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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5 - 1주차 후기] 라캉으로 시작!

경덕 2022.12.20 18:32 조회 수 : 186

청인지 15기 첫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기수에서는 데카르트부터 니체까지 근대 철학자들의 사유를 따라 '철학의 모험'을 떠났다면, 이번에는 라캉, 푸코, 들뢰즈 등의 20세기 철학자를 통해 '철학의 외부'를 탐구합니다. 

첫 시간인 만큼 튜터분들이 수유너머와 모임 진행에 관한 안내를 해주셨고, 이어서 2기 참여자 분들의 자기 소개가 있었습니다. 지난 기수에 이어 참여하시는 분들, 수유너머에 처음 오시는 분들, 부모님 추천으로, 친구 따라,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며, 융을 좋아하고, 역사를 전공하고, 문학을 공부하는, 각기 다른 사정과 욕망을 가진 분들께서 온-오프라인으로 금요일 저녁에 모여주셨어요. 소개가 끝나고 하린샘 발제로 세미나를 시작하였습니다.

라캉은 "프로이트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으로 '자아심리학' 중심의 주류 정신분석학에서 벗어나 비판적이고 혁명적인 프로이트 정신을 되찾고자 했습니다. 이후 '거울단계'에 관한 개념으로 '상상계 이론'을, 언어학과 구조주의 영향을 받아 '상징계 이론'을 정립합니다. 당시 실존주의에서 구조주의로 사조가 변화함에 따라 '의미'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달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존재는 부조리하고 무의미하기 때문에 주체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실존주의'에서, 사회적으로 약속되고 정의된 언어적 규칙(랑그)과 질서 안에서 의미가 정해진다는 '구조주의'로 흐름이 넘어가게 된 것이죠. 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은 레비스트로스는 모든 민족에게 '근친상간 금지'라는 공통된 규칙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근저에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자리잡고 있고, 여러 층위에서의 구조들은 인간적 질서의 '동형성'을 보여줍니다. 

라캉은 더 나아가 인간의 무의식 역시 언어화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언어야말로 무의식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기표들의 연쇄를 통해 무의식에 접근하고 기의를 대략적으로 표시할 수는 있지만, '기표의 미끄러짐'으로 인해 기의에 완전히 닿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기표와 기의의 단절로 인한 분열과 소외는 주체 내부에 언어화된 무의식을 만들고, 그 때의 기표는 타자가 되고, 타자로 인해 '존재의 결핍'과 '욕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무의식은 타자의 담론이고, 그로 인해 발생한 '결핍'이 욕망을 낳는다는 것이죠.

읽다 보니 저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정신분석학이 다른 철학 이론과 달리 임상과 밀접한 분야이니까요. 들여다본다고 아직 보이는 건 없지만 공부하다 보면 스스로를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다른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흥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미나 이후에는 '철학의 외부'를 쓰신 이진경 선생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뒷풀에 자리에서 말씀하셨지만, 20년 전에 쓴 책이라 아득하게 느껴지고 지금 어떤 파트는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강의에서는 근대 철학사를 아우르며 외부성에 따라 관념론과 유물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라캉, 푸코, 들뢰즈는 외부를 어떻게 사유했는지 설명해주셨어요. 68혁명 이후의 라캉은 부정성의 외부, 잔여로서의 외부로 나아갑니다. 푸코는 이성 바깥에 있는 타자를 외부로 상정하며 타자의 짝을 주체가 아니라 동일자로 바꾸고, 정상성과 권력관계의 개념에 따라 계보학을 탐사해나갑니다. 들뢰즈는 '대중은 왜 억압을 욕망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욕망이 권력이 되고, 모든 배치는 권력의 배치이기 이전에 욕망의 배치라는 '욕망의 정치학'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진경쌤은 탈주선이 권력에 선행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 들뢰즈의 영원회귀이자 탈주선의 긍정성을 실천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권력에 대해  반동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탈주선의 긍정성'으로 권력을 새롭게 사유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행동학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그럼 이번 세미나를 '오이디푸스에 의한 무의식을 답사하고, 푸코와 들뢰즈를 통해 또 다른 외부(어떻게 안티오이디푸스로 나아갈 것인가?)를 탐사하기'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모든 분들이 어떤 외부를 모색하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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