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보다 더 추워졌다는 서울 거리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세미나룸에 도착했습니다.이번 발제를 준비하면서 나름 고민을 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이 공간에 다다랐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안도감으로 마음이 놓입니다. 평일과는 다른 여유를 느끼게 되고 커피 한잔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토요일 오후3시, 이 공간에서 여러분들과 니체를 읽고 세미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 72. 높은 감각의 강함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이 높은 인간을 만든다.
제4장 잠언과 간주곡에서 니체는 인식과 인간의 본능, 관계, 신, 자유정신등을 넘나들며 사고의 조각들을 잠언에 쏟아 냅니다.
튜터님의 깜찍한 발상으로 깜짝퀴즈를 치르고 나니 즐거운 놀이를 한듯 했습니다;;^^ 이윽고 페이지를 넘겨가며 각 잠언들에 대한 해석, 질문들을 주고 받으며 세미나는 진행되었습니다. 니체의 촌철살인에 웃게 되고, 날카로운 통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해석 불가의 내용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 대해 당황하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표현은 아무래도 루 살로메와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요? 중간중간 막힌 길도 있었지만, 서로 손을 잡고 잠언의 골목길을 경쾌하게 산책한 것 같습니다.
67. 한 사람에 대한, 신에 대한 사랑은 야만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73a. 공작의 자존심은 무엇인가?
93. 상냥함의 이면에는 경멸이 있는가?
105. '경건한 인식자'는 누구인가? 그의 부자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146.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 본다. 심연(Abyss)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 구절은 웬지 위안이 됩니다^^ 154.이의,탈선,즐거운 불신,조롱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건강의 징조이다;무조건적인 것은 모두 병리학의 대상이 된다.
일요일 저녁 후기를 쓰다가, 약간의 취기를 보태 니체를 읽으면 술술 읽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 수유너머104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 와서는 처음이고, 세미나를 같이 하시는 분들과도 아직 낯설지만 축복처럼 즐길렵니다. 주어진 시간들을.. 여러분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96. 사람들은 오디세우스가 나우시카와 이별했을 때처럼, 그렇게 삶과 이별해야만 한다. - 연연해 하기보다는 축복하면서.
* 12월23일 세미나 주제는 제5장 도덕의 자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