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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쌤이 새로 오셔서 더 즐거운 오프라인 모임이었답니다~

역시 욕망을 다뤄서 그런가, 저는 1장보다 2장이 훨씬 재밌었어요. 노마디즘 2장은 분열분석을 다룹니다. 들뢰즈·가타리가 정신분석을 비판하며 만들어낸 개념이에요. 정신분석도 분열분석도 모두 무의식을 ‘분석’하지만, 방법과 결과는 판이합니다. 무의식을 무엇으로 보는지, 욕망을 무엇으로 보는지부터 완전히 다르니까요. 주현쌤은 프로이트를 공부하셨는데, 너무 다르게 접근해서 당혹스러우셨대요. 모두가 공감할겁니다...ㅎㅎ

토론도 분열분석과 정신분석을 비교하며 진행됐습니다. 정신분석이나 분열분석이나 ‘모든 것’은 무의식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의식한다고 여겼던 세계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무의식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그러나 정신분석은 이 무의식을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라는 오이디푸스 삼각형에 가둬버리죠. 현실은 무의식이 재현되는 극장이 되고 거기엔 오직 3명의 인물만  등장합니다.

토론 초반부에 저 포함 몇몇 선생님들이 고백타임(?)을 가졌는데,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내 욕망을 설명하는 정신분석에 빠져들면서도 이해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을 말했습니다. 정신분석에서 ‘모든 것’은 아무리 애써도 손닿을 수 없는 실재계, 영원한 삼각형에 있기 때문이죠. 분열분석은 다릅니다. 무의식은 삼각형에서 벗어나, 모든 ‘하고자 함’이 들끓는 장이 됩니다.

나와 옆 사람의 ‘하고자 함’뿐만 아니라 사물의 ‘하고자 함’이 접속하고 절취하면서 기계들을 생산해냅니다. 이 욕망하는 기계 혹은 기계화된 욕망은 작동하고 물러서고 전진하며 끊임없이 배치를 만들어내고 바꿉니다.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무수히 많죠. 배치를 바꾸면 되니까요. 2장의 마지막이 분열분석을 ‘윤리학(Ethica)’로, 화용론과 미시정치학으로 민중분석으로 그리고 다시 ‘리좀학’으로 부르며 끝난다는 게 의미심장합니다.

그런 면에서 토론의 마지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분석으로 본 늑대인간의 꿈과 분열분석으로 본 늑대인간의 꿈이 어떻게 다른지 말했었지요. 난해한 말들에 잠시 길을 잃다가 저희가 도달한 지점은 가능성이었습니다. ‘분열분석에서 결핍은 없다. 0은 결핍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열분석에 이르러 꿈은 결핍을 재현되는 상징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 감응하고 다른 존재가 되는 ‘변신의 공간’이 됩니다.   

이처럼 들뢰즈(와 진경쌤)의 책을 펴두면 늘 가능성을 말하게 됩니다. 고통과 상처를 말하기보단, 앞으로 무얼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다르고 멋진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말할 수 있다는 게 이 세미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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