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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에서부터 출발해 자기지시적 명제들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알 수 없는 것들을 인식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보편적이라면, 자기지시적 명제들에서 발생하는 역설 또한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해명되어야 한다. 참이면서 거짓인 명제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러셀은 발화하는 크레타인과 그의 발화 속의 크레타인을 다른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라캉은 언표상의 주체와 언표(행위의) 주체를 구분함으로써(비록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역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님에도)
역설의 문제에 나름의 구제안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를
설명한다는 측면에서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시도와 유사하다. 비트겐슈타인은 그림이론을 전개하며 실재에 대응하지 않는 것들, 즉 말할 수 없는 것들에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실재에 대응하지 않는 부분을 말하려는 시도 때문에 역설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 다른 해결책은 인공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들은 오염되어 있기에 형이상학적 대상들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일상의 언어들에서 오염의 요소들을 덜어내어 만든 순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일상언어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순수한 인공언어가  기호적, 수학적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학은 서양 철학의 전통 속에서 항상 진리와 연관되어왔다. 데카르트는 수학이 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본유관념에 속한다고 보았고
칸트 역시 언제나 참인 분석판단을 수학적 명제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했다.

괴델은 두 번째 방향의 사람이 아닐까? 그는 괴델수를 제시함으로써 메타수학적 명제들을 수학적 명제들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말하자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있는 방식을 창안했다고 볼 수 있다. 
괴델수는 신이 준 수인 자연수를 통해 명제들을 나타내고, 해당 명제를 하나의 수에만 대응될 수 있게 함으로써 자기지시적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버린 셈이다.

이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두 번째 해결책의 문제점을 보자. 그들은 오염된 일상언어와는 다른 순수한 언어를 만들고자했다.
그러나 그 순수한 언어의 뜻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가령 괴델이 만든 체계에서 ~(-이 아니다)은 3에 해당하고 소수에 세 제곱을 한 수로 표기된다.
2를 세제곱 해서 8이 나왔다고 가정을 한다면 자연수8은 '-이 아니다'를 뜻한다. 그러면 8이라는 순수한 언어, 오해의 소지가 없는
언어를 보고 '-이 아니다'라는 일상의 언어를 통해 암호를 해독한다. 괴델수의 체계는 괴델수의 체계 바깥(일상 언어의 체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괴델의 제2 불완전성 정리와 상통한다.
(페아노 공리계에 대하여) 공리계가 무모순적임은 공리계 내부에서 증명 불가능하다.
즉 공리계에는 항상 성립하지 않는 것들이 숨겨져 있고, 이것까지 성립시킬 수 있게 공리계를 확장시켜 새로운 공리계를 만든다고 해도
이 새로운 공리계조차 여전히 성립하지 않는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괴델이 수의 체계(이를 공리계라고 볼 수 있다면)를 만든 의도, 메타수학적 명제들을 수학적 명제로 환원시킴으로써 역설의 발생 등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은 그 수체계를 기반으로 해서 증명된 제2 불완전성 정리에 의해 의문에 부쳐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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