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미나자료 :: 기획세미나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코로나, 긴 장마, 폭염 등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열정적이고 똑똑한 분들과 함께 니체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감사했습니다.코로나 때문에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항상, 매우!) 부끄럽지만 글을 통해서라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 그때를 놓쳐버리면 의미가 희미해지는 이야기들이 있는 거 같아서요.

그리고 이번 '권력 의지' 세미나를 마치면서 이 시간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게으른 탓에 계획했던 에세이를 완성하지 못 했지만, 어제 다른 분들의 에세이 발표를 들으면서 저도 꼭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하고 유치하더라도 에세이로 저만의 마침표를 찍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그 전에 후기부터 써보려고요.

## 니체를 함께 읽는 것의 매혹

똑같은 니체의 텍스트를 읽고 모이지만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각자의 삶의 맥락, 관심사에 따라 다른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평소에 제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과 관점에 대해 들으면서 저의 해석과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로 텍스트의 외부에 대한 관심보다는 텍스트 그 자체에 집중해서 읽는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니체를, 그리고 철학을 
읽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다채로운 방식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이번 세미나에서 니체를 읽을 때, 제가 기존에 익숙하게 해왔던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는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니체를 통해 제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가치관도 점검해보고, 어떻게 살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생생하고 치열하게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꽤 오래 유지해온 읽기 습관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여전히 공부하듯, 주요 개념에 밑줄을 긋고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세미나에서 나눠주신 소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니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
추상적이고 때때로 공허한 개념들을 머릿 속에 집어넣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 순간의 삶에 즐겁게 몰두하기 위해 니체를 아주 잘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니체를 읽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진지한 여러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니체를 함께 읽는 것의 위험

니체를 함께 읽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저런?! 소제목을 정해봤습니다.
아무도 안 궁금해 하실 수도 있고(안물안궁), 관심없고 전혀 신경쓰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거의 그럴 거 같지만) 그래도 한 번은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다만 세미나 때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저는 니체주의자(?)나 니체의 열렬한 팬(?)은 아닙니다. 
세미나에서 제가 주주로 니체를 '옹호?!'하거나 살짝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한다고 느끼신 분들도 계셨던 거 같아요.
그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저는 니체를 열렬하게 좋아할 만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알아가고 싶은 거지,
니체를 무조건 긍정하고 그대로 수용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니체를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해석(끼워맞추기)하거나 
니체적 스타일의 표현에 대해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니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오히려 니체와 더더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점에서 조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건 니체를 읽을 때 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때, 특히 철학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저의 니체 해석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고?! 느껴져서 불편하신 분들이 계셨다면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사유를 촉발하는 것, 그게 매혹이고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촉발된 사유가 도달할 결론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흥미롭고 그렇기에 또 위험한 거 같아요.

## 니체 세미나 전과 후의 나

어제 니체 세미나 마지막 모임을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숙제를 못 해서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지만요.
-니체 세미나를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나는 왜 니체 세미나를 신청했을까?)
-니체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니체를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나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니체를 읽고 나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을까? 그리고 나에게 '철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니체 세미나를 하는 동안 여러가지를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했지만 때때로 공허하고 무의미함,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니체를 읽고 공부하는 것이 지금, 여기 내 현실의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나는 니체 텍스트를 읽고 깨달은 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내 몸으로 살아내는 건 분명히 다른데, 나는 그 차이를 망각하고 읽기만 하고 살아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니체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제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더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좋은, 더 멋진 질문을 떠올리기 위해서요!

여러모로 애써주신 오라클님과 대부분 이상하고 가끔은 웃긴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주신 세미나 구성원분들께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짧지만 영원한 인연이라서 더 좋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22북클럽자본 :: 자유의 파토스,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 [1] oracle 2022.12.22 211
공지 [에세이자료집] 2020니체세미나 :: 비극의 파토스, 디오니소스 찬가 [2] oracle 2020.12.21 384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니체세미나 :: 더 아름답게! 거리의 파토스 [2] oracle 2019.12.19 690
718 [니체_토론주제] 우상의 황혼③ :: 10.19(월) [1] oracle 2020.10.16 225
717 [니체_후기] 우상의 황혼② :: 10/12 세미나 후기 [1] 정웅빈 2020.10.16 80
716 [니체_발제] 우상의 황혼② :: 10.12(월) [1] 로고스의 짐작 2020.10.12 97
715 [니체_토론주제] 우상의 황혼② :: 10.12(월) [2] oracle 2020.10.08 244
714 [니체_발제] 우상의 황혼① :: 10.5(월) [2] file 정웅빈 2020.10.06 136
713 [니체_후기] 바그너의 경우 :: 데카당스의 범주가 있는가? [2] 로고스의 짐작 2020.10.06 118
712 [니체_후기] 바그너의 경우, 니체 대 바그너 [2] 손현숙 2020.10.05 116
711 [니체_토론주제] 우상의 황혼① :: 10.5(월) [3] oracle 2020.10.02 373
710 [니체_발제] 바그너의 경우 :: 2번째 발제 신현욱 2020.09.27 62
709 [니체_후기] 바그너의 경우 :: 9.21(월) 후기입니다 [3] 신현욱 2020.09.26 832
708 [니체_토론주제] 니체 대 바그너 :: 9.28(월) [1] oracle 2020.09.25 163
707 [니체_자료] 니체전집15 :: 텍스트 외부 file oracle 2020.09.24 301
706 [니체_발제] 바그너의 경우 :: 9.21(월) 손현숙 2020.09.21 68
705 [니체_토론주제] 바그너의 경우 :: 9.21(월) file oracle 2020.09.18 125
» [니체_후기] 니체를 함께 읽는 것의 매혹과 위험 [1] 2020.08.25 99
703 [니체_발제] 2장 디오니소스 3장 영원회귀 file 카나 2020.08.20 50
702 [청인지_해러웨이] 4장 발제문 file Jae 2020.08.19 53
701 [니체_후기] 2.디오니소스, 3.영원회귀 [2] 카나 2020.08.19 164
700 [니체_토론주제] 권력의지4권_2.디오니소스, 3.영원회귀 (8.17월) oracle 2020.08.17 620
699 [니체 발제] 권력의지 위계(후) file 토니맘 2020.08.14 5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