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1-3
매끄러운 공간- 유목, 전쟁기계
홈 패인 공간- 정착, 국가장치
두 공간 사이에는 혼합과 이행, 반전이 발생하고 사실상 뒤섞여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기적 선- 감정이입충동과 관련된 선
추상적 선- 추상충동과 관련된 선
보링거에 따르면 예술에서 일차적이고 근원적인 것은 감정이입충동이 아니라 추상충동이다.
들뢰즈와 가타리 역시 예술은 미메시스 혹은 ‘구상’이 아니라 ‘추상’이라고 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데포르메?
1. 기술적 모델
홈 패인 공간으로서의 직물- 날실과 씨실의 교차, 날실로 결정된 폭은 무한할 수 없으며 반드시 앞면과 뒷면을 가진다.
매끄러운 공간으로서의 펠트- 압축된 엉킨 섬유, 앞면도 뒷면도 중심도 없이 모든 방향으로 무제한적이다.
중간에 있는 다른 모델로 대바늘 두 개로 짜나가는 뜨개질과 코바늘 한 개로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크로셰를 든다.
중심주제나 모티프가 있는 자수는 온갖 천조각을 이어나가며 확장시키는 퀼트, 패치워크와 구분된다.
결국 매끄러움이란 동질성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의 울퉁불퉁한 결합이다.
2. 음악적 모델
홈 패인 공간으로서의 음악- 소음과 구분되는 음악적 소리, 평균율이 대표적.
절단과 간격들이 표준화된 방식으로 배열 될 때 그 배율과 분포의 원리를 ‘모듈’이라고 한다.
평균율이나 서양의 음계가 아니어도 주파수를 절단, 음계를 일정한 간격으로 정의하는 곳은 홈 패인 공간이다.
매끄러운 공간으로서의 음악- 정해진 간격 없이 소리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 글리산도, 농현.
크세냐키스는 음들을 유체적인 흐름으로 다루었고 절단 없이 통계적으로 분포했다.
이 두 가지 공간 역시 많은 경우 서로 섞이고 교차한다.
3. 해양적 모델
홈 패인 공간의 경우 선이나 궤적은 점에 종속된다. 점과 점 사이는 짧을 수록 좋다. 매끄러운 공간의 경우 선은 벡터, 방향이다. 방향성과 특개성의 원리로 채워진 공간은 소유나 점유의 공간이 아니라 감응의 공간, 촉각적 공간이다.
바다는 매끄러운 공간의 전형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홈 패임에 직면했으나 이는 육지의 기능과 별개인 홈 패임이었다. 14~15세기의 해도는 정확하지 않으며 감응과 특개성의 포착을 필요로 한다. 이후 상업적인 이유와 욕망의 부상으로 지리학을 끌어오고 척도화된 좌표가 바다에 홈을 판다.
바다는 홈 파는 방식의 전형이 되고 홈 패임의 극한에서 공간 전체가 점유되는 것으로 다시 매끄러운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이렇듯 두 가지 공간은 섞이고 이행된다. 섞임의 양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가장 홈 패인 공간 조차 매끄럽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예시) 사막에서의 홈 패인 삶, 도시에서 끊임없이 탈주선을 그리는 삶.
결국 동일한 공간을 흘러가는 상이한 두 가지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여행은 공간화의 양식, 공간에서의, 공간에 대한 존재방식으로 구별된다. 움직이지 않는 유목민은 도망가지 않는다. 황량한 공간에 달라붙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창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