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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노마디즘 3장, 3-5 발제

cla22ic 2021.09.18 14:55 조회 수 : 78

노마디즘 3장. 이중분절 혹은 지질학적 역사유물론

3, 내용과 표현: 구별의 유형들

 

지층은 내용과 표현으로 실재적으로 구별된다. 구별의 양상엔 세 가지 다른 유형이 있다. 실재적-형식적 구별, 실재적-실재적 구별, 실재적-본질적 구별이다. 실재적-형식적 구별은 동일한 지층에서 크기와 질서에 따라 내용과 표현을 구별한다. 언어학적 지층에서 분자적인 음소와 몰적인 형태소를 구별하는 것처럼, 크기나 질서에 의해 음소와 형태소를 구별하지만 양자는 하나의 동일한 말에 중첩돼있다.

실재적-실재적 구별은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의 차이가 커져 내용과 표현의 층위가 독립적인 지층을 형성할 때를 말한다. 핵산과 단백질의 사례가 나오는데, 핵산은 단백질의 표현 형식이고, 단백질은 그 내용이다. 그러나 핵산은 단백질의 분자적 구성요소가 아니다. 표현과 내용의 관계에 있지만 핵산과 단백질은 별개의 지층에 있다. 이처럼 표현과 내용이 각각 별개의 실재적 지층을 이룰 때 실재적-실재적 구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실재적-본질적 구별은 내용과 표현이 각각의 지층을 이룰 뿐 아니라, 그 지층의 ‘속성’이 본질적으로 다를 때를 말한다. 신체적인 것과 비신체적인 것, 기계적인 것과 언표적인 것처럼, 실재적-본질적 구별에 이르면 내용과 표현의 상응성은 사라진다. 이처럼 내용과 표현은 각기 다른 양상으로 구별되고, 또 서로 관계 맺는다. 내용과 표현의 관계는 몇 가지 통념/오해를 없애면서 설명하고자 한다.

 

4. 내용과 표현의 관계

 

내용과 표현은 쉽게 언어의 기의/기표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내용과 표현의 관계는 기의/기표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다. 표현을 언어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기호로 구별하는 건, 세 번째 구별 뿐이다. 모든 표현의 형식에 기호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고, 표현의 형식과 기호를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내용의 형식도 하나의 사물 내지 지시체로 환원할 수 없다.

내용과 표현은 내용/형식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다. 여기서 내용/형식 관계는 하부구조(경제적 토대)/상부구조의 관계를 말한다. 이 관계에선 하부구조(경제적 토대)란 내용이 상부구조란 형식을 규정한다. 내용과 형식이 동등하게 다뤄지는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형식이 내용과 구별되어 사용되면, 별도의 형식을 갖는 별도의 개념으로 다뤄져야 한다. 형식이 표현으로 다뤄질 때, 양자 사이에는 일방적인 규정성을 설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내용과 표현의 상이한 형식에 진화적 단계를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물 지층 간의 ‘진화’, 선진국과 중진국, 후진국처럼 여러 지층들 간에 발전단계를 설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용과 표현의 서로 다른 형상들은 각기 상이한 기계일 뿐이다.

 

5. 지층과 배치, 추상기계

지구는 어디든 지층화 돼있고 이중분절 돼있다. 모든 지층은 변이의 선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의 지층은 다른 지층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어떤 지층과 접속하느냐에 따라 다른 지층이 된다. 지층의 관계와 지층의 변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배치다.

배치는 지층들 사이에서 상의한 지층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간-지층’이다. 한 지층 위에서 내용과 표현의 일대일 대응관계를 보장하며, 지층들이 수직과 병렬로 분할되도록 유도한다. 지층과 그것의 하부지층과의 관계를 보장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조직상의 변화를 유발한다.

이처럼 배치는 지층을 연결하기도 하지만 지층을 탈지층화로 잇기도 한다. 배치는 지층 위 혹은 지층들 사이에서 추상기계를 실행해 일관성의 구도로 이어지게 한다. 배치는 상이한 지층을 연결하는 간-지층일 뿐만 아니라 일관성의 구도를 작동하는 추상기계, 메타지층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배치는 항상 추상기계를 작동시키고 항상 변이의 선을 포함하고 있다. 역으로 추상기계는 항상 구체적인 배치를 통해서만 작동한다.

구체적인 다양한 배치를 분류하고, 그것을 통해 작동하는 추상기계를 찾아내고, 그리하여 일관성의 구도로 이어지는 선을 그리는 것이 지층과 배치, 추상기계란 개념을 통해 앞으로 저자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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