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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3] 몸 페미니즘 4장_ 후기

출사표(도윤) 2022.04.23 03:47 조회 수 : 77

2022/04/16 모임 후기

 

    앞서 심리학에서는 '욕망'을 통해, 생리학에서는 '몸 이미지'를 통해 각각 통일적 정체성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관찰해왔다면, 이번 4장에서는 육체적 현상학에서 이 두 가지 렌즈를 모두 통과시켜 존재에 대한 새로운 상을 가지려했던 시도가 중심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메를로-퐁티는 존재에 들러붙어 있는 형이상학적 오염물을 털어내고, 존재의 핵인 역전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것으로서 육신(The flesh) 개념을 소개합니다. 다시말해 메를로-퐁티의 육신 개념에서 핵심적인 것은 역전 가능성입니다.

    역전 가능성이란 만지는 주체와 만짐받는 객체 사이의 일관된 구별이 힘들어지는 지점에서, 오직 점근선적으로(무한히 다가갈뿐 수렴되지는 않는 방법으로) 주체가 존재하고 결코 일치되지 못하는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이것은 언제나 자기동일적인(언제나 구체적 감각과 일치되어 행위하는) 슈나이더가 상실한 섹슈얼리티라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탈성애화된 슈나이더의 사례에서 미루어볼 때 성적 욕망은 구체적 현재로부터 비롯되기보다는, 미래적 맥락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적 욕망을 잃고 더 나아가 가능성의 차원을 잃어버린 슈나이더의 모습은 마치 실시간으로 주어진 일을 해결해나갈 뿐 방향성을 모색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을 연상케 합니다. 한편으로 섹슈얼리티는 이처럼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것이기보다, 다른 몸을 향해 열려있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입증해준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다른 참여자분들도 역전 가능성에서 슈나이더로, 그리고 섹슈얼리티로 이어지는 맥락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것 같습니다.

    메를로-퐁티의 역전 가능성 개념이 등장하는 맥락은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몸 이미지 개념을 채택하게 된 것은 생후 1년기의 유아에 대한 연구들에서였습니다. 유아기의 정체성에 있어 시각이 중요한 지각임이 드러나자 그는 보는 자의 가시성을 문제시하고, 이것으로부터 섹슈얼리티와 언어 등이 출현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전 가능성과 불일치로서의 존재감이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이러한 메를로-퐁티의 살 개념은 링기스로부터 그리고 이리가레로부터 이중적으로 비판받으며 남녀 모두의 섹슈얼리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과, 의미화가 의존하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반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링기스에 의하면 성적인 욕망(오르가즘)은 그 자체로 몸에 대한 비결정적 이미지를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리가레에 의하면 가시적인 것은 비가시적인 것(혹은 촉각적인 것)에 의해 가능합니다. 모성성이 퐁티가 말하는 역전 가능성의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자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점액질 상태의 경험이 의미화가 의존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분석합니다.
    육체적 현상학에 대한 페미니즘 비판의 핵심은 욕망이 의미화로 환원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타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족적 언어의 주체가 가진 능력으로 욕망을 정의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욕망을 자족성의 체계 바깥에서 정의하려면 어떤 도구가 필요한 것일까요? 저는 이것을 화두 중의 하나로 두고 앞으로 남은 분량을 읽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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