남서울종합물류센터, 손수레에 짐을 싣고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하는 뉴타운구역의 가파른 비탈길, 엘리베이터가 없어 5층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아파트, 비좁은 탓에 주차공간이 없어 택배를 이고지면서 날라야 하는 골목길의 모습. 가운데 사진은 김씨가 배송 초반 들르는 흑석시장.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오후3시쯤 이곳에서 쓰러졌다. - 혼자 손수레 끌며 언덕길로 수백개 배송 "말도 안 되는 일"/ 윤태석 기자/ 한국일보/ 2021.01.07. - 

작년 연초에 이 기사를 보았다. 난 원래 뉴스를 잘 안 보는 편이다. 그날은 밤에 잠이 안와서 포털 앱을 켰다가 우연히 기사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꿰이듯 관련 기사를 계속 일부러 찾아서 읽었다. 주인공인 김중연 님의 사연이 딱하기도 하도 구구절절해서였다.

[북클럽자본 9권 <5장 임금형태를 둘러싼 술책> 중 '임금형태2.성과급제']는 탄복할만한 자본의 술책을 보여준다. 지금 시대에 성과급제의 최전선에 일하는 사람들은 김중연 님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발제를 하는 김에 성과급이라는 미명 아래 착취 당하고 있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삶을 다루고 싶어졌다. 

여러가지 책을 찾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특수고용의 여러 형태를 보았다. 그 중에서 배달대행기사, 자차로 배송을 수행하는 개인사업자 '쿠팡플렉스'를 다루게 되었다. 아래는 북클럽 자본 9권 5장에서 다루는 '성과급제의 특징과 효과'를 이 시대 특수고용노동의 현실을 통해 톺아본 결과이다. (특수고용노동을 다룬 3권의 책을 참고했다.)

 

2. 성과급제의 특징(효과)


(1) 노동의 '질'을 관리하기 쉽다.
배달음식의 질은 '신속/정확'에 있다. 손님들도 원하지만 배달대행업체도 신속/정확을 간절히 원한다. 왜냐하면 같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배달해줘야 물량도 빨리 뽑고 이윤을 남기기 쉬워서다. 배달 라이더들은 알아서 신속/정확이라는 품질을 유지한다. 교통신호를 다 지키고 그나마 자연스런 리듬으로 일하면 보통 1시간에 2건 정도 배달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라이더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한 시간에 3건 이상 배달하는 것이 평균이 된다고 하면? 그러면 라이더들은 1시간에 3건 이상 쳐내기 위해 몸부림을 칠 것이다. 이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늘 경쟁에서 밀리고 업계에서 도태될 것이므로. 라이더 노동자들이 스스로 배달품질에 신경을 쓸 수밖에.

(2) '노동강도'를 관리하기 쉽다.
첫번째 특징인 '질'과 연동되고 비슷한 맥락에 있다. 
"우리도 시간의 압박이 심하다. 오전7시까지 못 끝내면 전화가 온다. 제시간에 못하는 사람에겐 일감을 안 준다. '블랙리스트'도 있다. 중간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도 정해진 시간 내로 일을 끝내야 한다. 나도 얼마 전에 배송하다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 -쿠팡플렉스 배송사업자 박성우 씨 발언 - (전혜원 141쪽)

(3) 하청을 양산한다.
"생산물의 질과 양만 체크하면 되기 때문에 아예 일감을 하청 줄 수가 있습니다."(고병권, 190쪽) 
배달대행업체는 하청이다. 그밖의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비정규 노동의 대부분이 서비스를 위탁관리하는 하청업체에 의해서 이뤄진다. 배달대행업체 본부장은 자신이 쉬는 날에 본인이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 그 역시 배달앱 본사에 종속된 자영업자이면서 스스로 열심히 일하기도 한다. 허나 대부분의 하청업체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땀을 쥐어짠다. 원청업체에서 노동자에게 지급하라는 몫으로 준 임금이나 수당을 노동자들 몰래 착복하는 것도 예사로 일어난다. (이런 일은 플랫폼 노동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파견하는 업체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4) 노동자들이 돈을 더 벌려고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인다.
라이더들은 같은 시간 안에 1건이라도 더 건수를 올리려고 혈안이다. 고정된 월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투콜'은 그런 메카니즘 속에 이뤄진다.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은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다. 다른 라이더가 좋은 콜을 채가기 전에 내가 그 콜을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장시간 일해야 더 많은 건수를 올리므로 라이더들은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를 한다. 
"배달대행기사들은 보통 하루 12시간씩 주 6일 일한다. 72시간.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의 두 배에 가깝다. 그마저도 제시간에 퇴근하는 법이 없다. 콜 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단순한 급여 체계는 배달대행업체 기사들의 몸을 하루 내내 아슬아슬한  바퀴 위로 밀어낸다."(장수경, 231쪽)

