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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

어제 이야기 나눈 '아포리즘 86'에 대해 짤막한 후기 남깁니다.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니체 특유의 위트가 느껴져셔 참 좋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니체는 참 유쾌한 양반(?)이거든요.

 

우선 역자는 '권력의지'가 겪는 "변형"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원문을 찾아보니 단순히 변형(Verwandlung)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유충이 성충이 될 때 쓰는 변태/탈바꿈이라는 의미의 Metamorphose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더라고요. 

 

말하자면  

"힘에의 의지"가 3단계의 변태 과정을 겪게 되는데,

 

그 1단계는, 권력자들이 규정한 방식에 따른 정의(Gerechtigkeit)를 요구하는 것 (절대진리를 추구하는 자들?) 

2단계는, 권력자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 직역하면 "권력자들로부터 도망치기를 원하는 것, 그것이 곧 자유라고 칭하는 것". (혁명론자들?) 

3단계는, 더 우월한 힘을 가진 자가 없는 한, 다른 경쟁자들도 힘을 키우지 못하도록 방해하려고 하는 것을 말하자면 '평등권'이라고 칭하는 것 (사회주의자들?).

 

결국, 니체는 입센이 그의 작품들 속에서 진리에의 의지와 함께 자유에의 의지(Wille zur Freiheit)를 강조하였지만,

앞서 말한 3단계 변태과정 중에 두번째 변태과정을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모두까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니체가 정의, 자유, 평등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읽히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인간은 본래 스스로 정의로움을 규정지을 수 있고,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만인이 평등한데,

정의로움이 무엇인지를 누군가 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누군가로부터 자유를 얻어내야지만 비로소 자유롭다고 느끼며, 

하향평준화를 평등이라고 착각하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라는, 다시 말해 그런 변태적 양상(Metamorphose)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니체는 오히려 자유주의자이자 평등주의자이며, 누구보다 정의(Gerechtigkeit)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닐런지요. ^^

 

덧붙여, 번역본을 수정할 수 있다면, '권력의지의 변형'이라는 말 뒤에 원문에서 쓰인 Metamorphose라는 용어를 괄호 속에 병기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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