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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디즘 6장을 읽고

sora 2020.02.20 21:13 조회 수 : 66

** 질문도 아니고 분량도 길어서 출력안하셔도 될것 같아요.

기관없는 신체가 선존재이자 근원적이라는 뉘앙스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물론 (433) 선-존재성이란 단지 지층에 질료를 대주는 어떤 존재조건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 나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관없는 신체를 기관이 분화되기 "이전의" 잠재성의 장으로 설정한다면 그것은 먼저 있는 무언가로 가정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기관없는 신체의 어떤 상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플라톤적 사유와 유사해지므로 나는 이런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기관없는 신체는 하나의 기관을 다른 기관으로, 또는 비기관으로 변환시키는 욕망의 흐름, 강밀도의 흐름이다. 현재 지배적인 어떤 기관화된 상태를 변이시키는 힘이 지향하는 방향이다.'라는 설명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와 관련된 내용의 비중이 너무 적다.

(423) 지구가 없다면 지층이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관없는 신체가 없다면 기관화된 신체, 다시 말해 유기체라는 지층은 있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지구가 먼저이고 지층이 나중인가? 그렇다면 지층이 없는 지구는 과연 무엇인가? 핵과 맨틀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을 과연 지구라고 할 수 있는가? 지구는 지층과 함께 있다. 기관없는 신체도 그렇지 않을까? 기관없는 신체를 알, 요기 등으로 비유하여 설명하는 것에서도 기관없는 신체의 어떤 이미지나 어떤 상태를 떠올려서는 곤란할 것 같다. 알이 잠재성으로 먼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 또한 강밀도의 흐름과 배치의 산물일테니. 기관없는 신체는 매번 어떤 구체적인 상황으로서 서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기 뿐만 아니라 뒤에 등장하는 고수의 예와 같이 말이다.

물론 저자는 (457) 기관없는 신체를 기관으로부터 충분히 추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기관없는 신체나 탈주의 철학에서 중요한 방점은 기존의 배치에서 벗어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유의 필요에 의해 기관없는 신체의 상을 그려야 한다면, 하나의 지층에서 다른 지층으로 넘어가는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의 많은 부분에서 기관없는 신체가 어떤 출발지나 목적지처럼 설정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플라톤적 사유의 위험을 나는 느낀다.

탈주는 언제나 척도의 문제, 기존의 기관들이 만들어놓은 경계의 문제이다. 기존의 척도를 무력화하고 경계의 의미를 지우는 것, 그래서 기관없는 신체의 장(?)을 통과하여 다른 기관이 되는 그 과정으로서만 기관없는 신체의 논의는 유용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신체를 벗어난 순수한 질료적 흐름은 관념적으로는 우리가 추상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사유의 세계에서는 그래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질료는 물질과 구체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배치의 문제라는 점을 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기관없는 신체는 어떤 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변이의 과정으로서만 기술될 수 있는 것 같다.

 

기관없는 신체가 어떤 특수한 '상태'(일반인인 우리는 도달하기 어려운 그런 상태)로 설명되고 있고 게다가 여기에는 무능력한 신체나 고정된 현실을 극복해내는 강자의 이미지가 오버랩되고 있다. (461) 역치를 넘어서 힘의 분포, 강밀도의 분포를 바꾸지 못한다면 그 기관은 영원히 그 기관으로 머물러 있어야 하고 고정된 신체, 굳어버린 기관이 된다는 설명이 등장한다. 여기서 역치를 넘는 힘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매번 힘이 강해야만 기존의 배치를 넘는 건 아니다. 기존의 경계를, 그리고 그 경계를 만들어낸 척도와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방식(일종의 퀴어적 개입)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힘'이라는 단어가 내게 불편했던 건, 강/약의 힘밖에 내가 사유하지 못했기 때문인것 같다.

 

(483) 일자적인 중심을 제거하여 아무 중심이 없는 것보다 리좀적인 방식으로 다중심을 만들 수 있는 다수의 특이점들을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코뮨을 구성하는 서술이 등장한다. 그런데 저자의 관점인 능력주의는 특이점을 일자로 만들기 쉽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기존의 일자적인 중심을 상대할만한 막강한 다른 중심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매혹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이런 방식도 좋겠지만, 아직도 나는 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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