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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도덕의 계보 서문, 제1논문을 읽고

새로운 사고의 모색, 생성을 위한 첫걸음

 

올해 안식 휴가를 계획했다. 16년전 아무 준비 없이 강행한 안식년을 허무하게 보낸지라 이번엔 휴가 중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할 수 있는 건 미리 시작하자는 마음이었다. 그중 중요한 것이 학습이었다. 그간 너무 한 영역의 활동에 몰입해 있어 나름 시야를 넓히고 기존의 사고를 넘어서는 확장된 사유를 모색하고자 했다. 삶과 활동의 변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니체 세미나를 신청했다. 니체의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고 현대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느겼기에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 결국 텍스트를 쫓아가기에 급급한 처지가 되었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불량학생이 되었다. 맘 다잡고 도덕의 계보는 나름 정독한다. 문제는 책 읽는 중이나 세미나 할 때는 일정 이해가 되는데 뒤돌아서면 또 복잡하게 꼬여버린다. 개조식 글과 산문에 익숙하고 오랜만에 철학서를 읽어서인지 오락가락 헤맨다.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망치 든 철학자, 다이너마이트 니체 명성 그대로 매력적이다. 니체를 처음 접한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을 통해서 귀한 것을 얻었다. 삶의 매순간과 모든 순간이 바뀌지 않은 채 무한히 되풀이된다는 영원회귀는 지금 이 순간, 초인으로서 삶을 욕망하게 한다. 적어도 최선을 다해 잘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준다. 어느 것도 고정불변하는 실체성이 없으며 모든 것이 생성, 소멸을 거듭하고 이를 긍정해야 한다는 것은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게 한다. 미결정적 상황에 대한 불안과 결정된 대상에 대한 공포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 대한 관찰과 극복을 위한 접근방식과 태도를 깊게 생각하게 했다. 차이의 창조로서 소수정치학, 삶의 방식을 변형시키는 소수 정치학이라는 해석에는 딱 내 스타일이야, 큰 공감을 하게 된다.

준비 없는 세미나 참여, 하지만 듬성듬성 제대로 읽지 못하더라도 빠지지 않고 귀동냥이라도 하리라, 불손하게 임했던 첫번째 책. 아쉬웠다. 다시 탐독하리라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읽게 된 2번째 책, 도덕의 계보. 이번엔 정독하려 노력한다. 그간 어설프게 알고 있던 니체, 세미나를 하면서 알게되었던 니체 철학의 요체는 절대적 가치와 존재, 이에 복종하고 지배당하는 수동적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능동적 허무주의, 초인으로서의 삶, 삶의 태도와 지혜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도덕 계보학도 제1논문도 기독교적 도덕(=노예도덕)이 지배하였던 서구사회, 기존 도덕 가치의 가치 전도를 통해 귀족도덕, 즉 힘의 의지로 기존 질서의 전복과 위버맨쉬적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생각한다.

1장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원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니체에 의하면 ’약자의 무력감으로부터 원한 감정이 생겨난다‘. ’약자=노예들은 행동하는 대신에 상상의 복수만을 통해 반응한다. 이들의 행복은 마취, 마비, 안정, 평화 등과 같은 ‘수동적인 것’이다.”라고 한다. 일상에서 원한 감정에 사로잡힌 이들을 자주 본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과거의 상처와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다른 대상의 탓으로 ‘수동적인 것’ 평화를 얻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피폐해자는 경유가 더 많다. 망각하지 못하는 ‘원한의 인간’인 것이다. 니체로부터 삶에 대한 태도, 지혜를 배운다.

 

과제를 남기며

후기를 쓰자니 사실 난감했다. 단편적인 부분만 이해하고 있는 나로선 혹시 오독이 되지않을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세미나 합류 자체가 나름 생성을 위한 주체적 태도이듯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기는 후기도 그런 태도이리라. 단지 현재 주어진 택스트 조차 깊게 탐구하지 얕은 사유로는 더 이상 글쓰기는 무리다. 단지 매력적인 니체로부터 배울 것이 많아 향후 니체 탐구에 대한 접근방식을 생각해본다.

첫째, 니체 철학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다.

근대 끝자락에 현대를 여는 철학자로서 니체의 글을 21세가 한참 지난 현재의 형상과 감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면, 지엽적이고 부분만 본다면 니체를 오해, 오독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과거 나치주의자들이 ‘강함’에 대한 잘못된 오독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는가. 니체로서는 분노할 일이다(분노와 원한감정은 다른 것 같다). 나도 니체의 일부 구체적 표현과 설명, 사례에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지엽적인 부분으로서는 니체 철학의 요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니체 철학의 적용과 활용이다.

니체 철학은 강단철학이 아니라 삶의 지혜이자 주체적 인간으로 자유로운 자기실현을 위한 행동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니체를 나의 삶, 우리의 삶, 우리가 함께 집단으로서의 세상의 변화, 새로운 생성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가? 그런 고민이 든다. 니체 자체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데 너무 앞서간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그런 욕구가 생긴다. 제대로 된 이해를 전제로 제대로 해석하고 실전에서 적용해 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성노예와 강제징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관계. 우린 원한감정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당연한 분노이자 강자로서의 대응인가?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강자로서의 태도와 실천은 무엇인가? 개인으로서의 접근과 ‘집단=사회적 접근’은 어떠한가? 등 등.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니체식 접근을 하고 싶다. 아직은 구력도 여력도 없어 과제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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