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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를 기반으로 한 제1부 대륙의 이성주의에 이어서 <이솝이야기>를 바탕으로 제2부 영국의 경험주의에 대한 논의가 4주차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6,7장을 맡아서 아이소포스와 베이컨에 대해서 발제를 맡았기에 후기도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뒷부분부터 논하자면 아이소포스가 베이컨에게 해준 마지막 우화인 ‘비밀의 문’은 사실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를 약간 변형한 이야기였다는 것입니다. 이진경 선생님이 직접 지으신 이야기가 아니어서 약간의 실망감이 들면서도 문학을 잘 알고 계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기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내심 기뻤습니다. 지식의 폭이 넓어져서 베이컨이 말하는 동굴의 우상을 벗어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카프카 이야기에는 없는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우에게 얘기해준 마술사의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부와 명성이라는 목적론적인 설명을 더해 단순히 독자가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각색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미리 알았으면 논의할 사항으로 적어 두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우상과 관련된 논의에 있어서는 인간의 목적론으로 인해 종족의 우상에 많이 가로막힌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 동의를 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받아들인 목적론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 볼 수 있는 것이 보고 싶은 것만으로 구성되어,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세상에 살게 되어 올바른 인식을 못하는게 아닐까 했습니다. 이외에도 시장의 우상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요. 제가 시장의 우상이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게 아니고 언어의 특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함께하는 공부의 혜택을 봅니다). 예를 들어 무신론도 믿음의 일종이 될 것인가라는 말처럼 말이죠. 믿는 다는 것은 보통 무엇의 존재(예시: 신)를 믿는 다는 것인데 반대로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하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현욱 선생님께서는 시장의 우상이 꼭 올바른 인식을 가로 막을까 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걸 소통을 통해 대화의 상대가 서로 이해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씀이셨던 것 같습니다.

경험주의와 우화가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제 질문은 뒤풀이에서 홍민 선생님과 논의하면서 조금 더 해결된 것 같습니다. 정확한 논의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제2부 <우화와 우상의 나라>는 진리의 근거를 관찰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경험에서 찾으려는 경험주의를 실체가 없는 우화와 대결시킨 것입니다. 그러기에 베이컨과 로크에게 있어서 실체가 없는 아이소포스의 이야기는 더욱 수수께끼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흄에 가서는 모든 것이 인상이고 관념이기에 실체가 없어지면서 아이소포스는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기타로 최근 도서관에 방문해 이진경 선생님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빌려서 흄까지 읽어보았는데요. 하얀 선생님이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철학의 모험>과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등장인물과 내용도 비슷하고 <철학의 모험>에서는 간추려진 역사적 배경과 용어 설명이 <철학과 굴뚝청소부>에서 더 풍부하게 담겨져 <철학의 모험>이 조금 더 잘 이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더 궁금해지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청인지 여러분께는 저도 이 책을 추천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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