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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3] 몸 페미니즘 5장_ 후기

단미 2022.04.30 13:46 조회 수 : 36

5장 세미나를 앞두고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 걸까?

책이 어렵고 재미없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게..아니지 않습니다만, 문득 내가 마땅히 해야 했어야 할 질문을 하지 않았었구나 싶었어요. 왜 이 책일까, 왜 그로스일까, (페미니즘도 종류가 많은데) 왜 몸 페미니즘일까?  수유너머 연구실은 들뢰즈라는 철학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그로스도 그의 영향권 아래 있는 사람이라서 아마 자연스럽게 선정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만 여전히 궁금하긴 하네요. 근데 너무 뒷북인 것 같아서 안 물어봤어요.) <몸 페미니즘을 향해>라는 이 책 안에 맥락도, 이 책을 읽는 맥락도 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잘 알아듣고 있는 건지  항상 확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행히 그전에 공부를 하면서 이 느낌에 많이 익숙해진 덕분에 지금 많이 힘들진 않은데요. 그래도 여전히 희뿌옇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아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5장 역시 끝까지 읽다 보면 감이 잡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좀 꾸역꾸역 읽었는데요. 이성도 없고 영혼도 없다는 니체의 말은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너무 상식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부정하니까요. 그래서 사실 니체의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그가 아주 지독하게 보수적인 청교도 목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이해를 하게 되었어요. 아마도 니체는 고통이라던가 몸의 감각에 대해 아주 예민했던 사람이었겠지요. 근데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뒤흔드는 몸의 감각들을 개무시하는 아버지와 종교 안에서 얼마나 억압당하고 억울했을지 좀 이해가 되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니체는 누르면 누른다고 눌리는 사람은 아니었던 가봐요.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극단적으로 튀어나간 것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아남은 니체가 저는 맘에 들었어요. 니체의 말대로 의식을 삶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니까요. 아무리 고고하고 대단한 이상과 가치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삶과 존재를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존재가 자신의 생김새 그대로 살고자 한다는 것 보다 우선순위에 있을 수 있는 의식과 진리가 있을 수 있을까요?

근데 아직도 이성이나 영혼이나 우리가 흔히 자아라고 부르는 그런 게 없다는 말을 여전히 이해가 잘 안 갑니다. 나를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내 몸의 수많은 욕망 중에 다수를 차지한 욕망, 승리한 욕망이라면 그 욕망이 다수가 되게끔 만든 어떤 작용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승패가 반복되다 보면 어떤 일관성이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되고 면이 되는 것처럼. 뭔가를 먹고자 하는 욕망과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욕망 중에 주로 말하는 욕망이 이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 '주로' 일어나는 승패의 결과를 모아서 그게 '나다'라고 말하는 것, 그러니 앞으로도 아마 나는 그런 사람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 아니면 어떤 욕망에 더 힘을 실어주는 어떤 작용이 내 안에 있다고 말하는 건 틀린 말들일까요?

카프카의 처벌 기계는 워낙 짧게 다루어서 아직 더 더 이해가 안 되었어요. 드로스가 말미에 단순히 은유적으로 간주하면 안 되고 문자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서 더더욱. 도대체 뭐가 중요한 걸까요? 텍스트가 몸에 새겨지는 것? 근데 그게 완전히 일체 되는 순간 죽는다면, 텍스트를 새긴 쪽과 새김 당한 쪽 모두 무엇을 얻는 거죠? 

이 후기를 쓰면서 전 또 뒤늦게야 생각합니다. 후기를 작성하는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이 후기가 그 목표에 부합하는 것일까? 역시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여기서 글을 마무리해야 해요. 6장을 마저 읽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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