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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문지능 문학 2주차 B조 후기

김경서 2019.09.28 01:23 조회 수 : 86

『삶의 대기, 시의 분위기, 모호함』

  시의 분위기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구들을 시인의 삶으로 환원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인
의 삶을 인지하고 있는 것. 이 둘의 차이는 언뜻 보아서는 명확히 구분이 안 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비유하자면 전자는 멀리 돌아올 줄 모르는 성급한 편지이다. 특정한
시구와 시인의 삶 속의 특정한 사건을 일대일 대응시키려는 성급함은 사건이 지닐 수 있었던 의
미의 다양한 가능성을 황급히 닫아버리는 것만 같다. 사건의 의미는 발생시에 곧바로 정해진다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축적될 수 있기에 그 시간의 간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 멀리 돌아 오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혹시 시인이 의도적으로 시구들의 일관성을
깨트려 우리들로 하여금 이런 여유를 갖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시인은 분위기의 모호함
에서 나오는 해석이 시인 자신이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긍정할까? 아니, 의도라는 말은 너무 딱
딱한 표현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더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적어본다.

  하지만 환원론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을 지도 모른다. 환원론이 갖는 리얼리즘적
성격이 기존의 틀에 박힌 관습에 숨통을 열어주었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테
니 말이다. 제단하듯 반듯하게 맞아떨어지는 의미부여는 문학이 가지는 애매함에 대한 시험 평가의 효율을
위해서도 편리하지만, 불안정함을 두려워하는 인간 본성의 선호에도 부합한다. 모호함은 불편하다.
환원론에서의 대응 방식은 마치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주는 것 같은 쾌감을 선사하지만 어쩌면
잘못된 곳을 긁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데로 시인이 자신의
의도와 부합하는 해석을 원한다면 모호한 대기 속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접근한다면 모호함이 주는 즐거움에 끌린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싶다. 그곳에는 더 많은 길
이 나무 뿌리의 잔가지처럼 뻗어있다. 그것이 시의 가치를 시간이 지나도 굳게 지탱해줄 것이라
고 생각한다.


『존재를 건다는 것』

  존재를 건다는 건 삶은 거는 것이다. 삶은 거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죽음
이 아닌 생의 모든 순간을 거는 것이다. 때로는 목숨과 삶을 모두 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대부
분의 사람은 목숨 또는 삶 중 하나만을 걸고 살아간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해 살아가기만 하면 삶
을 걸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존재를 걸었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그건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과
는 다른 무엇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을 긍정하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둘 중 무엇이 희망차냐
고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겠지만 행복을 묻는다면 글쎄, 긍정이 행복을 담보해주진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삶을 긍정하는 데에는 행복이 아닌 다른 원동력이 필요할텐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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