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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쉬르는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기표와 기의를 분리하는 발상을 세상에 내놓았다. 기표들의 관계에서 기의는 결정된다. 기표의 배치가 달라지면, 기의는 원래의 위치에서 미끄러지게 된다. 라깡을 빌려, ‘기표는 기의에 미끄러진다’.

 하지만 난 의문이 있었다. 언어체계, 내가 받아들인 배치로써는, 기존의 기표들이란 재료들과 문법이란 접착제로 이것들을 이어붙였다는 언어체계(추측컨대 ‘랑그’). 이것이 선험적이란 의견. 경험 이전에 이것들이 존재하고, 바꿀 수 없다는 의견. 

 알 수 없었다. 단어에는 신조어가 있어 왔었다. 깨트려진 문법조차 독자들을 설득시킨다면 기존 문법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볼펜’이란 단어가 ‘프린들’이란 단어로 재배치 될 수는 없을까? 앤드루 클레먼츠의 <프린들 주세요>는, 단어의 명칭을 변화시키려 드는 한 초등학생의 단어-변화를 향한 유쾌한 투쟁을 담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저번 수유너머-노마디즘-청인지의 공간에서는, 소쉬르의 쟁점을 아주 멀리 벗어난 이야기로 해석되었다.

 난 소쉬르의 이야기를 모른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풀었었던 것 같다. ‘프린들’ 이야기에 대한 아웃풋을 들으며, 나는 벽에 던진 야구공의 튕겨짐을 보았다. 그런데 아마, 나는 캐치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사람을 벽이라 여기고 강속구를 던지고 싶지 않다.

 그림자와 벽에 튕겨지는 야구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 누군가의 노력이 괜히 쓸쓸해지는 순간들이 꼭 보인다. 무정하지 않아왔나, 홀로 던져진 공들을 쫓는 시선들이. 그렇지만 괜한 순간이, 이번은 아닌 것 같다. 다음 시간에도 야구공은 쥐어져 있을 테고, 또다시 장황하리 던져지리라. 시선아, 나를 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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