(5) 노농자의 경쟁으로 노동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노동자들의 연대가 약화된다.
"전국에 배달 노동자만 8~10만 명이라고 하는데 '라이더 유니온'의 조합원은 몇 백 명 정도다. 대리기사는 30만 명 정도인데 대리운전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몇 천 명 수준이다. 이밖에 다양한 '특수고용노동자' 직종 노동조합이 활동 중이지만 조합원 수 규모로만 보면 직종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업무의 특성상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을 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유대감 형성도 어렵다. 무엇보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입장에서 같은 직종 종사자는 '동료'라기보다는 '경쟁자'에 가깝다. 게다가 배달 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를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다." (김하영, 245쪽)

(6) 열심히 일하는 자를 추켜세우고, 그렇지 않은 자를 비난한다.
"오전엔 ㄱ업체에서, 오후엔 햄버거 가게에서 '투잡'으로 배달일을 하는 50대 경수 님이 옆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본부장이 경수 님을 보더니 "대박"이라고 말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지우 님이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한 이유를 새삼 느꼈다. "콜이 없을 땐 편하게 쉬어도 된다."는 말은 면접 때가 아닌 "꿈에서" 들은 것 같았다." (장수경, 216쪽)
대행업체 본부장이 헛웃음을 지은 건 라이더들이 직면한 저임금 구조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라이더가 낮에 조는 건 주 평균 70시간을 일해야 겨우 입에 풀칠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7) 호황일 때는 생산량을 늘리고, 불황일 때는 노동자를 놀린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구팡 같은 온라인 배송업체 주문량이 늘면서 물류 노동 종사자도 증가했다. " (전혜원, 138쪽) 쿠팡이 늘어난 물량에 대처하는 방법이 쿠팡맨 채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 자기 차량으로 로켓배송을 수행하는 쿠팡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다. 쿠랑은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쿠팡플렉스를 3배로 늘렸다. (전혜원, 139쪽)
체육관 관장 주동철 씨는 쿠팡플렉스를 시작한 지 3주째다. 그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이 일을 하게 되었다. "2주 전만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나오진 않았다고 하더라. 하루 100개 넘게 배송하는 '선입차'와 하루 100개 미만 배송하는 '후입차' 모두 (코로나19) 이전에는 40~50대였다가 요즘 90대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허탕 치는 날도 생긴다. 엊그저께도 여기서 기다리다가 '물량이 없어서 1인당 10개도 안 돌아갈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냐'고 하기에 빠지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전혜원, 141쪽)

 

3. "그럴 바엔 차라리 월급을......"
 

"그래서 마르크스가 성과급제를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가장 적합한 임금형태"라고 불렀나 봅니다. (북클럽 자본 9권, 193쪽)

아마존과 쿠팡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물류혁명을 몰고왔다. 이 혁명을 떠받치는 노동에는 '특수고용'형태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특수고용은 지금 현재의 지식기반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가장 적합한 노동형태이다. 
'누구나 일한만큼 번다"는 성과급제의 슬로건은 '빛 좋은 개살구'이자 과대광고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대박을 꿈꾸는 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은 사실 '개같이 뛰어다녀야 겨우 남들만큼 벌거나 남들보다 조금 더 버는 것'이었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4대보험 혜택도 없다,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오토바이 리스료, 주유비, 통신비, 보험료...모두 자기 부담이다. 배달기사가 주휴수당도 없이 25일을 꼬박 일해서 160만원을 벌면 최저임금도 안 된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노동력 착취는 어떤가. 대행기사들은 급하게 움직이느라 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아서 다쳐도 병원비는 스스로 다 물어야 한다. 다친 동안 들어오지 않는 수입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목숨까지 걸고 하는 일의 대가가 이 정도인가. 
아무리 셈을 해봐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밑지는 장사이다. 북클럽 자본9권을 읽으면서 월급쟁이로 일하는 게 싫어졌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내가 고용을 당하면 어떻게든 나는 착취를 당하고, 나를 고용한 자는 계속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급제 아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그냥 월급쟁이보다 훨씬 심한 착취를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차원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분들과 그들을 고용하는 업체들에게 나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어졌다. 

"'인센티브 따위는 됐으니 월급으로 주세요'라고 하자!"
"이런 xx, 그럴 바에 인센티브 나부랑이는 됐으니 월급으로 주고 4대보험도 들어줘라!"

 


참고 문헌
[북클럽 자본9.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 고병권/ 청년의 상상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서해문집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장수경 외/ 철수와영희
<뭐든 다 배달합니다> / 김하영/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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