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페미니즘을 향해> 8장 발제
이렇게 끝까지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책은 오랜만이네요.. 하얀 선생님이 요약을 해주셔서 저는 감상과 질문의 중간 정도로 작성했습니다.
8장은 몸의 신축성과 몸의 환원불가능한 특수성을 대비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로스는 몸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혹은 변화할 수 없다는 두 가지 통념에 모두 거리를 두며 ‘열려있는 물질성’으로 재정의합니다. (438) “성차의 문제는 그 문제 바깥에 설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439) 저는 ‘열려있는 물질성’이란 표현이나, 8장의 논의가 몸의 특수성에 더 강조점을 두고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성차로부터 무관한 몸은 없다는 그로스의 문제의식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장애를 인식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라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우리는 성차와 무관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성차를 인식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 제가 너무 쉽게 얘기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몸의 환원불가능한 특수성을 그로스는 체액에서부터 출발해 설명합니다. 그간의 그로스에 대한 의심과 불신과는 달리... 저는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는데요. 체액, 그중에서도 남성의 정액에서 시작하는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몸의 수수께끼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444)라는 부분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청인지 참여자가 여성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저희가 몸을 정의하고, 새로운 몸을 고민할 때도 대부분 ‘여성의 몸’만 떠올렸던 것 같아서요. 자신의 주체성을 자신의 섹슈얼리티로부터 떼어놓는 남성의 능력(460)이란 대목은 탁월한 설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부분을 읽으니 그동안 남자들이 왜 침대 위만 가면 그렇게 인간성을 내려놓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로스가 말하는 남성의 특수성,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남성이 변화해야 남성과 여성이 만날 수 있다(464), 이 부분도 어떻게 읽으셨나요? 예전에 대중강연에서 (약간 반어적으로) 여성은 이제 그만 생각하고 그만 고민해도 된다, 이제 남성들이 좀 생각하고 고민할 때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공감이 갔었거든요.
여성 몸의 특수성은 월경혈입니다. 고체와 순수함으로 여겨졌던 정액과는 달리, 그로스는 여성의 월경혈이 오염과 더러움으로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그로스는 특히 이 부분에서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데요. “나는 여성이 탈고체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인 한에서는 누출과 액체성으로서 자신을 체험한다고 보는 것이다” (467) 그리고 여성의 환원불가능한 특수성을 젖가슴과 월경혈로 말하면서 성전환자를 배제합니다. 이 구별이 폭력이라는 걸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성차가 구별의 폭력을 수반하긴 하지만, 동일성을 고집하는 건 차이를 지우는 폭력을 행사한다// 전자는 제거 불가능한 폭력이고 후자는 불필요한 폭력이다” 477) 저는 그로스의 구별이 불편하면서도, 그로스의 태도에 설득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관계에서도 소모되지 않는 잔여물, 소화불가능한 잔존물”(477)로서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정의하는 건 생물학적 여성을 특권화하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페미니즘 책은 참 끝까지 혼란스럽네요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