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우리의 덕 후기
전설적인 삼국지의 모형 게임에서 덕이 등장인물 능력으로 표시된다. 면접채점표같은 지력, 덕성, 체(무력), 충성도 평가항목에서 군주에게는 덕 항목이 으뜸이다. 유비의 덕 능력치가 제일 높다. 나관중의 언더독 신드롬 관점을 따라 게임에서 유비에게 군주의 좋은 특성을 부여했다. 역사와 다른 가상의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재미를 얻는 모형 게임에서 유비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게임이 드라마틱하다. 천하통일을 위해 불리한 위치에서 인재를 포섭하는 능력으로 성군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대중적이다. 하지만 실상 게임에서 덕은 매력적인 능력이 아니다. 지략과 무력으로 적을 무찌르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화려함이 덕에는 없다. 어떻게 보면, 유비가 게임과 소설에서 제일 매력없는 인물이다. 조연역할에 잘 어울리는 가상 주인공같이 보인다. 게임에서 뛰어난 인재를 포섭하고 민란을 잠재우는 덕성은 중요한 능력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없었다.
니체의 덕은 삼국지 게임 속 유비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특이성으로 빛나는 생성의 가치는 게임 속 수치와 다르다. 우주의 이치를 꿰뚫고 지략이 뛰어난 제갈공명이 덕에서 유비보다 점수가 낮을 이유가 없다. 자기 파괴를 할 정도로 자기 창조적인 과로를 해가며 스스로 수명을 줄인 제갈공명의 덕이 빛난다. 천하통일 대업을 위해 북방 토벌에서 반복과 차이로 실험을 끊이지 않고 이어온 힘을 드러낸 제갈공명이 실제 삼국지의 주인공이다. 대세인 유비에 대한 추종 속에서 제갈공명의 매력이 계속 게임을 하게 만든 기억이 생각났다. 삼국지에서 덕을 다시 발견했다.
세미나 시간에 덕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류가 흥미로웠다. 종합적으로 힘에 의지를 유지, 관리하는 덕의 의미를 살펴봤다.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 힘이라고 봤을 때 덕은 역량과 같은 의미가 된다고 했다. 그리스 철학에서 주지주의에서 주의주의로 발전할 때 앎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의지이자 믿음이 실현되는 정신의 힘이 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을 하지마라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면 정당방위처럼 살인을 초월하게 된다는 어렴풋한 이해가 뒤따랐다. 믿음, 앎, 실천이 개체 안에서 합쳐지면 엄청난 힘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제갈공명의 덕이 부연설명을 해준다. 제갈공명은 천하통일을 정직하게 믿고 지헤를 닦고 묵묵히 실행했다. 정직, 믿음, 앎, 덕, 힘, 행동 각 개념들이 머리 속에서 흩어졌다 결합하기를 반복한다.
맹목적인 힘이 덕일 수 있다. 피천득 수필 ‘동전 한잎’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맹목적인 힘이 매력적인 건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동전 한잎만큼 작은 것일지라도 온전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험을 시작할 수 있다. 긍정의 힘으로 자기 창조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자신을 넘어 힘이 확장하려면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야 한다. 장인의 기술이 필요하다. 배움과 앎이 요구되는 것이다. 연금술사와 유대설화 속 문지기 일화의 농부는 비슷하다. 평생을 걸어 앎을 탐구했다. 다른 차원의 이행을 시도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질주에서 말 고삐를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힘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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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질주에서 말고삐를 놓을 수 있는 용기' 저도 7장에서 이 문구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차원의 이행을 시도했던, 그런 용기가 그들의 힘을 세상에 드러내게 하였을 것입니다!
바바와 마찬가지로 이 문구로부터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처절한 라스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스트로 꼽히지요. ㅎㅎ
이 장면을 시대적 가치로 이해한다면 '무모한 여자들의 최후(죽음)' 쯤으로 말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라스트를 '힘의 의지'로 읽는다면, 무한 가능성을 향한 질주, 다른 차원으로의 이행일 것입니다.
물론 시대적 도덕을 자기가치로 가지고 있는 많은 가부장주의자들의 눈에는 죽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1] 시대의 도덕(Moral)과 니체적 덕(Virtus)에 대하여
"우리는 미궁 속에서 자기 자신의 덕을 찾아야 하며, 이것은 이미 자기 자신의 덕을 믿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7장에서 니체는 시대적 '도덕'과 구별되는 강자의 '덕'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점에서 도덕과 덕을 구별하면!
먼저, 시대적 도덕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존재)이라면, 우리의 덕은 우리 자신이 찾아야 하는 것(생성)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도덕이 누구에게나 요청되는 보편적이면서 평범한 것이라면, 덕은 자신만의 특이하고 고유한 것입니다.
또한 도덕이 선/악이라는 하나의 독단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덕은 나에게 좋음/나쁨이라는 관점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바탕에 있어서 도덕이 각시대의 도덕감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덕은 우리 자신의 힘감정이 근본텍스트입니다.
[2] 우리의 덕은 시대의 도덕을 넘어설 것을 요구합니다.
"절도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낯선 것이다. 우리의 욕망은 무한한 것, 끝이 없는 것을 향한 욕망이다.
우리는 달리는 말 위에 탄 기사처럼 무한한 것 앞에서 고삐를 놓아버리자.
우리 현대인들-우리 반야민인들. 우리는 가장 심한 위험에 처할 때, 더 없는 행복 속에 있게 된다."
시대의 도덕적 가치를 넘어선다는 것은 커다란 위험을 의미합니다. 최초의 것들을 시도했던 모든 강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대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던컨이나 피카소, 고흐 같은 예술가들이 시대적 스타일을 넘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었던 것처럼!
또한 흑백분리주의에 대항했던 흑인인권운동가들이나, 동성애차별과 대결했던 성소수운동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의 한걸음 한걸음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와 신체적 생명을 위협당하는 것이었고, 스스로의 불확신과 싸우는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시대의 도덕, 시대의 가치를 넘어서 사소한 무엇이라도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것은 이토록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니체는 말합니다. 가장 커다란 위험에 처할 때, 우리는 더없는 행복 속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