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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결과 순결

3장 종교적인 것은 무엇인가?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니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 3장을 읽으면서 내내 고민했던 질문이었더랬습니다.

 

처음에는 그래, 종교란 이렇게 사람을 마비시키고 하락하게 만드는 거야! 역시 버려야할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뭔지 모르게 내가 너무 피상적으로

읽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이 생기더군요. 그렇다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그토록 비판했던

반종교적 태도에서 더 나아간게 없는, 확대 재생산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심연에서 또 악의적인 곁눈질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세미나 시간 도중에 불현듯 스쳐가는 질문들.

종교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왜 니체는 서문이라 할 수 있는 #45 아포리즘에서 인류 역사의 모든 체험은 자신에게는 수렵장에 불과했다고

말했을까? 모든 것을 회의하고 부정하는 정신에 이어 왜 삶을 긍정하는 정신, 드높아지는 하늘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설마? 니체는 종교적인 것에서 자신이 드높아질 수 있는 넓게 펼쳐진 하늘이라도 본 것일까?

 

세미나를 마치고 집안 서재에 앉아 3장을 다시 펼쳐듭니다.

이번엔 거꾸로 읽어보자!

종교적인 것에서 버릴 것이 아니라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는, 아니 어쩌면 드러내놓고 긍정하지 않지만

니체의 부정 속에서 그 이면에 긍정하고 있는 점들에 집중해보자!

 

아래는 그 결과 얻은 저만의 스토리 텔링입니다. 저만의 해석이기에 딴지는 대환영입니다! ^^

물론 그것 역시 당신의 해석일테지만 말이지요. ㅎㅎㅎㅎ

 

#45. 너 지금까지 "종교적 삶"을 살아온 자

        기존의 가치, 질서, 규범, 습속, 평균적인 것, 관습과 관습이 된 생각들과 감정들 모두에

        충실하게 믿고 의지하며 너의 모든 것을 바치며 자신의 욕망을 극복해 온 자

        이 점에서 너는 종교적 인간일 것이다.

   

        이제 니체와 세미나를 통해 겨우 그러한 통념들로부터 자유로워 지려고 날개짓 하려 하는 자

        먼저 기존의 가치 = '도덕'이라 칭해보자.

        도덕을 넘어서고 극복하려고 하는 자.

       

         도덕의 극복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나는 이제 구습에 대한 믿음을 모두 버리겠어! 라는 선언 만으로 가능한가?

         이제 신은 없어! 라는 선고만으로 가능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은 아닌가?

         그토록 미워하는 내 안의 종교성(믿는다는 것 그 태도 자체)에도

         뭔가 보존해야 할 무엇이 있지는 않을까?

 

         ★ 지금까지 종교적 인간의 영혼 속에서 지와 양심의 문제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연구해보자!!!!!! (p81)

 

#51. 종교적 인간, 속칭 '성자'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라.

        그는 신에 의지하는 약한 의지만 있는 인간인가?

        어쩌면 그야말로 자신을 더욱 고양시키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극한까지 밀어부친 강한 의지의 인간은 아닐까?

        내가 아닌 나의 밖의 그 무엇을 믿고 의지한다는 관점에서는 약자이나,

        나에게 명령을 내리고 스스로 복종한다는 태도적 측면에서는 강자의 특징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우리가 우리 안의 종교성을 통해 우리는 수치스러운 모습만 얻었는가?

        아니다! 아니다! 그 종교성 덕분에 나는 현재 나름 이 사회에서

        그나마 평균적인 아름다움에 걸맞는, 그것을 나름 즐겨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긍정적 종교성. 그것은 내가 나에게 스스로 명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 훨씬 강하게 밀어부치는

        실천력과 자기 억제력("력" - 이것도 분명 힘이다! 힘의 의지!)을 가지고 있다!

 

#53. 어쩌면 현대의 무신론은 종교적 본능 때문이 아닐까?

        종교적 본능......믿는다는 것. 진정으로 믿고 싶을 때 상대가 모호하면

        참을 수 없다.

        내가 믿는 나의 보스는 강해야 하며 보다 분명한 자기 논리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강자인 만큼 나의 보스도 강자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의 신뢰는 오히려 상처받고 실망할 것이다.

        종교도 그렇지 않을까?

        진정으로 믿는 자라면, 그 대상인 신도 그에 걸맞는 신성으로 무장되길 바라지 않을까?

        

        니체는 지적한다. 너의 종교적 본능, 진정으로 믿고자 하는 본성이 오히려 너로 하여금

        실체없는 기존 종교에서 너를 이탈시킬 거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할 것은?

         정직의 자세로 우리가 믿고 있는 나 자신 (= 현재의 도덕)을 끝까지 밀어부쳐야 할테다.

         나의 강한 믿음만큼 나는 충분히 강한가? 독립적인가? 자기 원인을 가지고 있는가?

         그 결과는 뻔하지만 말이다.

         : 나는 충분히 강하지도 독립적이지도 스스로의 이유조차 되지 못한다고 말이다!

 

#54. 현대철학은 이 점에서 정직하지 못했다.

        종교적 본능에서 시작된 의심을 끝까지 밀어부치지 못한 결과

        어설프게 신의 자리에 내가 아닌 또 다른 그 무엇(근면성, 삶의 위조 본능, 그리스도의 부정)으로

        채웠을 뿐이다.

        현대철학은, 아니 지금까지의 나름 무신론자로 살아 온 '나'는 여전히 실패하고 있었다!

 

#56. 정말 극복하고 싶다고? 그럼 섣불리 떠나려고하지 말고,

        우선 현재 서있는 그 곳을 파들어가 보라.

        끝까지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종교적 본능을 가지고 끝까지

       

         나는 끝까지 밀어부쳐봤을 뿐인데......

         "의도한 적이 없다고 해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어느덧 반대되는 이상에 (도덕의 반대편에, 현재의 나의 반대편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라고 니체는 예언한다.

         그랬을 때에만 우리는 영원의 수레바퀴를 돌리게 된다고도......

 

         그럼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우선 나의 종교적 본능을 더 강하게 키우는 것이겠다.

         진심으로 믿고싶다. 나의 현재의 생각과 습관들의 타당성을.

         나의 목공이 순수한 자기 목적을 갖기를, 나의 이타심과 이기심이 순수한 정당성을 갖기를

         믿어야겠다.

         끝까지 믿고 그 정당성을 찾으려 스스로 노력해봐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에만 거꾸로, 의도치않게, 뜻밖에

         나의 목공의 근거없음을, 나의 이타심과 이기심에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음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그제서야 비로소 비워진 그 믿음의 그릇에 또다른 믿음이, 새로운 믿음이

         물이 고이듯 고이지 않을까? 역시나 의도치 않게 말이다. ^^

 

#보론. 꼼꼼한 니체씨, 덧글을 붙이다.

 

  종교에 대한 어설픈 학자들의 경멸, 경건함으로 소망하는 예술가와 종교인,

  종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시도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너는 적어도 이런 실수는 안할거지? 그정도 바보는 아니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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