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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즐거운 학문 제4부

숩속옥탑방 2019.03.22 09:11 조회 수 : 87

니체는 <즐거운 학문>을 대략 1882년 전후에 구상하고 발표하였다.  나이로 치면 37~8세이다.   비록 중년의 나이이기는 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청년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나이이기도 하다.  또한 이 <즐거운 학문>은 니체 사상이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다리에 놓여 있는 저작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혹은 세미나 중에서도 꽤 많은 청년의 기운을 느끼는 편이다.  나이로 말하자면 30대 후반의 니체를 50대 중반의 나이의 내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니체의 이 책은 나이든 내게는 어느 면에서는 대견하고 다른 면에서는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대견한 느낌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그 나이의 니체가 보이는 저 열정, 비장함, 거대한 혹은 과도한 희망, 거침없는 질주, 굴복하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 살아가고자 하는 치열함 등이다.  스스로 불에 데이는 고통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 자신을 변형시키고자 하는 의지 등은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좀처럼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동시에 위의 대견한 모든 이유로 인해 동시에 내게는 니체의 모습이 부담스럽다.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를 거쳐 중년기의 후반에 이르고 얼마 후면 노년의 삶에 접어들어야 하는 당사자로서 니체의 모습은 부담스러운 것이다.  

  제4부 세미나에서 인상적인 것은 발제자인 쟈스민님의 모습이다.  너무나 젋은 그는 4부의 내용을 발제함에서 있어서 내가 책을 읽어 가며 중요하다고 줄을 치고 요약한 부분과는 매우 다른 부분에 집중하였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고 내용 이해의 수준 차이도 전혀 아니었다.  정말 그것은 생리학적 차이, 세월의 차이, 세포의 노화 정도의 차이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쟈스민님이 감명을 느끼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나와 겹치는 정도는 20% 정도에 불과하였다. 아, 그렇구나!  이것이 인식의 본질이구나 싶었다.  니체는 제4부에서 '인식'에 대하여 말한다.  인식이란 의식된 사유 일반 자체가 아니라 충동들 상호간의 특정한 태도일 뿐이라고.   쟈스민님과 나의 인식은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책을 놓고 일정한 그룹을 이루어 공부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매우 다른 것이다.  그것은 인식의 다름이 아니라 쟈스민님과 나의 내부 충동돌의 특정한 태도가 다름에 기인하는 것이고 그 자체이기도 하다.

知者不言이란 말이 있다.  우리집 서재에 액자로 걸려 있는 말이다.  아는 자는 말을 하지 않거나 확언하지 않는다는고 해석되는 말이다.  그렇다.  인식은 좀처럼 보편적이 되기가 어렵다.  인식이 내부 충동들의 특정한 태도라면 특정한 충동의 태도가 어찌 보편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참으로 조심할 일이다.   제4부 세미나에서 나의 가장 큰 스승은 쟈스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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