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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껄끄러운 그것 되기 ... 성"

지난 강의에서 우리는 '억압'과 '무의식'에 대해 배웠습니다. <히스테리 연구>와 <꿈의 해석>이 주요 텍스트였죠. 이 시기에는 경험, 곧 '성적으로 불쾌한 유혹의 사건'이 문제였습니다. 사건의 표상이 억압되어 무의식을 형성하는데, 이 표상이 신체 증상으로 회귀합니다(히스테리). 따라서 신체는 '기억과 기록'의 의미를 가집니다.

프로이트는 탐구를 더 진행하여, 어린 시절의 경험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아기 성욕'

성은 낯설고 부끄럽고 불안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이죠. 다루기도 껄끄럽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석은 정면돌파합니다. 그리고 돌파의 결과물이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이죠. 여기서 신체는 '성욕의 저장소'로 의미가 바뀝니다.

<에세이>는 먼저 '리비도' 개념을 논의하고 이어서 성에 대해 네 가지 편견을 소개하는 데요. 1) 성욕은 유아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2) 성욕은 사춘기에 시작된다. 3) 성적 대상은 이성이다. 4) 성의 목적은 성기 결합이다.

프로이트는 이 통념들을 오류라고 보며 하나하나 전복시킵니다. 1) 성욕은 유아기에 존재한다. 2) 성욕은 사춘기에 회귀한다. 3) 성적 대상은 이성만이 아니다. 4) 성의 목적은 성기 결합만이 아니다.

<에세이> 1부는 '성적 이상'의 문제를 다루는데, 3)과 4)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성적 대상부터 살펴보면, 그 대상은 단지 이성만이 아니라 동성, 아동, 동물, 물건 등 아주 다양합니다. 성 본능은 특정 대상에만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이죠.

성의 목적은 단지 성기 결합(성교)만이 아니라 이 행위에 도달하는 이전 단계들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가령 보는 것, 만지는 것, 말하는 것, 키스하는 것, 애무하는 것, 또한 때리는 것, 맞는 것, 싸는 것 등 다양합니다. 이 예비적 단계에 고착된 사람을 '도착증자'라고 부르죠.

우리는 이렇게 '성적으로 이상한' 사람들을 '짐승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 동물은 번식을 목적으로 정해진 시기에만 성행위를 하는 존재이죠. 오히려 인간만이 시간의 제한을 벗어나 언제라도 성적 쾌락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성'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성적 이상'이 실제로는 정상이고 '이성과의 성교'가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도착이 원초적/보편적/일차적이고 정상적 성행위가 파생적/특수적/부차적인 것이죠.

<에세이> 2부는 '유아기 성욕'을 다룹니다.

프로이트는 성욕을 '피부나 점막에 가해진 자극으로 인해 발생한 쾌감을 반복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처음에 아기는 그저 배고프기 때문에 엄마 젖을 빨아 먹지만, 입과 혀에 닻는 젖의 느낌이 또 다른 쾌감을 주기 때문에 배고프지 않더라도 젖가슴을 빠는 행위를 반복하고자 합니다. 성욕은 이렇게 본래의 생명 욕구에서 독립된 또 다른 종류의 욕구를 말합니다. 아이가 젖을 떼는 것을 어려워 하는 것도 대변을 그때그때 보지 않고 모아서 한꺼번에 보려는 것도, 이 분리된 욕구인 성욕 때문이죠.

아이는 신체 부분들로 쾌감을 누립니다. 입술로 빠는 것, 항문으로 누는 것, 엄마를 보는 것, 엄마 목소리를 듣는 것 등등. 또한 아이와 엄마는 성기 결합만 하지 않을 뿐, 보고 듣고 만지고 물고 빨고 온갖 성 행위를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부분충동의 만족을 위해 거리낌 없이 즐기며 사는 것입니다. '유아기의 성욕'

그러나 아이가 정상적 문명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충동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인 '성기기 조직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충동들의 만족이 주는 쾌감 때문에 작업이 쉽게 되지는 않죠.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거세 위협을 가합니다. '너, 고추 가지고 계속 장난치면 잘라버릴 거야!' 그리고 여자 성기를 보는 순간 아이는 부모의 위협을 정말로 받아들입니다. 이 때 아이는 머리속이 그야말로 하얗게 되고 이전에 경험한 것을 모두 무의식 속으로 억압하게 됩니다. '유아기 기억상실'  그리하여 아이는 거리낌 없이 즐기는 아이에서 눈치 보는 아이로 바뀌게 되는 거죠.

<에세이> 3부는 '사춘기'에 대해 고찰합니다.

유아기 기억상실은 기나긴 '잠복기'로 이어집니다. 잠복기 동안 아이에게는 성욕에 저항하는 정신적 힘이 형성되는데, 역겨움, 수치, 도덕성 같은 것들이죠. 그러나 잠복기가 끝나고 16세 무렵부터 성욕이 되살아나 왕성해지는 '사춘기'가 도래합니다. 이 때는 성기기 조직화가 완료된 형태의 성욕이 지배하는데, 그래서 사춘기의 성적 대상은 이성이 되고 성의 목적은 성기 결합이 되는 거죠. 

성욕은 '애정적 경향'과 '감각적 경향'의 두 경향을 보여주는 데, 이는 성욕이 유아기에서 시작되고 사춘기에 다시 시작되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유아기에 시작되었다가 잠복기에 중단된 성욕이 애정적 경향으로 흐르고, 사춘기에 시작된 성욕이 감각적 경향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경향은 대체로 하나의 대상 안에 합치하지 않습니다.

이상이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에서 논의되는 내용입니다. 이 단계에서 프로이트 이론은 큰 변화를 겪는데, 바로 유혹설의 포기에 기인합니다. 신경증의 원인으로서 유혹하는 사건이 포기되고 '환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아이의 성생활을 자극하는 데 이제 유혹은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유아기 성욕으로부터 저절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성적 쾌락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환상은 그런 아이의 눈에서 생겨난 것으로서 유아의 성생활에 근거합니다. 그래서 환상은 우리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것이죠.

유혹설을 포기하고 유아 성욕설과 환상설을 도입함으로써, 이제 정신생활의 갈등이 내면화됩니다. 유혹설의 단계에서 갈등은 외상적 사건과 자아의 갈등, 곧 외부와 내부의 갈등이었다면, 이제는 성 충동과 자기보존 충동의 갈등, 곧 내부와 내부의 갈등인 것입니다. 충동은 성적 쾌락을 얻기를 원하고, 반면 자아는 방어적 태도를 취합니다. 성 앞에서 인간이 둘로 쪼개지는 것이죠.


다음 시간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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