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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_역사] 에세이_수정했어요

sora 2019.07.27 14:06 조회 수 : 87

에세이 수정본입니다.

 

변화에 대해서              20190727 박소라

 

나는 이번 세미나에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는 역사의 큰 전환점을 보았다. 봉건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은 상업과 무역의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인클로저와 공유지 수탈, 그리고 이어지는 여성과 아이들의 수탈을 가능케 한 것은 폭력이었다. 즉 자본주의로의 이행의 본질은 폭력의 역사였다. 동시에 끊임없이 줄지어 일어나는 혁명의 사건들은 이행의 역사가 곧 저항의 역사였음을 보여주었다.

 

자본주의의 이행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준 ‘구빈법’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의 교재 ‘히드라’에서는 구빈법을 인클로저로 발생한 수많은 부랑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서는 다른 시각도 제공했다. 왕정, 사제, 봉전 영주들은 당시 상당히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을 반대했던 또 한 세력이었다. 그들은 반 인클로저 법이나 구빈법과 유사한 다른 법들의 제정에 힘썼다. 칼 폴라니는 그들의 노력이 ‘노동시장’이라는 새로운 체계의 도입을 상당히 지연시켰다고 보았다. 즉 인간을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노동(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전환시키는 데 저항하는 세력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을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이념적으로 반대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공포를 느꼈던 것은 아닐까. 물론 기존의 삶의 방식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기득권 연장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멀쩡한 사람들을, 지금 용어로 설명하면 극빈 실업자로 만들어버리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변화를 급격하게 맞이하게 될 때, 그래서 기존의 삶을 포기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였을 때 우리가 흔히 내리는 판단일 수도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도래했을 때,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들이닥친 난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 앞에서, 북한과 함께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 앞에서 한국전쟁과 공산당의 학살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들이닥친 공포와 그에 대응하는 판단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한 공동체(사회)에 통제 불가능한 방식으로,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진행될 때 그것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공동체의 기존 사회관계망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같이 공동체의 안녕을 폭력적으로 파괴하는 경우 우리는 그 변화를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세 봉건제의 마지막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시장경제체제, 자본주의체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엄청난 변화의 속도에 사람들은 적응하거나 도태되었다. 그리고 이 속도는 결국 농촌의 몰락을,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을 황폐화시켰다. 그런데 영국이 인클로저라는 재난을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왕권의 규제 덕분이기도 했다. ‘히드라’에서 보았듯이 자본주의가 추구했던 시장은 규제와 늘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그 규제는 자본주의의 발전을 앞당기기도 했지만, 지연시키기도 했다.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어떤 관점을 취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봉건제의 부패한 왕권, 그리고 불평등한 신분제를 유지해왔던 봉건 영주세력을 비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라는 ‘이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고대 문명에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국과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불평등은 늘 존재해왔다. 장작패고 물 긷는 자들, 노예와 여성의 문제를 지금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수 천 년의 역사는 그저 비난 받아야만 하는 역사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또 있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평화로운 공동체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히드라에서 대안적 삶으로 등장했던 원시부족의 삶을 이상화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런 비난들은 모두 이상적인 상을 상정해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현실(또는 역사)의 한 단면을 그저 비난하는, 매우 쉬운 일이다. 우리가 읽은 두 권의 책(캘리번과 마녀, 히드라)이 보여주는 것은 이제 과거가 되어버린 문제의 장을 그저 대안도 없이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장에 뛰어들어가 세심하게 살펴보고 과감하게 역사를 재구성해내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새로 쓰여진 역사가 곧 지금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지금 여기의 우리 이야기를 해 보자.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반대로 어떻게 혁명을 만들어내야 할까.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버렸기에 우리는 자본주의를 거부하기 어렵다. 자본주의를 거부하려는 시도는 쉽게 자본주의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반자본주의라는 이상향을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쉽게 허무주의로 귀결된다. 허무주의는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태도를 취하게 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보편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 모두 결과적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이 설명은 전혀 틀린 해석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고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은폐하고 있는가이다.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합목적적 사고는 지금의 상황을 하나의 목적(목표)에 종속시킨다. 이러한 욕망은 무엇을 은폐하고자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주의/반자본주의의 구도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에서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찾아내는 일, 그것은 역사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 역사에서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삶의 가능성들을 찾아내어 부분적으로 지금 여기에서 변형시켜 적용시키는 일이 아마 내 삶에서의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한다. 이분법에서 벗어난다면, 자본주의의 선/악을 판단하기 보다, 자본주의로 인해 한 가지 삶의 방식만이 강요되는 현실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을 말살시키는 변화라는 것은 그 방향이 문제시 되어야 한다. 그래서 변화의 지향점을 상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말하듯이 그것이 달성해야 할 목표, 추구해야 할 해답이 된다면 무언가는 은폐된다. 지향점은 그것이 달성된 이후에도 늘 새로운 열린 공간을 가능케 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어 문제의 장을 닫아버린다면, 그 질문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 ‘히드라’와 ‘거대한 전환’과 같은 방식, 문제 상황을 비판하고 정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상황을 가능한 한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현재를 재구성하는 방식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변화는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한다. 그래서 변화 자체의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 그곳에는 늘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그래서 죽음 그 자체를 죄악시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획일화라는 변화의 한 가지 방향과 함께 무지막지한 변화의 속도가 문제였다. 이것은 인류세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삶을 폭력적으로 파괴시키는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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