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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페미니즘 3장 - 발제

단미 2022.04.09 12:50 조회 수 : 67

<몸 페미니즘을 향해> 3장 몸 이미지 : 신경생리학과 육체의 지도화

서문에서 저자는 "몸은 문화적, 성적, 인종적으로 특수한 몸임과 동시에 문화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유연하고 변화 가능한 용어"(15)라고 말했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아직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화/사회적 요인으로 인해서 몸이 변한다는 말인가? 보통 키나 신체 부위의 크기, 구성 같은 것은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후천적인 경험이나 환경에 의해서 없던 신체 부위가 생기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2차 성징 이후 몸은 많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것도 이미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만큼 자라거나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에게서 '몸'은 변화가능한 개념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몸이 "존재론적으로 불완전한 것이거나 종결이 없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완성과 질서와 조직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15)고 말한다.

3장까지 읽고 보니, 서문에서 저자가 말했던 몸은 물리적인 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 이미지'를 뜻하는 것 같다. 몸 이미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저자가 친절히 요약을 해주었는데,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8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206-210)

몸 이미지는
1) 주체가 자발적/의지적 행동을 취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176쪽 참고)
2) 주체가 나르시시즘적인 투자를 얼마나 자긴의 몸 부위 어디에, 얼마나 하는가에 대한 지도 혹은 재현이다. 
3) 총체적인 몸의 위치, 자극의 상대적 위치, 피부 표면에서의 운동과 사진 운동 사이에서 초래되는 차이 모두를 결정한다.
4) 어디까지가 내 몸인가-피부의 내부와 외부 뿐만 아니라 주체와 대상 위치 사이-하는 구분을 만들어낸다. 
5) 주체 혼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후천적으로 초래된 질병, 장애, 생리적/심리적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타자에 의해서 광범위한 영향을 받는다.(특히 인생 초기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지 못할 때)
6) 주체의 진짜 현재 상태와 다를 수 있다. 몸의 진짜 변화를 기록하고 지각하여 몸 이지가 구성되는 데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예, 노화에 대한 저항)
7) 몸에 대한 '자세 도식'이다 : 몸과 주변 공간, 몸과 다른 대상 사이의 공간을 포함하며 몸의 수평축과 수직축의 좌표를 포괄한다.
8) 주체의 마음(정신)과 실제 물리적인 몸 사이의 매개이다. 

결국 저자가 몸 이미지에 대해 이토록 중요하게 다룬 이유는 몸 이미지가 "타자와 주체가 각자 필연적으로 서로를 구성하며, 정신적 요소로부터 생물학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며, 정신적인 것과 생물학적인 것이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성적 특수성(생물학적 성차)과 정신적 정체성의 문제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10-11) 그래서 몸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여러가지 증거로서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환상사지, 건강염려증, 탈인격화, 히스테리 등을 예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한 증상들은 "몸 이미지라는 매개를 통해 유기체적인 몸과 정신적인 몸 사이에 상호 교환과 상호 중첩 현상이 있음을 나타낸다.  이들 증상은 생물학적 혹은 유기체적 몸이 정신적 의미에 열려있고, 의미를 취하고 강도를 수용하여 정신적 체계에 순응하며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195)

이런 몸 이미지가 페미니즘 맥락에서 중요한 이유는 특히 몸 이미지의 5)번 특성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특징을 '삼투적'이라고도 표현하는데, 몸 이미지가 "주체의 심리학이나 해부학의 사회역사적 맥락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197) 포로이트와 실더 모두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유아기의 몸은 성차에 따른 문화적 환상이 깊숙이 새겨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유아의 몸은 어머니 혹은 문화의 욕망, 소망, 공포, 희망이 투사되고 내재화되는 스크린"과 같기 때문이다.(188) 여기서 저자는 우리 몸의 구멍들이 성애와 되는 이유가 양육자의 성공과 실패, 야심과 실망이 쉽사리 투사/작동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한다.(188)

사실 저자가 예로 든 여러가지 증상이나 과정들은 무의식(혹은 전의식?)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경험되지 않았던 일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들도 있지만 정말 그런가 싶은 것들도 있었다. (그런데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1)몸 이미지라는 것이 존재하고, 2)그것이 정신과 몸 사이의 매개로서 아주 중요한데, 3) 몸 이미지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몸으로부터 또한 타인이나 환경, 사회적인 맥락으로부터도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 4)그래서 결정적이지 않고 유기체적/유동적이다-라는 것 까지는 이해와 동의가 되었다. 

문제는 몸 이미지라는 것이 주체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관계적으로 끊임없이 구성되고 변하는 것이어서 개인 혼자서 의미를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남성생식기와 여성생식기에 특정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결코 개인은 자유로울 수 없으며, 우리의 몸 이미지는 그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프로이트와 실더도 그러했듯 그동안 여성에 대한 설명은 '남성 성기가 없는' 결핍적 존재로서 였기 때문에, 성차에 관한 사회적 의미를 철저히 변경하는 작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성을 육체적/성적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재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204)

그렇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책의 뒷 부분에서 이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줄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의 전망은 어두운 것 같다. 옛 말에 콩 심은데서 콩이 난다고 했다. 말하자면, 가부장제라는 땅에서 가부장적 학문과 인식들이 자라난 것이다. 우리 몸(이미지)은 그것을 먹고 자라났다. 그런데 땅 부터가 잘못 되었다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땅을 얼마나 갈아 엎으면 새로운 땅이 될까. 페미니즘 이론서나 혹은 기존의 전통적인 학문 경향을 거스르는 어떤 주장들을 살펴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안타까움도 그러했다. (학문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새로운 언어를 만들려고 해도 결국은 근거가 필요하고, '이게 아주 생뚱맞은 얘기는 아닙니다'를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버리려던 그 땅에서 근거를 가져온다. 그로스가 프로이트와 실더를 들고 온 것 처럼. 그래서 원래 있던 그 땅의 흙먼지를 털어버리느라 아주 고생이다. 오늘 우리가 느끼는 고통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그 근거라는 것이 그냥 오늘 우리들의 경험과 말이면 안되는 건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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